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형벌과 '신상정보공개, 전자발찌부착 등'의 보안처분까지 함께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중대범죄에 속했습니다. 특히나 사건에 연루된 사실만으로 사회적 지탄이 상당하기에 억울한 부분이 있는 상황에서도 성급히 사건을 무마하려고 시도하다가 더욱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많은데요.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제시한 기준에 의하면 법원이 성범죄 사건의 심리를 하며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물론 이러한 성인지 감수성은 많은 논란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여성에게 치우친 판단 기준으로 인하여 무고한 가해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상당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과거에 비해 억울한 강간죄 처벌을 받기가 더욱 쉬워졌고 무죄를 주장하는 것도 많이 까다로워진 게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제시하는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판단하는 기준과 방법은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관계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관계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관계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최근 성범죄에 대한 법률적 판단 방법과 강간죄 처벌 기준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제가 최근 무죄로 이끌었던 변호사례를 한 번 소개하며 억울한 혐의를 받고 있을 때 취해야 할 대처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의뢰인 S 씨에 대한 검사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 ◆. ◆◆.경 서울 강남구 소재 ■■ 호텔 객실 안에서 피해자 ○○○의 신체를 잡아당기고 억압하는 등 폭행을 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고자 하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내용으로 강간죄 처벌이 필요하다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서 의뢰인 S의 변호사였던 제 변론요지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같은 취미를 통해 친분을 쌓은 피고인과 피해자는 실제로 만나 술을 마신 후 근처 호텔로 이동하여 합의 하에 성관계를 나누었고, 피고인에게는 어떠한 범죄의 목적도 없었으며, 피해자가 주장하는 이 사건 경위에 대한 진술과 행적은 모순되는 점이 많으니 피고인이 억울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사가 주장하는 내용처럼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근거로 이 사건 당시의 경위를 상세히 밝혔습니다. 공통된 관심사를 통해 친해진 두 사람은 당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두 차례나 장소를 바꿔가며 단 둘이 술을 마셨고 자신과 공통점이 많고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느꼈던 피고인은 호텔로 자리를 옮겨 함께 밤을 보낼 것을 제안한 사실은 있다고 언급하였죠.
물론 이러한 제안에 피해자가 동의하였고 결국 호텔을 예약하여 함께 이동했던 두 사람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번갈아가며 샤워를 마친 후 함께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나갔고, 그 과정에서 분위기가 무르익자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더욱이 그렇게 관계를 가지던 중 갑자기 피해자가 하기 싫다는 거부 의사를 표현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을 즉시 중단하였으나, 이후 피해자는 허위의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며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두 사람은 당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마치고 속옷만 입은 상태로 가운을 입고 있었고 만약 피해자가 주장대로 강간죄 피해를 당할 것이 우려스러웠다면 이러한 복장으로 함께 상당 시간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 사건 경위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은 그 자체로 모순된 점이 있으며 피고인과 피해자의 일치된 진술에 미루어보아도 당초 피해자의 주장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바, 변호사 입장에서 강간죄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더불어 피고인과 피해자는 분위기에 취해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나누었을 뿐 결코 피고인이 강제력을 행사한 적이 없음을 강조했습니다. 관계를 가지던 상황에 대해 상세히 밝히며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던 상황임을 부연하였습니다. 특히 당시에 있었던 신체접촉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마지막으로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불과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피고인에게 먼저 대화를 걸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임을 지목했습니다.
피고인으로부터 극심한 두려움을 느꼈을 피해자라면 오히려 피고인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것을 꺼려했을 것이며, 오히려 먼저 오는 연락을 수신 차단하는 등의 방법으로 앞으로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에, 이 사건 이후 피해자의 행동에 미루어보아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라고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사건에서 검사가 주장하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피해자의 진술조차 그 자체로 모순되는 점이 많은 상황이며 오히려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칙상 합리성이 상당하므로 신빙성을 뒷받침할 수 없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이 사건을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변론하였죠.
결국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피고인에게 범죄의 의도를 가지고 간음을 시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공소사실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강간죄를 인정할 수 없고 ‘무죄’ 판결을 선고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랜 기간 억울한 범죄 혐의를 받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었지만 치열한 다툼 끝에 진실을 밝혀내는 일에 성공할 수 있었죠. 혹시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쉽게 포기하지 말고 강간죄변호사와 대처에 나서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