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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조사 - 4

A DISCREET INVESTIGATION

by 김뇨롱

우리가 도착했을 때 홈즈는 옆에 신문을 한 뭉치 곁에 둔 상태로 열심히 자신의 수첩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우리를 올려다보았는데, 그의 정갈한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슬쩍 스쳐갔다.


‘아,’ 다시 양이 그에게 증명서를 건네자 그가 그렇게 말했다. ‘그래, 이걸 찾아내는 데에 결국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군요. 제가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저로서는 신중하게 젊은 청년들의 주소를 찾는 데에 주력하고 있었지요 - 켄징턴은 젊은 커크패트릭들이 그리 많은 곳은 아니더군요 - 그래서 우리로서는 빠르게 조사의 다음 단계로 진행을 해야겠습니다.’


그 의문의 남자가 우편으로 우리를 한 방 먹인 걸세.’ 내가 말했다. ‘그 자는 오늘 아침 다시 양의 저택에 강도짓을 하러 왔는데, 이 증명서야말로 그 자가 찾고 있던 물건일걸세.’


이 말로 홈즈를 놀래킬 수 있어 나로서는 얼마나 큰 기쁨을 느꼈는지 모른다. 한참 동안이나 그는 순수한 놀라움에 가득 차서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 후에는 자신의 두 손을 비비며 껄껄 웃었다.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그가 말했다. ‘이 사건은 가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군! 부탁이니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다시 양 -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자, 이 흥미로운 강도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실까요.’


그는 다시 양이 오늘 아침에 겪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가만히 들었다. 그는 완전히 자신의 평정심을 찾은 듯 하더니, 이내 무겁고 엄숙했던 안색이 내가 익히 알고 있던 대로 -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의 파이프에서 새어나온 연기가 우리들 사이를 둥글게 끼며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가 커크패트릭 양의 아들과 아는 사이라는 것이 알려지기 전 까지는 그는 그 인물에 대해 어떤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이런,’ 다시 양이 말을 마칠 때 즈음 그가 중얼거렸다. ‘이것 참 매우 흥미로운 전개로군요. 솔직히 말씀드리건대 저도 이런 전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증명서, 이 아들에 대한 증명서야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 하지만 그가 이런 대낮에 자신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저택에 강도짓을 하러 쳐들어 올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군요…아마도 그는 당신이 말하신 대로 이 증명서를 찾고 있었던 것 같은 모양이군요. 그나저나 이 증명서는 한 동안 제가 지니고 있는 편이 더 안전할 것 같군요. 또한 아마도 그는 그의 어머니 승낙 하에 이런 탐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그 자는 책상 뒤에 있었습니다; 그 자는 정확히 어느 지점을 찾아야 할지 알고 있었던 겁니다. 만일 그 자가 그 순간에 방해를 받지만 않았어도 그는 자신이 찾던 것을 찾아서는 아무도 모르게 창 밖으로 빠져나갔을 겁니다.


뭐, 오늘 아침에는 우리가 운이 좋았던 반면 그 자는 운이 좋지 않았지요. 자 이제 문제는…어째서 이 증명서가 그토록 급히 필요했는가? 그것은 이 젊은이가 빠져든 문제의 본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의 눈은 잠시 텅 빈 것 처럼 마치 꿈이라도 꾸는 모습이었는데, 이는 그가 자신의 생각을 빠르게 진행할 때 종종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마리아는 직접 그 증명서를 찾기 위해 집으로 오지는 않았던 걸까요?’ 다시 양이 가로막듯 말했다. ‘그녀라면 직접 현관으로 걸어들어와서 가져갈 수도 있었을텐데, 어째서 자신의 아들을 시켜서 힘들게 집을 침범해서 가져오도록 시켰던 걸까요?’


‘오, 그건 간단합니다.’ 홈즈가 무심하게 파이프를 휘두르며 말했다. ‘그녀는 단순히 당신을 마주치는 것이 싫었거나, 그 집에 있는 어떤 구성원과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거기에는 그녀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보다도 더 한 비밀이 있어서였을 겁니다.’


