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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조사 - 2

A DISCREET INVESTIGATION

by 김뇨롱

나는 가능한 서둘러 씻고, 옷을 챙겨 입고 면도까지 하려다 보니 내 조끼 단추는 꼬이고, 신발 끈은 끊어진데다 내 왼뺨의 광대 아래에 상처를 내기까지 했다. 나 자신을 애절하게 보려 노력하며 어딘지 모르게 상처입은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려 노력했지만 보통 흰 빛을 띠어야 할 내 눈의 흰자와 그 아래에 선명하게 드러난 붉은 홍조가 그것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내가 옷을 입으며 씨름하는 동안, 허드슨 부인이 아래 층에 들러 우리가 식사하고 남은 자리에 대해 후속 핀잔을 주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내가 듣던 것은 곧바로 허드슨 부인이 누군가를 따라 가볍게 계단을 오르며 여성들이 중얼대는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내 생각한 대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셜록 홈즈는 나른하게 응수했다.


‘앤 다시 양이에요.’ 허드슨 부인이 우리에게 소개했다.


‘아, 다시 양.’ 나는 그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다시 연락하다니 다행이군요, 여기 앉아주십시오.’


나는 문이 닫히고, 허드슨 부인이 뒷걸음질 쳐서 사라지기를 조용히 기다렸다가 방 밖으로 나섰다. 앤 다시 양은 홈즈가 흔히들 의뢰인에게 앉으라고 청하는 바구니 모양의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검은 우산이 마치 묵직한 창이라도 되는 듯이 옆에 반듯하게 세워져 있었다. 그녀는 검은 테일러 장식의 옷과 모자를 입고 있었으며 이는 그녀의 밝은 눈동자와 더불어 전체적인 인상과는 대조적인 느낌을 던져주었다. 그녀가 날 바라보는 시선에서 어딘지 모를 즐거움이 느껴져 나는 무척 당황했는데, 내가 전에 어디서 그녀를 본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서 상당히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빈틈 없는 프록 코트 차림의 홈즈는 그 맞은 편의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 분은 왓슨 선생님입니다.’ 그가 말했다. ‘여러 사건에서 저를 도와준, 흠잡을 데 없는 친구이지요. 이 자가 우리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머무는 것에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다시 양?’


‘전혀 없답니다.’ 그 젊은 숙녀는 정중하게 내 쪽으로 약간 기울며 대답했다. 다시 한 번 나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어딘지 모르게 즐거워하는 느낌을 포착했다. 나로서는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홈즈와 함께 알아냈던 그녀의 상황과, 그녀를 첫눈에 본 내 견해로는 그녀는 전혀 바람둥이같아 보이지는 않았었는데; 그러나 나로서는 그 어떤 모험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는 홈즈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전에 이런 훈련을 했을 적에 배웠던대로 최선을 다해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표현을 하려 애썼다. 어딘지 모르게 단련되어 보이는 다시 양은 지난 밤의 이야기에 더 자세한 사항들을 덧붙여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들렀던 우체국에서는 그녀의 친구로부터 어떤 소식도 접할 수 없었기에 그 점이 그녀를 무척 걱정스럽게 만들었고 결국 그녀는 자신의 친구의 실종에 대한 의혹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마음을 먹게 된 것이었다.


‘마리아는 이 편지를 자그마치 몇 년에 걸쳐 받고 있었어요.’ 그녀는 말했다. ‘불규칙적인 주기였지만 적어도 4~5년 주기로 말이죠. 처음엔 난 그걸 가지고 그녀를 놀렸지만 이내 나는 그녀가 그 일에 대해, 그리고 누가 보낸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알려주지 않아 화가 났었죠. 하지만 아마 그건 우리의 오랜 친분과 친밀함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녀가 곧잘 융통성을 가지지 못해서 그럴 뿐일지도 몰라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 편지들이 비밀에 부쳐질 정도로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저는 그 일을 악화시키느니 가만히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그녀에게 그 일에 대해 물어보는 일도 하지 않게 되었죠. 그런 걸 생각해보면 그 모든 편지들이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부쳐졌다는 걸 알았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짐작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그 오래 전 그녀가 이야기했던 그녀의 어머니요. 그녀가 이제 막 20을 넘겼을 시절 돌아가셨던 그 분 말이죠. 자신의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왜 그렇게까지 나에게 숨겼어야 했던 걸까요? 저로서는 짐작 가는 바가 전혀 없어요.’

