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SCREET INVESTIGATION
캠버웰로 향하는 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최대한 나의 흐트러진 감정을 바로잡고 침착해지려 애를 썼다; 그러나 내 동행인은 아무래도 다른 생각을 가진 모양이었다. 그녀는 내가 그런 분위기를 잡기도 전에 이륜마차를 환영하며 마부에게 가는 길을 일러주기 위해 자신의 우산으로 천장을 활기차게 두드리는 바람에 그녀의 옆에서 좀처럼 진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녀가 유심히 나를 살피는 와중에도 나는 최대한 그녀의 옆에 앉아서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자, 말해보세요. 왓슨 선생님." 그녀가 말했다. "홈즈 씨는 둔한 척을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정말로 둔한 건가요?"
나는 대단히 당황했으나 중립적인 느낌을 유지하려 애썼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군요, 다시 양." 나는 다소 거만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이내 미소 지었다. "제 생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신 거군요, 왓슨 박사님?" 그녀는 음성을 내리깔며 말했다.
나의 거만한 태도가 놀라움에 씻겨 내려갔다. "이런, 아가씨." 나는 생각했던 것 보다도 훨씬 당황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는 정말이지 당신에게서 그런 모습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요, 정말로요!"
다시 양은 자신의 우산 손잡이를 어루만지는 듯했다. "그래요? 어젯밤 저녁 이후로 제가 내내 당신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다는 것만 봐도 선생님의 관찰력은 큰 의미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나는 완전히 넋이 나갔고,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내 뺨에 스미는데도 그녀는 차분히 자신의 할 말을 이어갔다.
"어젯밤 제가 당신들의 하숙집에 들러서 당신의 존경하는 친구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곤 결심했지요. 제 빈 집으로 돌아오기 이전에 저 스스로 뭐라도 조사해 봐야겠다고 말이죠. 여전히 이른 시간이었지만 저 스스로를 그런 좀 더 비공식적인 - 위험한 뒷골목에 들어서는 것에 대한 위험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어요. 저는 마리아와 제가 곧잘 만나곤 하던 비밀스러운 장소에 가서 그녀에 대해 수소문할 생각이었죠. 소문이란 정말 빠르고, 대부분의 그런 소문들은 빠르게 모여들죠 - 예를 들어 리차드슨 씨의 사무실 말이죠. 하지만 거기서, 왓슨 선생님. 제가 지금부터 하려는 말은 이미 선생님이 알고 있는 내용일 거예요. 그 건물에서 제가 당신을 보았을 때, 제가 실수한 게 아니라면, 당신과 동행하고 있던 자는 폐하의 기병대였어요. 물론, 그때만 해도 저는 당신이 왓슨 선생님일 거라는 건 몰랐지요. 다만 당신은 한 번 보면 익숙할 정도로 알아볼 수 있고, 그로 인해 이미 저는 당신을 보았던 걸 떠올릴 수 있었던 거예요."
"그러니 생각해 보세요, 그 제퍼슨 호프 사건으로 흥행을 일으킨 신사분의 연대기 작가로서 유명한 왓슨 선생님으로 그 남자가 홈즈 씨의 방에 들어섰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저는 당신이 쓴 모든 이야기를 정말 흥미롭게 읽었어요, 왓슨 선생님; 결국 저는 홈즈 씨의 열렬한 예찬론자가 되었고, 보시다시피 이렇게 지극히 제 개인적인 문제까지도 와서 의뢰할 정도가 되었지요. 물론 그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의 여러 성공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그 이야기들에 대한 것도 언젠가는 책으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선생님처럼 재주가 많은 서술자라면 그분의 재능을 그렇게 내버려 둬서는 안 돼요!"
나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애를 써가며 그녀의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다; 나는 이내 목을 가다듬고 그녀에게 옅은 미소를 보였다.
"부디 이해해 주세요, 왓슨 선생님." 그녀가 나의 불쾌감을 포착한 듯 말했다. "부디 이 건으로 당신이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해요. 그에 반대의 감정을 가져주기를 바란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무척 친절하시군요, 다시 양." 나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하며 그녀의 말을 믿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걸 느꼈다.
"그래요, 우리는 적어도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군요." 나는 따뜻한 음성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셜록 홈즈씨에 대한 당신의 질문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그의 태도가 전혀 무관심할 정도로 둔감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제가 보기에는 그래요. 그의 관찰력과 추리력은 당신도 알다시피 비범하기에 모든 사람들은 그의 앞에 마치 열린 책과도 같을 거예요 - 하지만 그는 그걸 티 내지 않기로 한 거예요. 아니면 최소한 그의 성격 때문에라도 언급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거예요. 저 또한 7년 동안 함께 숙박했지만, 우리가 깊은 관계는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해야겠군요."
