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SCREET INVESTIGATION
우리가 모리스 커크패트릭 씨의 우아한 켄징던 저택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오후 중반이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내가 명함을 꺼내 보여주었고, 우리는 이내 현란한 붉은 빛과 검은 빛이 가득하고 방 모서리와 곳곳에 검게 옷칠한 화분과 하얀 석고 조각품이 가득한 작업실로 안내를 받았다. 나로서는 홈즈가 의도한 ‘퇴폐적인’ 느낌이라는 게 그렇게 저속한 식으로 만들어질 거라고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심지어 평소의 그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느슨한 매듭의 실크 넥타이에 과시하듯 손가락에 낀 반지들 때문에 홈즈의 모습은 커크패트릭의 응접실에 있는 장식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젊은 청년이 시달린 모습으로 놀란 채 우리 앞에 나타나는 거야 시간 문제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홈즈는 대뜸 ‘멜몬드 씨’라는 호칭을 쓰고자 해서 나는 급히 그를 멜몬드라고 소개했다.
‘이렇게 연락하게 되니 무척 반갑군요, 왓슨 선생님.’ 패트릭이 말하였다. ‘선생님의 친구분을 뵙는 건 늘 환영이지요. 제 복장이 다소 흐트러진 점에 대해서는 정중히 사과 드리고 싶군요 - 지금 저희 어머니가 저와 함께 지내고 계신데다 얼마 전에 걱정스러운 소식을 접하신 참이라서요. 친구분에 관한 것인데, 실은…오랜 친구분에 관한 소식이랍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신 분들을 만나뵈면 분명 저희 어머니께서도 기운을 차리실 겁니다. 부디 함께 차를 나누며 잠시 시간을 보내주신다면 말이죠.’
그는 긴장에 차 말하며 우리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는데, 한 편으로는 내가 데려온 내 동료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품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가 한시라도 빨리 떠나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나는 그가 홈즈를 보며 눈을 번뜩이는 게 나로서는 떨떠름하게 느껴지고 있다는 걸 은연중에 알아챘다.
‘자, 친애하는 친구여.’ 나는 결연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 시간에 이런 친절을 베풀다니 우리로서는 무척이나 감사할 따름이라네. 이런 갑작스러운 방문을 부디 용서해주었으면 좋겠군. 아무래도 다른 날에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우리는 둘 다 일어났다. 홈즈는 우리가 문으로 돌아설 때 옆 테이블에 있는 조각상을 감상하느라 무심코 내 발을 밟았다.
‘오, 정말 미안하네, 이 사람아.’ 그는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나 원 이렇게 조심성이 없을 수가! 당연히 왓슨 박사의 말이 맞지요, 커크패트릭 씨. 우리는 결코 선생과 선생의 어머니를 침략하려던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내 정신 좀 보게, 무척이나 실례되는 줄은 알지만 그럼에도 실례를 무릅쓰고…이 놀랍도록 아름다운 작품인…미켈란젤로의 ‘다비드’의 축소판 아닙니다. 그렇지요? 놀랍도록 정교한 복제품이군요! 이 축적은 정말이지 정확하군요!’
‘세상에, 멜몬드 씨. 당신은 정말이지 대단한 감정가시로군요.’ 모리스 커크패트릭이 기쁨에 서서히 미소를 드러내며 말하였다. ‘네, 하지만 이건 - 보시다시피 제 소소한 즐거움 중에 하나랍니다 - ‘ 그는 정열적인 손짓으로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저는 일종의 수집가이지요, 저는 아름다운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저의 작은 ‘다비드’상에 이토록 경외심을 보여주시다니 아무래도 저희와 반드시 여기 남아 차를 나누셔야 할 것 같은데요. ‘아킬레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근에 운 좋게도 근처 상점에서 그 작품을 찾아냈지요. 아뇨, 왓슨 선생님. 부디 두 분 다 저희와 차를 나눠 주세요. 분명 저희 어머니의 마음을 한결 나아지게 해주실 겁니다. 그 분은 저와 함께 그리스 문화에 대한 사랑을 나눠 오셨지요, 멜몬드 씨. 아마 어머니께서 당신을 만나면 무척 좋아하실 겁니다.’