그녀는 한숨을 쉬며 잠시 멈추더니, 홈즈가 난로가에 둔 페르시안 슬리퍼에 시선을 고정하면서 그녀 자신의 친구가 자신에게 왜 그랬는가를 찾아내기라도 하는 듯 유심히 생각을 집중하고 있었다.

몸을 앞으로 내민 채 그 모습을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고 있던 홈즈가 이내 그 침묵을 깨트렸다. ‘커크패트릭 양을 얼마나 알고 지내셨나요, 다시 양?’


‘다 헤아려보면 대략 8년 정도가 되는군요.’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대부분의 그 시간 동안 당신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믿으시는 것이겠지요?’

다시 양의 눈섭이 위로 올라갔다. ‘우리는 지난 6년간 같은 하숙집을 공유했는걸요.’


‘그 친밀한 관계 속에서 말이죠?’


‘네, 홈즈 씨.’


‘그럼에도 다시 양은 단 한번도, 커크패트릭 양의 가족을 만나본 적이 없으시다는 겁니까?’


‘전혀요. 그녀의 어머니는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듯이 이미 돌아가셨던 것으로 알았고, 그녀의 아버지는 은퇴 후에 서섹스에서 지내고 계신데 두 번째 부인을 잃은 뒤 여동생 분에게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고 계시지요. 그녀의 남동생은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동생이 어디 사는지는 저도 잘 알지 못해요. 가족들 중 그 누구도 내 존재를 환영하지도 않을 거고, 사실 그들이 제 존재를 알고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겠어요.’


홈즈는 손으로 턱을 괸채로 그의 눈썹을 들어올렸다. ‘그런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나는 잠시 위를 올려다 천장을 바라보며 허드슨 부인이 매주 한 번씩 방을 점검하는 동안 거미줄들을 세고 있었다.


다시 양은 잠시 멈춰 자신의 대답을 고르고 있었다. ‘제 생각엔-‘ 그녀는 조심스럽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제 상황이 - 그러니까 저의 배경이요, 저의 가족들의 배경이 저의 어린 시절 양육과 빈곤과도 상관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런 점들이 수치심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킬거에요. 커크패트릭 가는 서섹스에서 제일 가는 가문이에요. 사회적으로도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죠.’


굉장하군. 나는 거의 소리를 칠 뻔했다. 본능적으로, 그녀는 내 친구가 가진 사회적인 경향성을 건드리는 말들을 조금씩 꺼내고 있었다. 그는 그 자신의 보헤미안적 영혼으로 거의 대부분의 사회적 양상을 혐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친애하는 다시 양.’ 그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정말 유감이오만 저는 당신이 그런 무지와 편견으로 고통받도록 두지 않았을 거라 믿습니다만.’


‘오, 그럼요, 홈즈 씨. 저는 저의 무지나 편견이 조금이라도 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확신해요.’


나는 혼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으나 다시 양의 짜증스러운 표정을 알아차리고는 다소 당황했다. 약간 상기된 느낌이 그녀의 두 뺨에 남아 있었다. 어떻게든 그녀에게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나에게는 그럴 시간도, 장소도 마땅치가 않았다.


‘말씀하시기로는 당신의 그 친구분이 그녀의 엄마로부터 온 편지를 종종 태워서 없애버렸다고요.’ 홈즈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가 그러는 걸 종종 지켜보셨었나요?’


‘아뇨, 그녀는 그걸 제 앞에서 태우거나 해서 저의 흥미를 유발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종종 창살 사이에 남은 재를 발견하기도 했고, 채 타다 만 편지 조각을 발견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편지 그 자체는 늘 모두 태워져 있었어요.’


‘그렇다면, 가끔 그녀가 그걸 덜 태우거나 덜 처리할 수는 있겠지만…보통의 경우 그녀는 그걸 모두 태워버렸다 이 말이군요.’


‘정확해요.’


홈즈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묻기 시작했다. ‘실례지만 하인을 몇 명 고용하고 계십니까, 다시 양?’


‘네 명이에요. 두 명은 남자이고, 한 명은 요리사이고 또 한 명은 가정부이죠. 이들 모두 우리와 상당한 시간 동안 함께 해왔어요. 그리고 전 이 모두를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해요. 불행히도 그들 중 한 명인 존이 자신의 병든 어머니를 위해 떠나게 되었지요. 우린 그가 무척 그리울거에요.’


‘혹시라도 커크패트릭양이 당신 모르게 그들 중 한 명과 비밀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보신 적 없으십니까? 그 편지들은 그 관계에서 생긴 것들일 수 있으니까요.’


