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SCREET INVESTIGATION
‘꽤나 성공적이지 못한 방문이었네.’ 나는 집에서 뛰쳐나오듯 하며 속삭이듯 말하였다.
‘나의 친애하는 왓슨,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이건 가장 성공적인 방문이었다네. 이제 나는 내 조사를 완성시킬 모든 조각을 모은 셈이야!’
나는 지치는 바람에 한숨을 쉬고 말았고, 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만일 자네가 말하는 그 ‘성공’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이 느낄 혼란이나 자네가 얼마나 의심스럽게 느낄지에 대해 전혀 상관없이 있는대로 사람들을 쥐어짜서 최대한의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래, 정말이지 성공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겠군.’ 나는 말을 딱 끊어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번 일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교 행사중 하나로 꼽는 걸 말리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난 이제 그 집에는 결코 드나들 수 없을거야. 자네가 보기에는 커크패트릭이 충분히 의심스럽던가?’
이런 나 자신에게 놀라고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이토록 가차없이 홈즈의 방법을 비판한 적이 없었다. 그는 심통이 나서는 조용히 주변을 거닐기만 하였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불편할 정도로 내 혈류가 가파르게 흐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힐끔 그의 얼굴을 바라봤는데 아까 전 내가 그토록 그를 향해 내 감정을 토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온화한 그의 표정에 무척이나 놀랐다. 그 자체로 그는 나를 패배시켰다; 이 시점에 내가 그에게 사과를 전하지 않으면 단순히 그의 남은 조사 과정에서 나를 배제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미안하게 되었네, 홈즈.’ 결국 나는 말해버리고 말았다. ‘내가 갑자기 흥분해버린 것 같네, 용서해주게. 모든 조사에 앞서 자네가 하는 일이라야 모두 옳은 것 뿐이잖은가.’
‘자네는 내 방법을 알잖은가, 왓슨.’ 그가 말했다. ‘나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까다롭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네. 나는 필요한 일만을 할 뿐이고 애초에 모리스 커크패트릭 씨에게 환심을 사려는 의도도 없었다네. 최소한 그런 종류의 지인이라면 내 경력에 해로울 게 분명하기 때문이지.’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쏘아보았고 나는 그의 눈빛을 피했다.
‘커크패트릭 양의 경우라면’ 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녀가 부디 고통을 겪기를 바라지는 않네만 그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가 분명해져야 할걸세; 그리고 내 자네에게 장담하건대 자네가 차를 마시며 그녀의 아들과 노닥거리고 있을 적에 나는 약간의 기교를 부려 젊은이들이 즐기는 주제를 가지고 그 틈을 비집었지만 대화가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카스테어 본거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네.’
‘그래, 홈즈. 나도 그건 알고 있었다네.’ 내가 말했다. 나는 비참할만큼 평소의 그가 보여왓던 모습 그대로 돌아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심장이 없는 두뇌 그 자체.
그는 갑자기 켄징턴 교회의 한 구석에 멈추더니 바로 마차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내 베이커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리의 하숙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을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홈즈는 곧바로 자신의 서재로 다가가 ‘버크 귀족 명감’의 복사본을 꺼내들었다. 그 다음에 페르시안 슬리퍼에서 꺼낸 자신의 오랜 사기 파이프 속을 채운 다음 앉아서 침묵에 잠긴 채 책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별 영양가 없는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화로에서 창문까지 다가가서는 나는 그의 맞은 편에 앉아서 내 파이프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나의 그런 친근감 있는 행동이 마음에 들었던지 그는 만족에 찬 미소를 지으며 나를 잠시 올려다보고는 자신이 펼친 책의 페이지를 짚어댔다.
‘우리 요주의 인물을 찾아낸 것 같네, 왓슨. 서섹스 지방 캠든 홀의 로버트 카스테어 경. 여기 그의 런던 거주지 주소가 나와있군: 캐번디쉬 광장. 이것 보게, 거의 우리와 이웃에 가깝지 않은가! 생년월일은 1844년 5월 27일. 그렇다면 거진 마흔 세살 정도 되었을텐데 - 어림잡아 커크패트릭 양과 동갑인 듯 하네만. 그렇지 않나?’
‘대단한데, 홈즈. 하지만 이게 그라는 보장이 있는가? 그의 이름이 언급되었을 때 커크패트릭 양이 침묵했던 데에는 더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다네. 만일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일 수 있단 말일세.’
내 질문은 - 내가 알던대로 - 홈즈의 유머감각을 완전히 회복시켰다. 그는 ‘버크 귀족 명감’을 한 쪽으로 치워둔 채 그의 의자 안쪽으로 몸을 기댄 채 천장을 향해 만족스러운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나의 친애하는 왓슨.’ 그가 말했다.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수많은 증거들이 있다네. 자네야말로 내가 괜한 추측에 기대어 행동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잖은가? 내 자네에게 커크패트릭 양과 나눈 대화를 간단히 전해주도록 함세, 게다가 자네가 지나칠 정도로 긴장한 나머지 기록하지 못한 한 두가지 관찰 결과도 알려주도록 하지.’