그녀가 우리의 상황을 오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는 최대한 간곡하게 말하였다. 그녀는 나를 심각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를 매우 좋아하고 있군요, 그러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말이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좌석의 모서리를 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곤 우리가 이제 막 카페 로열의 문가를 지나며 곧 피카딜리 광장에 다다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내 시선을 옮겨서 이륜마차의 내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시 양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나 티가 나나요?" 결국 나는 이렇게 말해버렸다.
"알법한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고, 알아맞히게 된 거죠. 아무래도 이 상황에 대한 건 셜록 홈즈 씨를 제외하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군요."
나는 다시 한숨을 내 리쉬 고는 딱딱한 의자에 몸을 기댔다. 감정의 파도가 나를 덮쳐왔고 내가 말한 내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정말 미안해요, 왓슨 선생님." 다시 양이 조용히 말했다. "부디 제 결례를 용서해 주세요. 선생님과 홈즈 씨의 관계에 대한 저의 저속한 호기심을 채우려다 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군요, 하지만 감히 말씀드리건대 제 상황을 모두 보여드린 것에 대해서 두 분 중 그 어느 분에게도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생각했거든
요. 정말 미안해요."
나는 그녀를 향해 돌아서며 회한에 찬 미소를 보이려 애썼다. "사과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다시 양." 나는 말했다. "저와 셜록 홈즈씨의 관계성이란 친히 보셨듯이 가장 불만족스럽고 한 마디로 단정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 관계의 끝에 다다라서야 하늘이나 알 정도이지요."
우리는 잠시 침묵 속에 충격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지날 때 즈음 나는 덧없이 어젯밤 내 친구와 다시 양이 나를 관찰하는 것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역겨움과 절망이 내 위로 올라와, 서레이 가를 가로지르는 탁한 물을 응시하도록 만들었다. 다시 양은 내 마음속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이 내 쪽으로 몸을 기울더니 동정심이 어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셜록 홈즈 씨는 수수께끼를 남겨두고 통제하기를 좋아하죠." 그녀는 말했다. "그것만은 분명해요.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이 없다면 그는 길을 잃고 말 거예요. 제 말을 명심해 주세요, 그는 내보이는 것 보다도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언젠가 그가 그 감정들을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는 한 번도 저에 대한 애정을 내비친 적은 없습니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러기는커녕 그는 오히려 바람둥이 같은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죠. 처음에는 저를 매료시키듯이 분위기를 급작스럽게 바꾸곤 했지요 - 저는 그와 같은 남자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것이 점차 그를 향한 나의 열정이 진정하기 힘들 만큼 커졌다는 걸 알아채게 된 것이지요."
나는 겨우 몇 시간 전에 알게 된 사람에게 내 마음의 짐을 모두 털어 넣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처음에 나는 망설였지만, 이내 그녀가 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걸 상기해 냈다; 상처를 입었다면, 그대로 상처를 입었을 것이었다. 왠지 모를 안정감과 허세가 섞인 채로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보시다시피 저는 의학에 몸을 담은 사람이라 이런 것들을 이해하는 데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그렇게 놀랍지도 않았지요; 뒤돌아보며, 제가 늘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던 겁니다. 이건 참 아이러니입니다 - 어떻게든 저는 한 여자의 남자로서 살아가고자 했지요. 오직 홈즈만이 그걸 믿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일에 대해서 바보처럼 과장해 가며 말할 때, 그가 저에게 던졌던 그 표정만큼은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그건 마치 저를 감정하듯이 차갑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이었어요. 전 그것에 화가 났지요. 그는 제가 화를 내는 것을 즐거워하더군요. 그는 여전히 제가 숙녀분들에게 유용하다는 것을 가지고 저에게 농담을 건네곤 하지요."
"당신이 말한 것처럼 그가 말하는 것 보다도 더 많은 감정을 저에게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그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서툰 것과, 나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느끼는 역겨움이겠지요. 그는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것을 극도로 피하고 있습니다. 왜인지는 저도 모르겠군요. 제 생각에 그는 삶을 좀 더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사건에 대한 그의 집착이 없다면, 아마 그는 길을 잃을 겁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든 그 스스로 인정한다 할지라도 그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그에게는 불가능하니까요. 게다가 여기에는 그의 명성과, 저의 명성도 걸려 있습니다. 저는 그의 옆을 지킴으로써 그런 위험을 짊어지고 있지만 저로서는 다른 곳에서라도 위안을 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대부분의 제 성별보다 약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저로서 선택할 만한 방안이었다
고 말하기는 어렵겠군요."
나는 침묵 속에 일관하며 다시 시선을 창밖의 거리로 던졌다. 우리의 마차가 빠르게 캠버웰에 다가서고 있었다. 내 옆에 있던 다시 양이 한숨을 쉬었다.
"정말, 미안해요, 왓슨 선생님." 그녀가 재차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것에 대해 조언해 드릴 수 있는 것 정도예요. 선생님의 명성이야말로, 말씀하셨던 것처럼 가장 중요한 거겠죠,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말이죠 - 하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그녀는 이 시점에서 조금 웃었다.) "이 사회에서 가장 고상한 자들이 그렇듯 그걸 보호할 방법도 분명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연락을 취하는 분들 중에서도 몇몇 유명한 남성분들의 헌신적인 부인 분들도 계시니까요."