다시 양은 그 제안이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으나 잠시 고민하는 것 같아 보였다. 잠시 시간이 지난 후 그녀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이미 전에 그들에게 그녀가 갈법한 곳에 대해 물어봤었지만 그들도 마찬가지로 저만큼 모르더군요. 가정부는 그녀가 편지를 두고 떠난 것에 대해 이야기해주었고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외에 제가 달리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흠.’ 홈즈는 그 말을 수긍하는 듯 잠시 자신의 손끝들을 부딪히더니 다른 이론으로 넘어갔다.


‘커크패트릭 양은 어쩌면 그 모든 편지를 불태우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어디에 편지나 서류등을 보관했습니까?’


‘그녀 방에 있는 그녀의 책상이오.’


‘그 책상이 잠겨있나요?’


‘네, 하지만 저는 그녀가 열쇠를 어디에 보관하는지 알아요. 그녀는 열쇠를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고 전 이미 그 책상을 조사해봤어요. 이렇다할 건 찾아내지 못했어요 -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만한 그 어떤 물건도요.’


홈즈는 눈을 가늘게 떴다. ‘대체 무엇을 찾으신 거죠, 다시 양?’


우리의 의뢰인은 주눅이 들었다. ‘몇년 전 제가 그녀에게 써준 편지들과, 몇몇 사진들이었어요 - 그 중 몇가지는 아마 그녀의 남동생으로 보였어요 - 그녀가 그걸 보관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몇 가지 공문서와, 재무 기록표 등이었어요…제가 충분히 주의깊게 조사하지 못했다는 걸 시인해야 할 것 같군요.’

홈즈는 잠시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파이프에 손을 댔다. ‘제가 담배를 좀 피우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다시 양.’ 그는 파이프에 불을 붙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그 파이프는 오랜 흙으로 빚은 것이 아니라 질레나무로 만든 파이프였다.)


‘저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제가 마리아를 알고 난 후부터 그녀는 그녀 때문에, 혹은 저 때문에라도 남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심지어 성탄절 안부 인사마저도 나누지 않았어요.’


홈즈는 이내 파이프에서 입을 떼더니, 그의 의자 앞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는 정밀조사라도 하듯이 가늘게 뜬 눈으로 우리의 의뢰인을 잠시 살펴보았다. ‘당신은 그녀의 남동생을 한 번도 본 일이 없다고 하셨죠.’ 홈즈가 말했다. ‘그럼에도 그게 남동생이라는 걸 당신은 한 번에 알아보았습니다. 전에 커크패트릭 양이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었던 건가요?’


다시양의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건 아니지만, 나는 당연히 그게 그녀의 남동생일거라 짐작했어요 - 그는 그녀와 무척 닮아보였거든요! 물론 사진 속의 그가 더 젊어 보였어요 - 거의 20대처럼 보였어요 - 아마 그는 지금 쯤 40대 가까이 되었겠지요. 사진 속에서는 앳된 소년 느낌까지 났어요.’


‘그래요? 커크패트릭 양의 어린 시절 모습도 그 사진에 같이 있었고요?’


‘아뇨, 그녀의 남동생 뿐이었어요.’


‘그런 사진이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약 40년의 시간 동안이나 계속 남겨져 있었다는 게 무척 놀랍지 않습니까?’


‘글쎄, 그렇죠, 제 생각에는...하지만 그 가족들은 제가 말씀드린 것 처럼 무척이나 부유해서 은판 사진까지도 의뢰할 수 있을테니까요…여기서 어떤 연관성을 찾고 계신건가요, 홈즈 씨?’


홈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자신의 파이프를 들어올린 뒤 숨을 내뱉느라 바빴다. 이내 그는 말하기 시작했다. ‘대단히 무례한 질문일지 조심스럽슴니다만, 다시 양…실례지만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저는 29살이에요.’


‘아, 그러나 커크패트릭 양이 더 나이가 많지요, 그렇죠? 그녀의 남동생처럼 약 40대 정도로 보입니다만.’


‘맞아요, 홈즈 씨. 하지만 제가 참는 것이 가능한 건 -‘


‘신경 쓰지 마십시오, 다시 양. 자, 이제 제가 말하는 대로 해주십시오. 집에 가서, 그 책상을 다시 조사해보는 겁니다. 뭔가 놓치신 게 있으실 겁니다. 어딘가, 그 공문서들 중에서 뭔가 드러내는 중요한 문서가 분명 있을 것입니다. 아마 그건 숨겨져 있을거에요; 서랍에 어디 숨겨진 공간이 있지는 않은지도 찾아봐 주십시오. 왓슨 선생과 함께 가십시오. 그는 제 방식을 알고 있으니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뭐라도 찾아내신다면 곧바로 여기로 돌아오십시오. 제가 집에 없을 때라면 저를 기다려주십시오; 저는 제 나름대로 찾아내야 할 몇 가지 의문들이 있어서요.’


