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워서 그래.
아쉬워서 그래.
종종 여자 친구를 환승역 주차장에서 만난다. 여자 친구는 지하철을 타고, 나는 차를 가져와 주차가 바로 되니 환승역 주차장이 편리하다.
이번에도 환승역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하곤, 운전대를 잡았다. 가는 길이 더뎠다. 시간은 착실히 흘러가 약속시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내 차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반면, 여자 친구가 탄 지하철을 막힘 없이 빠르게 다가왔다.
지하철 도착 5분 전. 나는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주차를 하곤 빠른 걸음으로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환승역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시야에 들어오자 안도의 숨을 몰아쉬곤 발걸음을 늦췄다. 늦춘 발걸음 앞에는 어머니와 함께 있는 아이가 몸은 있는 데로 크게 하며 손은 흔들고 있었다.
"이모! 잘 가!"
함께 손을 흔들던 어머니는 이만 가자고 재촉했지만, 아이는 손 흔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모~! 다음에 보자! 꼭이야."
어머니와 아이의 뒤편으로 지나가자, 멀리서 뒷걸음치며 손을 흔드는 '이모'가 보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이제 가자고 했지만, 아이는 멀어지는 이모를 향해 두 번의 "잘 가"를 더 외쳤다. 아이는 어머니의 기분을 알아차리고는 마지막으로 손을 힘차게 흔든 후에야,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하철 놓치겠다. 가자."
아이의 어머니는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작은 소리로 아이는 땅을 보며 말했다.
"아쉬워서 그래. 이모랑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아이는 뒤를 몇 번은 돌아보고는 지하철을 타러 갔다.
긴 작별인사의 이유
작별 인사를 길게 한다는 건 아쉬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아이는 이모와 긴 작별 인사로 그 아쉬움을 전했다.
긴 작별 인사가 나에게도 가끔 있는데, 바로 부모님이다. 내가 가는 길에 마중을 나오셔서는 룸미러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계시는 모습. 아마 아들과 긴 작별인사를 하고 계셨으리라. 떠나간다는 아쉬움을 온몸으로 들어내시며 말이다.
그들의 긴 작별인사에 나도 긴 작별인사로 화답해야겠다. 나도 아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