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미 Nov 15. 2021

너도 나도 집을 구하기가 힘들구나

식물도 까다롭게 집을 구해야 한다.

화분은 식물에게 집이다.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얻고 서있을 수 있도록 하는 곳. 집이라는 공간은 그렇게 우직한 장소인 것 같다. 나는 7월에 새로운 집을 구했다. 본가를 나와 살려고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2주간 하루에 3명씩 공인중개사들을 만나며 집을 보러 다녔는데 하루 평균 10개 정도 보러 다녀 총 140개의 집을 본 것 같다.


집을 보는 기준은 명확했다. 내가 가진 돈 대비 넓은 곳, 채광이 좋을 것, 창이 클 것 최소한의 기준으로 결정을 했다. 식물들은 자기가 살고 싶은 곳을 자기가 정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특성에 맞게 골라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집의 크기가 너무 커도 작아도 살기 힘들다. 너무 크면 영양이 많아 뿌리가 녹아버릴 수 있고 너무 작으면 자리를 잡기 힘들다.


집을 보러 다니기 전 집에 대해 계약에 대해 많이 알아보고 공부했던 것처럼 식물을 들이기 전에 많은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식물들이 말은 하지 않지만 급속도로 상태가 안 좋아지기도 하며 이제까지 이야기해왔던 흙, 화분, 물, 빛 등등 여러 요소들이 결합해 식물에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는 첫 집을 오피스텔로 결정했다. 시스템, 쾌적함 등등 살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 있는 반면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 화분을 선택할 때도 장단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플라스틱 화분은 가볍고 여러 디자인이 많다. 토분은 통기성이 좋아 뿌리가 숨을 쉬기 좋다. 특히 한국의 가드너들은 토분을 선호하는 편인데, 디자인이 한국적 정서와 닮아있으며 통기성이 식물에게 좋다는 것 때문인 것 같다. 대부분 값싼 토분들은 이태리에서 수입하여 오며 요즘은 도예가들의 개성을 뽐내는 수제 토분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


창이 넓고 채광이 좋아야 했던 것은 식물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개방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씨에 따라 그날의 기력, 기분이 정해지는 나로서는 밝은 집을 선택하고 싶었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은 플라스틱분으로 옮겨 주면 같은 환경이라도 물을 오래 머금고 있어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뿌리가 예민한 편이거나 물을 천천히 먹는 건조한 환경의 식물들은 토분에 옮겨주는 것이 좋다. 통기성으로 안의 흙이 빠르게 말라 뿌리를 더욱 건강하게 해 준다.


나의 올리브 나무는 건조한 환경이 필요했고 토분으로 결제를 했다. 드디어 준비물에 관해서는 준비가 끝났다. 식물이 우리집에 자리잡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것들이 필요했지만 생명을 위해 공부하는 것은 초보가드너로써 즐거운 과정이었다.


토분 - 흙으로 빚은 도자기, 유약처리를 안 해 통기성이 좋으며 뿌리가 숨쉬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플라스틱분 - 가볍고, 값이 싸며 디자인이 다양하다. 자주 들고 나를 때 유용하다.

작가의 이전글 식물도 취향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