‘자네도 들었다시피 우리의 대화 주네는 먼저 고대 그리스 문학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문학 전반으로, 그리고 그 후 교육과 청년에 대한 영향력으로 빠르게 이동했다네. 상대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거야 간단한 문제였지. 커크패트릭 양은 그녀가 유년기를 보낸 고향인 서섹스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네. 그녀는 스무 살 저네 어머니를 잃었고, 2년 후 아버지가 재혼했을 때 미망인이 된 이모와 함께 살기 위해 서섹스를 떠나 런던으로 향했는데, 이는 그녀가 새어머니와 한 지붕 아래 살 수 없을 정도의 상태였다는 걸 의미하네. 이미 이것 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여기서 더 파고든다면 우리가 의심하는 것 이상의 것을 알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네. 만일 모리스 커크패트릭과의 조우가 행복한 결과로 이어졌더라면, 커크패트릭 양이 스무 살 정도였을 때 서섹스에서 그 일이 일어났고 그녀의 아들이 태어난 직후 그 지역을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네.’
‘만일 커크패트릭 양의 전 연인이 이제 협박을 받을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면 그는 일반인임에 틀림 없을걸세. 다시 양이 제대로 알려준대로 커크패트릭 부부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점하고 있으며 그들의 딸은 지역에서 가장 유망한 젊은이들과 친분을 맺을 충분한 기회가 있었을걸세. 그 사이 그러한 두 세 가족이 즉시 내 머리에 떠올랐고, 원하는 키워드가 나올 때까지 그 대화를 뚫어나갔던 거지.’
‘하지만 더 확인해야 할 게 있었다네. 더 타임즈 사본이 홀스탠드에 놓여있고 마침 그 책의 코트 서클 부분에 접혀있는 것을 자네도 알아챘을지 모르겠네. 우리가 떠날 적에는 틈을 봐서 그 책을 훑어본 뒤 로버트 카스테어 경이 현재 런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네.’
‘이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협박범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대항하기 위해 아들과 접촉할 목적으로 서둘러 방문한 것에 틀림없네. 커크패트릭 가문의 신문이 우연히 카스테어 경의 활동이 자세히 설명된 바로 그 페이지에 접혀있다는 사실에서 사실상 그 신사의 행적이 그들 관심의 대상이라는 표시로 받아들여질 여지는 충분하지.’
‘그래서, 나의 선량한 왓슨. 로버트 카스테어 경이 그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자네에게 말해주는 바라네.’
‘멋지군, 홈즈!’ 나는 더 확신에 차서 반복하듯 말하였다.’ 과연, 이 모든 건 간단하고 합리적인 추리로군’
홈즈는 나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나는 종종 내 추리 과정에 대해 설명한 것을 후회한다네, 왓슨.’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의 감탄은 항상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일세. 어쨌든 우리 요주의 인물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였네. 이제 그의 협박범을 위해 최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알아보는 게 남았다네.’
‘그렇다면 우리가 그걸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홈즈?’
‘그건 카스테어 경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되지 않겠는가! 오늘 저녁 후반에 우리가 찾아가겠다고 저노를 보낼걸세. 우리는 그를 찾느라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을걸세. 그리고 그의 의심스러운 아들이 재치있게 자신의 아버지에게 이 일에 대해 귀띔이라도 준다면 분명 그는 나를 만나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하네. 나는 이 방문이 극비리에 이루어질 것이라 말하며 그를 안심시킬 기회를 잡을걸세.’
‘자, 더 이상 질문은 삼가게 나의 친애하는 왓슨. 이 참에 나는 바이올린 연습을 좀 더 하고 싶어졌네. 그 사이 시간을 낭비하거나 다음 단계 조사를 위해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란 이보다 좋은 게 없거든.’
홈즈는 내가 자주 언급했듯 더할나위 없는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였고, 평소에는 그의 연주를 듣는 것이 무척 즐거웠으나 오늘 저녁만큼은 멘델스존의 가곡으로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무언가가 내 안에 감정을 감동으로 건드리는 바람에 나는 방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젖은 눈동자를 홈즈가 눈치챘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떠나기 위해 잠시 일어나며 홈즈의 눈빛을 살폈을 때 그는 스스로의 음악에 몰두할 때처럼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 그의 회색 눈동자는 음침하면서도 공허한 시선으로 잠시 나를 응시했다. 그 다음 약간 어깨를 으쓱하고는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려 훨씬 더 풍부한 음색으로 연주를 계속했다.