그는 종을 울려 시종을 부른 다음 차를 가져오도록 시켰다. ‘그리고 커크패트릭 부인에게 부디 이 자리에 참석해준다면 내 친구가 무척 즐거워할 거라 전해주십시오.’
이 만남을 알선하면서 홈즈는 그 신선하고도 거대한 장식물들을 하나 하나 감상하면서 기쁨에 겨워 손을 들며 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그가 터무니 없을 정도로 탁월하게 맵시 부리는 척을 해대는 게 얼마나 바보같아 보이는지를 생각하면서, 한 편으로는 스코틀랜드 야드의 레스트라드 경위가 이 대단한 탐정이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본다면 어떨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홈즈가 안락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즐겁다는 듯 말하는 와중에 커크패트릭은 내가 앉아 있던 소파에 함께 앉았다. ‘하지만 여기 계신 이 왓슨 선생님이야말로 곡식 속에 빛을 숨겨두신 분이지요. 미에 대한 예술적 안목을 가진 사람을 고르라면 말이죠, 커크패트릭 씨. 아마 이 분일 겁니다.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여기 이 친구야말로 미에 대한 예술적 안목을 지니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커크패트릭에게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 칭찬은 아무리 봐도 나보다는 그를 향해 하는 것만 같았고, 마치 그에 응수하듯이 이 거만한 철부지는 바보같은 미소를 지으며 속눈썹을 내리깔고 있었다.
내가 입술을 깨물며 개입할 적절한 타이밍을 찾고 있을 때, 홈즈가 갑자기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커크패트릭 씨, 당신의 그 아름다운 리넨 바지 말입니다! 닭장 근처에서 정원을 가꾸시느라 그랬나보군요! 분명 이 계절에 화단이라도 돌보시려던 건 아닐테니까요. 게다가 보십시오, 선생의 무릎 말입니다 - 이건 분명 벽돌 가루가 아닙니까?’
분명 말하건대 그 시점에 그 어린 철부지의 얼굴에 서려있던 거만한 철부지의 끼가 완전히 사라진 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세상에, 멜몬드 씨! 그게, 아…맞습니다. 오늘 일찍이 정원을 돌보았지요 ; 하지만 이 벽돌 가루는…정말 희한하군요! 저도 이게 어디서 묻어온 것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설명할 필요 없으십니다, 젋은 친구. 선생과 같이 젊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경우라면 종종 약간의 기발함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지요. 말씀드리건대 결코 나쁜 뜻이 있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지요! 하지만 거기, 선생의 셔츠 소매를 보아하니…제 의도는 아니지만 결국 선생에게 수치스러움을 안긴 모양이군요. 캐묻고 싶은 생각은 정말로 없었습니다…아, 여기 우리의 차가 왔군요!’
홈즈에게 난처한 미소를 짓고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커크패트릭은 이내 쟁반 위의 사물들로 주의를 옮겼고 잠시 후 커크패트릭 양 - 혹은 부인이 나타나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이것으로 아침에 벌인 모험은 끝이 나고 있었다.
마리아 커크패트릭은 키가 크고 우아한 기품을 가진 여성이었다 - 누군가는 분명 그녀가 아들에게 아름다운 눈과 미모를 물려주었다고 말할테지만 분명 그녀의 머리칼은 구릿빛으로 더욱 어두웠다. 그녀는 손가락에 결혼 반지를 끼우고 있었는데 이는 자주 낀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고 의심스러울 정도로 새것 같아 보였다. 그녀의 반응에는 이상할 정도의 불안이 엿보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우리를 따뜻한 친절함으로 맞아들였다. 나로서는 무엇보다도 그녀의 파트너의 마음과 건강상태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홈즈가 갑자기 자신의 관심을 아들에서 어머니로 옮겨가며 더 어려워졌는데, 그녀가 관심을 두고 있는 그리스 문학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결국 나는 모리스 커크패트릭이 건네는 질문의 먹잇감이 되고야 말았다.