다시 양은 잠시 동안 자신의 입술을 꼭 깨물더니 낮은 음색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홈즈 씨, 제가 당신에게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계속 부탁드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는군요. 지금의 저로서는 이 사건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미 마리아의 사생활이 부당하게 파헤쳐진 상태에요.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그녀가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저에게 숨겨왔다면, 아마 그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제가 이것을 캐내서 그자로 하여금 자신의 어머니를 부를 만큼 소동을 피우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겠지요. 어쩌면 그녀가 제게 부탁했던대로 지금으로서는 그녀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지난 후에 그녀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는 거죠.’


홈즈는 찬찬히 듣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밝은 구멍의 틈을 보듯이 좁혀지며 이미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자신의 파이프를 옆으로 두고서는 자신의 두 손끝을 맞닿았다.


‘다시 양은 저의 의뢰인이십니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다시 양께서 원하신다면 언제라도 이 사건을 파헤치는 것에 대해 금지할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합니다. 하지만 바라건대 그 결론에 다다르기 이전에 좀 더 신중함을 기하시길 부탁드리고 싶군요. 커크패트릭 씨는 분명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 상태이고 어떤 수단인지 알 수 없어도 그의 어머니가 그를 도울 수 있다는 것 만큼은 자명합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그 자가 처한 문제의 본질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되도록 도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젊은이는 오늘 아침에 위험을 무릅쓰고 저택에 침입해서 강도짓을 저지를 정도로 절실했던 겁니다. 제 생각에, 그런 일을 계획할 정도의 가능성을 지니는 것은 - ‘협박’뿐일 것 같군요.’


다시 양은 매우 충격을 받은 것 같아 보였다; 그녀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나 또한 매우 놀랐으나 오랜 시간 내 친구의 생각의 열차가 놀라울 정도의 추론 능력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종종 보아왔기에 이런 경험에 미숙한 사람들이 크게 놀라는 것에는 잠자코 있었다.

‘협박이라니!’ 그녀는 혼란속에 빠져서 그 말을 반복하고는 의자 앞으로 조금 나와 내 친구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지만 대체 누가 - 어째서요?’


‘그게 말이죠, 다시 양. 이것은 순전히 보고서 알 수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큰 번거로움 없이 추론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저에게는 증거가 필요하고 이 조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당신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만일 다시 양이 동의하신다면, 신중하게 말씀드리건대 다음 조사의 진행을 위해 지금으로서는 귀하의 댁으로 돌아가 계실 것을 정중히 부탁드리고 싶군요. 저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가 모이면, 그 때에는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릴 테니 이후에 어떻게 할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둘 다 이 문제에 경찰은 부르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는 이전까지의 나른한 태도를 버린 채로 다급히 손짓을 하며 빠르게 말하였다. 다시 양은 상당히 동요된 듯, 아주 약간 망설이더니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알겠어요. 조사를 계속하도록 부탁드리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거죠?’


홈즈는 눈에 띄게 진정했다. ‘저는 모리스 커크패트릭에게 연락을 취할 생각입니다.’ 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 그래요, 저는 왓슨을 대동할 생각입니다. 이 사람은 이미 그 자와 아는 사이거든요.’


‘하지만, 홈즈, 이 사람아.’ 내가 끼여들며 말했다. ‘만일 내가 자네와 그 자의 집을 갑자기 방문하면 어떻겠는가? 얼마나 실례가 되는 행동일지 생각해보라는 말일세. 난 한 번도 그 자의 집에 방문한 적이 없다네. 아마 그 자는 굉장히 미심쩍어 할걸세.’


‘하, 왓슨. 그 자는 아마 내가 나라는 걸 모를걸세.’ 홈즈가 장난기 가득 품은 눈빛을 하고는 말했다. ‘자네 생각에는 내가 그 자의 잃어버린 어머니라도 찾아줄 자문 탐정인 셜록 홈즈라고 날 소개할 줄 알았는가? 아니, 아니지, 나의 친애하는 왓슨. 우리 여기에 조금만 상상력을 더해보세나, 아주 약간만 말이지. 그나저나 다시 양,’ 홈즈가 우리의 의뢰인에게로 돌아서며 말했다. ‘지금 해주실 수 있는 가장 좋은 행동이란 당장에 집으로 귀가하시는 일입니다. 제 손에 필요한 자료를 넣자마자 연락 드릴 것을 약속하지요.’