그는 말하며 일어서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것처럼 몸을 돌렸다. 다시 양도 함께 일어섰다.


‘잠시만, 홈즈.’ 그들이 일어서자 나는 급히 일어나 말했다. ‘자네와 잠시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군. 다시 양,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여기서 저를 좀 기다려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흐트러지며 그의 방으로 그를 따라 들어섰다. 모두 사용한 주사기들이 모로코 케이스 옆, 책상 위에 널부러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홈즈는 부드러운 웃음 외에는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서 즐겁다는 표정으로 두 손을 비비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왓슨. 자네 말대로 최근 나는 내가 스스로 만든 무기력증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네. 하지만 이 사건이야말로 그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들어주었지. 고로 자네가 그간의 날 책망하려 해도 너무 늦어버렸다네. 자, 그럼 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그게 말이지.’ 나는 혼란에 빠져서 대답했다. ‘난 자네가 나에게 뭐라도 좀 더 정보를 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일세, 홈즈. 자네는 지금 나를 사라진 문서를 찾는 일에 투입했잖나. 적어도 나로서는 그 문서의 특징이 될만한 것에 대해서라도 알아야 하지 않겠나?’


‘나의 친애하는 왓슨.’ 그가 말했다. ‘자네가 지금 모르는 건 당연할걸세. 자네가 그거 추리해내지 못하면, 알아낼 자격조차 없는 걸세.’


‘하지만 이런, 홈즈. 단순히 그녀가 자신의 남동생의 사진을 보관했다는 정보에서 내가 대체 무엇을 알아낼 수 있겠는가? 내 입장에서 자네는 너무 빠르게 움직인단 말일세. 보게나,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자네를 돕고자 하지만, 자네는 늘상 나를 가장 낯설고 척박한 환경을 던져놓잖나. 늘 나를 어둠 속에 던

져 넣으면서 자네만 이득을 취하고 있단 말일세.’


‘아니, 전혀 아닐세, 이 사람아.’ 홈즈가 나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실제로 전혀 아닐세.’

나는 그가 들을 수 있을 만큼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내가 대체 어느 지점에서 이득을 취하는가.’ 그가 이치에 맞게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로 하여금 이 매력적인 여성분과 함께 한 숙녀 분의 책상 서랍을 탐색하도록 일을 맡기면서 말이지. 자네가 제대로 볼 줄만 안다면 자네의 관찰력도 나만큼이나 좋은 편이라네. 나로서는 단지 자네가 거기서 찾아낼 수 있을거라 짐작하는 놀라운 문서를 나에게로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네. 자네는 그 물건을 보자마자 알아챌 거야. 내가 말하는 이득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겠는가? 하지만 보게나, 단서는 전보 속에 있다네. 전보에 쓰여있던 내용이 무엇이던가?’


‘당장에 오거라. 엄마가 도움이 필요하단다.’ 내가 되풀이했다.


‘그래, 바로 그거지!’ 홈즈가 승리에 도취한 듯 외쳐댔다. 나로서는 여전히 이 모든 게 오리무중이었고, 그 또한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홈즈가 나를 놀리도록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이내 그 태도에서 불만에 찬 분위기를 읽고는 문을 향해 나섰다.


‘그래, 좋다네. 홈즈.’ 나는 위엄을 담아 말했다. ‘나중에 보도록 하지.’


‘그래, 그렇고 말고, 내 친애하는 친구여.’ 그는 어느새 내 뒤로 다가와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자, 이제 가보게나. 우리의 의뢰인이 기다리고 있다네. 그녀는 곧 자네야말로 나보다 훨씬 좋은 동행인이라는 걸 알게 될걸세. 결국 이성 관계는 자네 전문 분야가 아니던가.’

그가 내 달아오른 뺨을 볼까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섰고 문을 나오자마자 닫아버렸다.


‘이제 가보도록 하실까요, 다시 양.’ 나는 활기차게 우리의 의뢰인에게 말하였고 그녀 또한 흥미롭다는 눈으로 화로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나에게 응수했다. 나는 옷걸이에서 모자와 코트를 꺼냈고 그녀 또한 자신의 우산을 들고 일어섰다. 우리는 이내 방을 가로질러 바깥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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