가까운 길도 가끔은 내비게이션을 켜고 간다. 이유는 과속 단속 때문이다. 잘 아는 길도 '아차' 하다가 과속 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있어서다. 불편한 점이 있는데, 내비게이션이 가라는 길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다를 때다. 친절한 목소리의 그녀는 계속해서 유턴을 요구한다. 그곳을 잘못된 길이라고.
내 말을 들을 리 없는 그녀에게 대답한다.
"이 길도 맞는 길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유턴을 하라고 한다. 한참을 가다 보면 더 이상 유턴할 곳도 없어지고, 하나의 길만이 남는 순간이 되면 그제야 그녀의 유턴 외침은 멈춘다.
틀린 길이 아니라 다른 길
내비게이션이 지난 추석을 떠오르게 했다. 추석에는 내가 가는 길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참 많아진다.
"이 길보단 저 길이 빠르다."
"이 길이 더 안전하지."
"저길 은 앞으로 더 좋은 길일 거야. 내가 뉴스에서 봤어."
"지금이 마지막으로 유턴할 기회야"
"그리고 네가 가는 길은 틀린 길이야."
자신의 경험에 비춰 좋은 길을 제시하신다. 그분들이 말씀하신 길이 최단 경로일 수도 있고, 막히는 길을 피해 가는 최적 경로일 수 있다. 나는 20~30대는 일하거나 공부하거나라는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쳤고, 취직해 직장을 다녔다.
그러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자 경로에서 이탈했다. 가까운 이들은 아무도 경로 이탈이니 유턴하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조금 먼 이들은 여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