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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24. 2024

우연히 간 집- '대구' 군위식당

우연과 우연이 겹쳐 만난 맛집.

우연히 간 집- '대구' 군위식당


   여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철저한 계획을 만들어 따르는 여행, 즉흥과 우연에 기대는 여행. 각자 장점이 있다. 계획을 따르면 우린 짧은 시간에 많은 경험을 담을 수 있다. 다만 경직된다. 계획을 철저히 지킨다면, 정해진 것 이외에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즉흥은 어떨까? 생각지도 못한 거리에서 만난 가게에서 즐거움을 만날 수 있고, 때론 우연히 만난 분들과 재미있는 이야기가 그려지기도 한다. 단점도 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가는 여행에 빈틈이 슝슝 생긴다. 자주 길에서 시간을 대 보내고, 종종 가고자 한 곳이 문을 닫아 보지 못하는 예도 있다.


  무엇이든 중도가 중요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여행을 우연과 계획이 잘 섞어내야 한다. 대구 여행. 이른 아침에 나왔다. 계획에 없던 시간이다. 잠시 걷다, 출출하니 가까운 식당을 찾았다. 경상감영공원에 앉아 벚꽃을 바라보며 지도를 살폈다.


  국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려 했다. 눈에 띈 식당. 군위식당이다. 산뜻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도에 코를 박고 걸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도착했다. 밖은 한산했다. 들어가니 자리가 있었다. 치워지길 기다렸다 자리를 잡았다. 물은 셀프라는 말에 따라 물 두 잔을 준비하고 주문했다. 


  *영업시간 09:00~21:00

   매주 수요일 정기휴무



  늦은 아침, 이른 점심이라 거하게 먹기보다는 간단(?)하게 먹으려 마음먹었다. 돼지국밥 두 개. 기계처럼 반찬이 깔린다. K-패스트푸드답게 얼른 나왔다. 구수한 국물 한 모금 떠먹으니 배가 뜨끈해진다. 한국인의 피를 여기서 다시 한번 느낀다. 역시 뜨끈한 국물과 따스한 밥이 최고다.


  부추를 가득 한 젓가락 넣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숟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먹었다는 말로는 아쉽다. 마셨다는 것에 가깝다. 중간중간 고기를 간장 한 번 찍어 먹고 다음에는 새우젓을 찍어 먹는다. 붉은 양념장을 휘휘 저어 풀어 국물이 진해진다. 앞에 있는 이와 이야기도 잊고, 사람들이 채워지는 일도 잊었다.


  흰쌀밥을 과감히 넣는다. 밥알에 국물이 충분히 들어갈 때까지 젓는다. 밥의 고소함과 돼지고기의 구수함이 조화를 이룬다. 몇 숟가락 뜨고 김치를 먹기 반복한다. 고기 기름에 혀가 물들었을 때, 청양고추를 와작 씹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국밥 그릇 바닥을 긁다 보니, 정신이 돌아온다. 와글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와 비슷하게 마신 여자 친구가 앞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속이 든든해졌으니, 오늘 여행은 어디로 갈지 고민한다. 화들짝 놀랐다. 우리가 우연에 기대 온 이곳은 유명 맛집. 미식가이자 대식가로 알려진 성시경이 맛집이라 점을 딱 찍어 놓은 곳이었다.


  가게를 나서며 다시 한번 놀랐다. 줄이 길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 우연이 우릴 맛집으로 소개했고, 다른 우연이 도와 기다림 없이 따끈한 국밥을 먹을 수 있었다. 든든해졌으니, 이제 계획에 따라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온전한 여행. 계획과 우연이 묘하게 조화된 여행.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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