위층의 내 방에서 아래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백 번째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했다. 나는 간절히 다시 양, 커크패트릭 양, 그리고 내 친구 모리스가 모두 지옥에 가길 바랐다. 그들 셋은 내 불행한 상황을 더욱 선명히 드러나게 만들었다. 특히 다시 양은 내가 셜록 홈즈에 대해 가진 감정을 털어놓게 한 뒤, 마치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나를 남겨둔 것만 같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그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나의 이중 생활, 즉 내가 익숙하게 위안을 찾으러 가던 클럽들과 만남의 장소들로 가는 야간 방문은 이제 혐오스럽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깔끔하게 끝내는 것이 유일한 해답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것을 피하고 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홈즈에게 내 정체를 드러내게 될까? 아니면 - 그가 내 성향을 이미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 - 그가 직접 냉정한 논리적 질문들로 나를 맞딱뜨리고, 온화한 놀라움을 표현하며 ‘아 이럴수가, 내 친애하는 왓슨…’ 이라며 모든 감상적인 감정들, 특히 자신을 향한 감정에 대해 신중한 혐오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게될까? 아무리 애를 써도 이 악화되는 상황에 대한 행복한 해결책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음악이 멈춘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귀를 기울였지만, 아래층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분명 그는 다시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바이올린을 내려놓았고, 내 존재나 어리석은 질문들, 느리고 바보같은 나로 인한 방해도 없었을 것이다. 그가 나를 어떻게 보았겠는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존재로밖에 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의 정신을 날카롭게 벼리는 숫돌이었고, 그를 자극하는 존재였다. 그는 내 앞에서 소리 내어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말들은 나를 향해 하는 말들이라기보다는 침대에 대고 말해도 전혀 다를 바 없을 정도였지만 습과이 되어 나의 반응과 간간이 끼여드는 말들이 그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빠르게 움직이고 싶을 때, 수사적 질문이나 내 제안, 그에 대한 자신의 결정적인 답변 같은 과정을 생략하고 싶을 때는 나를 완전히 무시하거나 침묵을 요구하거나, 아예 내 존재를 제거하려 했다.
이런 쓰라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도는 가운데, 나는 침대에 외롭게 앉아 그의 움직임을 상상하려 애썼다. 그의 미친듯한 걸음걸이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떠올렸지만 발소리도, 그가 바닥을 걸을 때 흔히 들리던 마루의 삐걱거림도 들리지 않았다. 대신 나는 그가 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발을 올린 채 머리를 의자 등받이에 기댄 상태로 파이프 연기에 휩싸여 있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가 아래에서 조용히 앉아있고, 내가 위에서 홀로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암담하게 느껴져, 결국 내려가 그와 함께 침묵 속에라도 앉아 있기로 결심했다. 그의 존재를 스스로에게서 빼앗으며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벌줄 이유는 없지 않은가? 몇 분만 망설이다가,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로 들어갔다.
그는 의자에 편하게 기대여 왼팔의 셔츠 소매를 걷어올린 채 누워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그는 고개를 돌려 느리고 오만한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코카인 병과 주사기를 보기 전부터 나는 이미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 배 속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에 나는 문가에서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내 의자로 걸어가 앉아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내 비난의 태도는 그가 방금 연주했던 가곡 몇 소절을 흥얼거리는 것 외에는 아무런 반응도 이끌어내지 못했고, 그 마저도 완전한 침묵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홈즈의 행동 중 또다른 측면으로, 나에게 끊임없는 슬픔을 안겨주었다. 그의 약물 중독과 그로 인한 감정의 급격한 변화는 오래전부터 나에게 큰 불안의 원인이었으며, 나는 그에게 여러 차례 경고하고, 위협하고, 간청했지만 모두 헛된 노력에 불과했다.
‘어쩌면 자네가 맞을지도 모르지, 왓슨.’ 그는 부드럽게 대답하곤 했다. ‘그 영향이 육체적으로 나쁜 것임은 인정하지만 나에겐 그것이 대단히 자극적이어서 그로 인한 부작용은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었을까? 이 문제에 대해 내가 걱정할 적절한 이유조차도 없었다. 단순한 우정 이상의 명분이 없었으니까. 그가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 만으로도 변화할 동기가 되지 않는다면, 어째서 나를 위해 그의 습관을 바꿔야 한단 말인가? 내가 그에게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 ‘자네를 사랑한다네. 자네가 이렇게 스스로를 해치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네’라고?
그건 불가능했다. 내가 주장할 수 있는 최대한은 그가 혼자 살았다면 그의 약물 사용이 더 심해졌을 것이라는 점 뿐이었다. 다행히도 그날 밤은 길지 않았다. 저녁은 7시 30분 경에 나왔고, 나는 우울하게 꾸준히 식사를 이어나갔으나 홈즈는 거의 먹지 않았다. 약물과 몰입한 사건이 겹칠 때면 늘 그러했다.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그는 의자에 앉아 고문서에 몰두한 듯 보였다. 9시 30분이 되자 그는 갑자기 일어나 내가 앉아있던 의자 옆으로 다가왔다. 나 역시 책을 읽으려 애쓰고 있었다.
‘자, 왓슨. 일할 시간이네! 우리의 방문 예정 시각이 가까워졌군. 허드슨 부인에게 벨을 눌러 택시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해주겠나? 카스테어 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