‘좋아요, 셜록 홈즈 씨.’ 다시 양이 마지 못해 대답했다. ‘조사를 계속 하도록 떠나드리죠. 하지만 정말로 이 모든 것의 원인이 협박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오, 아가씨. 저는 아주 확신합니다. 그것 말고 더 적절한 설명이 있을까요? 믿으십시오, 다시 양. 우리 사회 속에는 이런 협박범 말고도 훨씬 부도덕한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우리 재량만큼 스스로를 위해 경계해야만 하는 이유이지요. 최소한 두 사람의 행복과 안전이 이 사건에 걸려 있는 겁니다.’


‘세 명이지요.’ 다시 양이 가로막듯이 말하였다.


‘그러고보니 그렇군요. 세 명, 혹은 네 명도 되겠군요. 하지만 지금은 기다려주십시오, 다시 양. 좋은 하루 되시길.’


그녀가 여전히 뭐낙 말하고 싶어서 망설이는 듯 보였지만 이내 중얼거리듯 그녀도 말하였다. ‘좋은 하루 되시길, 홈즈 씨. 왓슨 선생님. 오늘 아침에 보여주신 친절에 감사드려요.’ 그리곤 방을 떠났다. 우리는 그녀가 계단을 내려가서 현관을 닫는 소리를 들었다.


‘자, 왓슨.’ 그녀가 떠나자마자 홈즈는 제자리에서 훌쩍 뛰어 일어나 자신의 손을 기쁜듯이 비벼가며 말하기 시작했다. ‘이 일은 정말이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흥미롭기 그지없어, 그렇지 않나? 이 사건은 확실히 특별한 이 사건만의 특징을 가졌단 말이지. 그나저나, 다시 양이 자네에게 꽤 많은 도움을 받았다니 기쁘기 그지 없군. 나로서는 자네의 여성편력이야 믿어 의심치 않던 차였네. 자,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잠시만, 내 말 좀 들어보게, 홈즈.’ 나는 하필 이런 상황에서 발하는 그의 빈정거림에 쓴맛을 느끼며 날카롭게 가로막고선 말하였다. ‘자네에게 이것만큼은 확실히 해야겠네. 다시양이 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했던 점은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면이 아니라네. 도대체가 어째서 여성에 대한 내 감성 같은 걸 가지고 자네가 이렇게 걸고 넘어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다시 양은, - 누가 봐도 독신녀이잖나. 내 생각에 이게 적절한 설명이 될 것 같군 - 이런 걸 보면 자네의 지각도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뛰어나지는 않다고 보네만.’


홈즈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은 채로 올곧게 서서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약오를 만큼의 순수한 기쁨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 얄궃은 친구 같으니,’ 그가 말했다. ‘자네야말로 나를 정말 과소평가하고 있군, 그렇지 않나? 내 분명히 말하건대 정말 넓고 분명하게 이 상황을 보고 있다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자네의 그 여성들과 갖는 친밀도란 - 그래, 왓슨. 자네야말로 평범한 어느 여성이건 - 물론 독신녀도 포함해서 - 누구라도 자네는 깊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잖나. 아마 그건 자네가 의사로서 지닌 장점중 하나일테지. 자, 내가 생각하는 점 중에 대체 어떤 오류가 있단 말인가?’


나는 그만 절망감에 이빨을 꽉 물었다. 바로 이런 때야말로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적에 아무런 예상도 하지 못한 채 열렬히 그가 뽐내는 추리력에 대해 과할 정도로 칭찬을 하고 융숭히 대접했던 것들을 지독하게 후회하는 시점이었다. 나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의 그 ‘방대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보고 있는 힘’이 오늘 아침의 탐색의 결과였고 그 이전엔 내가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는데?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홈즈는 내 허세를 기꺼이 접수하고는 금새 자신이 이득을 볼 수 있는 판으로 갈아 엎은 것이다.


‘그나저나, 왓슨.’ 그가 경쾌한 걸음으로 방을 돌아다니며 거슬릴 정도로 발을 구르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신경쓰일 정도로 내게 무관심함에 대해 꼬집어서 하는 말이네만 자네는 모리스 커크패트릭과 어느 정도 아는 사이이니 나에게 조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네. 내 말하건대 자네가 그를 알고 있는 건 정말 행운이야. 자, 보게나. 그는 내가 좀 거칠고, 형식과 과정에 대해 토론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청년을 더 선호하는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깊은 뜻이 있으면서 미적인 취향이 꽤 있는 노인을 선호하는가? 내가 뭐가 되는 편이 더 낫다고 보는가, 왓슨? 이도저도 아니라면 약간의 퇴폐적인 느낌을 풍기기만 해도 얼추 그의 취향에 맞을 것 같은데, 어떤가?’


