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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Sep 24. 2022

사람이 사라진 시장 주차장.

그래도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이 사라진 시장 주차장

시장에 있던 주차장 하나가 행정복지센터로 바뀌었다. 주차의 수요를 맞추게 위해서인지, 자주 가던 주차장이 개선공사에 들어갔다.


"공사 중에는 주자 정산을 하지 않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푯말을 본 지 15여 일. 이제 공사가 끝났다.


예전에 사람이 있던 정산소는 사라지고 "카드 전용"이라는 표지판이 크게 붙은 기계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큰 주차장에는 당연한 시설이지만, 전통시장에 등장한 무인정산 시스템은 생경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


'일하시던 아주머니는 어디 가셨지?'


무인정산 시스템이 아주머니들을 밀어냈다보다. 러다이트 운동이 생각난다. 산업화, 자동화가 사람을 밀어내는 일에 반대하는 극단적인 기계 파괴 운동. 저 녀석을 파괴해야 하나 싶다. 늠름하고 세련된 기계가 일하시던 아주머니를 대신한다. 가을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온기를 내던 사람 대신 차가운 기계 때문인지 처연하다.


시장의 고객들은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시다. 서투른 기계 조작 때문에 혼란이 일어났다. 주차정산을 하려 하니, 긴 줄이 서있다. 맨 앞에 서있는 할머니가 발을 동동 구르셨다. 아마 잘 안 되는 모양이다. '내가 가서 도와드려야 하나?' 하던 찰나. 낯이 익은 아주머니가 오신다. 능숙하게 몇 개의 버튼은 누르시고는 할머니에게 카드를 건네신다.


"할머니 정산이 안되시면 저기로 오세요.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그래도 사람이 필요하다.


최근에 가보니 정산기 옆에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편한 무인정산기가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아주머니가 의자에 앉아서 도움을 주시나 보다. 편리한 세상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거부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곳곳에 필요하다.


별스럽지 않은 의자가 괜스레 따뜻해 보인다.


무인정산기에 놓인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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