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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Sep 28. 2022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다투는 까닭

해주겠다는 할머니, 괜찮다는 아주머니.

해주겠다는 할머니, 괜찮다는 아주머니.


어머니는 시장에 자주 신다.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점도 있고, 사람 냄새나기에 어머니는 시장에 가신다. 나도 동행을 하는데, 주차가 어렵고 궂은 날씨에는 번거롭다는 게 아쉽다. 주차는 시장 인근의 공영주차장에 한다.


어머니의 부름에 따라 함께 간 시장은 장날이었다. 장날에는 시장 곳곳에 할머니들이 좌판을 열고 물건을 판매하신다. 좌판이 깔리는 곳 중 하나가 공영주차장 주변이다. 그날도 양손 가득 장을 보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가까워지는 만큼 소란스러움도 커진다.


"할머니 그냥 주세요."


"안돼. 조금만 기다려요."


아주머니는 달라고 하시고, 할머니는 조금만 기다리라는 실랑이가 이어진다. 아마 콩을 사러 오신 모양이다. 가까이서 보니 할머니는 빠르게 콩을 까고 계신다. 옆 가게(?) 할머니도 그냥 주라고 하시만, 할머니는 까딱도 하지 않으신다.


포기하신 아주머니는 돈을 할머니에게 강제로 쥐어주시곤, 웃으며 앉으신다.


"알겠어요. 그럼 저도 깔 테니까 조금만 더 줘요."


"안 까서 가져가면 불편하고 쓰레기만 생기니까... 내가 까줘야 마음이 편해... 까지 말아 내가 할 테니까."


이 사태를 해결하는 건 빠른 콩 까기 뿐. 양쪽 가게(?) 할머니들도 나서신다. 실랑이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이제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소리로 바뀌었다.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다투는 까닭


다투신 이유는 서로가 편하라는 마음 때문이었으리라. 그 마음의 충돌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소 짓게 했다. 가족, 친구와 충돌할 때, 혹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부딪치는 건 아닐까? 혹시 나를 위하는 마음을 오해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커진다.


오늘도 불편한 시장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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