이런 식으로 나를 놀려대는 건 더욱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었다. 나는 나의 동요를 감추기 위해 빠르게 방을 가로질러 창가로 다가갔다.


‘먼저 이것부터 말해보지,’ 나는 최대한 태연하게 말했다. ‘대체 왜 그가 협박을 하려는 거라고 생각하나?’


‘오, 내 생각에 그 자는 절대로 협박을 해댈 위인이 아니라네.’ 홈즈가 참지 못하고 바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라면 가능하지. 심지어 좀 더 의견을 더하자면, 아마 자신의 아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으로 보이네.’


‘그 자의 아버지라고?’ 나는 아까 전의 동요도 모두 잊어버린 채로 놀라서 돌아서서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가 없지 않던가!’


‘하, 왓슨. 새삼 자네가 놀랍군. 자네는 의사인데도 그런 말을 하는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아버지가 있다네; 적어도 우린 이 점에 대해 90퍼센트 이상은 확신할 수 있네.’


‘세상에, 홈즈. 당연히 그 자도 아버지가 있겠지만 - 자네 말로는 그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알고 있다는 건가?’


‘글쎄,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 다만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도 알았는가는 지금 확신할 수 없는 노릇이군. 하지만 보게, 자네는 좀 알겠는가?’ 마치 바보나 어린아이에게 참을성을 가지고 설명하듯이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자가 자신의 아버지라고 사칭하는 자의 편지를 받았을 적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세나. 아마 그자는 아마 아버지라는 자에게서 뭔가 증명이 될만한 것을 확인하고 싶었을걸세. 그렇다면 그는 대체 누구에게 이런 확증을 요청하겠는가? 한 번 생각해보게, 이 사람아. 여기서 자네의 정신력으로 한 번 딴지를 걸어야 하는 걸세.’


‘오, 제발 그만 좀 하게나, 홈즈.’ 그가 웃음을 터뜨리려는 걸 보고 나는 힘없이 대답했다. ‘그래서 그자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했던거군. 하지만 아직도 그게 왜 ‘협박’의 모양이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왜, 그것 말고는 없잖은가!’ 홈즈가 난처해하며 말하였다. ‘만일 그 남자가 무려 20년간의 시간 동안 자신의 아들이건, 그 아들의 어머니건간에 연락을 취하지도 않고 있었다면 그 자를 지금처럼 혼돈과 위협으로 몰고 가지도 못했을걸세. 자네도 알다시피 이래서 나는 다시 양 앞에서 이 이야기를 이끌고 싶지 않았던걸세.’ 그는 진지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가며 내 팔을 잡고 이끌어서는 문앞까지 나를 데려갔다. ‘아마 이런 주제는 그녀에게는 무척이나 압박이 되었을걸세. 그녀를 더 끌어들이기 전에 이 문제를 좀 더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네. 자, 왓슨. 이제 서둘러 가서 뽐내는 듯한 단추로 꾸며진 웨이스코트로 갈아입도록 하게! 나라면 구두끈도 바꿀 것 같네만. 목적지에 들르기 전에 잠시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 게다가 자네 오늘 아침에는 어찌나 허둥대던지, 이렇게 자네 뺨에 상처까지 내고 말이야…반면에 나는 내 장신구까지 모두 갖추었지. 이제 우리는 켄징턴으로 가는 길에 우회로로 점심 식사까지 할 수 있을 걸세.’


‘이제야 제안하건대, 홈즈. 아마 나이가 지긋한 신사분으로 변장하는 게 더 적절한 변장이 될 것 같은데 말이지?’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주제 넘을지 모르나 그 커크패트릭이 나를 바라볼 때마다 항상 손윗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거든. 게다가 요 몇년 간 나는 자네보다는 내가 연배가 있으니 내가 제안한대로 한다면 그도 꽤나 만족할 것 같군.’


그의 눈에 장난기 가득한 빛이 훑고 지나갔다. 나는 이내 내가 했던 말의 어떤 부분인지 몰라도 그의 입담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말이라도 할지 모르지만 그런 것들을 듣고 싶지 않아서 나는 빠르게 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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