내가 멜몬드 씨를 만난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어디서 그를 만났으며 그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거나 사적인 재산이 있는지, 그가 어디에 사는지 등등 그는 그야말로 내 유명인사 친구인 셜록 홈즈에 대한 열렬한 숭배자였다 - 홈즈의 강력한 추리력을 흉내라도 내려던 것이었을까? 그의 추리는 이제 완전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서 내가 그려낸 멜몬드 씨의 모습은 적은 수입과 신뢰할 수 없는 습관을 가진 퇴폐적인 신사의 모습이었는데 이는 내 질문자인 커크패트릭 씨의 의심을 덜 수는 있어도 다소 실망스럽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홈즈 씨는 - 무심코 덧붙이자면 지금 런던에서 자신을 데려온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상태이며 멜몬드 씨는 그의 열렬한 숭배자라기 보다는 엉성하게 그를 흉내내는 것에 불과하다. 불행히도 그는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들에게 이런 종류의 정밀 조사를 가하는데 이는 참 창피한 일이다.’ 라고 말했다.
커크패트릭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속눈썹 아래로 나를 계속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마침내 나는 우리 모임의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를 돌릴 수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대화 주제가 우리의 생각에 가깝게 흘러가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서섹스의 카스테어를 아신단 말씀이시군요, 커크패트릭 양?’ 홈즈가 그렇게 묻고 있었는데,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것 처럼 보였다. ‘어린 아들인 에드워드 카스테어 씨는 저와 함께 옥스포드 대학에 있으면서 그를 조금밖에 알지는 못했지만 고백하건대 전 그 가족들과 친하거나 그 형을 만난 적도 없습니다. 제 생각에 그들 사이는 거의 십 년이나 된 것 같습니다만.’
‘네, 그렇습니다.’ 커크패트릭 양이 마지 못해 대답했지만 나는 우리의 대화가 뜨거운 반열에 올라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장자인 카스테어 씨를 알고 계셨습니까?’ 홈즈가 말하였다. ‘그는 이제 가족 유산을 물려받은 참이라고 들었습니다. 방랑했던 과거를 버리고 좋은 혼인을 이루었다고 하더군요.’
‘전…몇 년 전에 그를 만난 게 전부에요. 그의 아내 분은 만나본 일도 없는걸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커크패트릭 양이 말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집착적으로 자신의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빼내려는 것만 같았다; 나와 그녀의 아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눈치 채자마자 말하기 시작했다. ‘모리스, 어째서 왓슨 박사님과 즐겁게 대화하지 않는 거니? 우리를 무례하다고 여기지 않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왓슨 박사님. 모리스, 박사님에게 케이크를 한 조각 더 드리도록 하렴.’
어머니와 아들 사이로 날카로운 눈빛이 흘렀고, 아들이 날카롭게 받아쳤습니다. ‘그래요, 왓슨 박사님, 이 케이크는 꼭 드셔보셔야 합니다 - 이건 체리와 호두로 만든 것인데 우리 저택의 요리사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음식이지요.’ 그는 과도할 만큼 강한 힘으로 내 손에 접시를 올려두며 말하였다.
남은 시간은 그저 서섹스의 카스테어를 제외한 모든 주제를 가지고 동시에 소리내어 말하거나 너무 거칠게 말하면서 모두 허비해버렸다. 멜몬드 역의 홈즈는 모든 주제에 대해 강렬하게 감정을 표출하거나 주의를 기울이며 대응했다; 심지어는 내가 그의 팔꿈치를 붙잡고 현관까지 갈 정도로 맹렬하게 대화를 이어나가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