"그래요?" 나는 충격보다는 흥미를 느끼며 중얼거렸다. "정말 사려 깊고 동정심이 깊으시군요, 다시 양. 하지만 제 일에 우리가 가진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건 용서할 수 없이 이기적인 일이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전혀 아니랍니다, 왓슨 선생님." 그녀가 대답했다. "부디 너무 마음 쓰지 말아 주세요. 오히려 이런 대화는 저의 상황에서 잠시라도 눈을 돌리게 도와주니까요."
우리가 탄 마차는 이내 캠버웰 그린에 당도했고, 하얀 현관을 가진 넓고 우아한 조지아 가에 다다라서는 이내 이륜마차가 멈춰 섰다. 우리는 마차에서 내려섰고, 다시 양이 현관으로 향하는 도중에 나는 마부에게 삯을 지불했다. 그녀가 현관에 도착하기도 전, 한 하녀가 정신을 잃을 듯이 돌진해서 그녀에게 부딪힐 정도로 빠르게
다가왔다.
"오, 아가씨, 오 아가씨!" 그녀는 격앙되어 울먹이고 있었다.
"왜 그러니, 헤티!" 그녀가 외쳤다. "대체 무슨 일이야? 좋은 일이니, 나쁜 일이니, 해티?"
"나쁜 일이에요, 아가씨." 그녀는 헐떡이며 말하고는 그녀의 팔을 잡아끌며 덧붙였다. "오, 하지만 그렇게 나쁘지만도 않아요. 하지만 강도가 들었어요!"
"강도가?" 나와 다시 양 모두 놀라서 외쳤다.
"네, 아가씨; 아침에 제가 응접실의 뒤편을 닦는 동안 누군가가 위층에 몰래 들어왔어요. 마리아 아가씨의 방에서 나는 소리를 제가 들었고, 저는 마리아 아가씨가 돌아온 것으로 생각했지요. 그래서 저는 빠르게 계단을 올라 그 방으로 들어섰어요. 하지만 웬 신사분께서 그분의 책상 뒤에 서 계셨던 거예요!"
"세상에," 복도를 통해 그 소녀를 따라가며 다시 양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우리 둘에게 오른쪽 방을 가리켰다.
"잠시 여기 앉자꾸나. 그리고 숨 좀 돌리렴. 왓슨 박사님, 여기 앉아주세요."
그녀는 편안해 보이는 안락의자를 내게 권했고 주변의 세련된 가구와 어수선한 분위기에 상관 않은 채 나는 그 자리에 앉았다.
"자, 헤티." 다시 양이 말했다. "소파 위에 앉아서 그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에게 말해주렴. 왓슨 선생님은 염려하지 말고 - 그는 우리를 도와주러 오신 거란다."
"그게 말이죠, 아가씨." 헤티가 소파 끝에 불편히 앉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제가 다가오는 걸 들었을 거예요, 분명히… 제가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 오, 그건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아가씨!" 그녀는 자신의 작고 창백한 눈동자를 번쩍 뜨고는 자신의 손을 가슴께에 가져다 두었다.
"왜 그러니 헤티, 대체 그의 어떤 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니?" 다시 양이 인내심을 갖고 물어보았다.
"그게, 그는 너무 마리아 아가씨와 똑같이 생겼어요! 그의 머리 하고, 옷가지만 빼면요. 저는 그를 바라본 채로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멈춰버렸어요. 하지만 그가 말하기 시작했죠. "아, 네가 바로 헤티구나!" 대체 그는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던 걸까요? 저는 살아생전 남자의 눈빛이 그런 모습을 한 건 처음 봤어
요!"
그 소녀는 그녀의 주인으로부터 황당함과 간절함을 담아 이내 나를 바라보았다. 나 또한 충분히 놀랐음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는 젊어 보였니, 아니면 나이 들어 보였니, 헤티?" 그녀가 물어보았다.
"젊었어요, 아가씨. 저는 가능한 크게 존을 불렀고, 그 신사분은 창문 쪽으로 뒷걸음치며 "자, 헤티, 진정하고 - "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는 존이 계단을 뛰어오르는 걸 듣고는 그대로 창문 바깥으로 뛰어내리고 말았어요. 존과 저는 그가 정원을 가로질러 울타리를 뛰어넘고 도망가는 것을 지켜보았죠. 존이 곧 그를 잡기 위해 내려갔어요, 하지만 이미 그때 그 신사분은 멀리 떠난 뒤였죠."
다시 양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그 강도를 찾아보려는 듯 창가를 향해 다가갔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그가 책상에서 가져간 건 없었나?" 내가 물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선생님. 적어도 이미 주머니에 챙겨 넣었을 거예요. 그가 그걸 열어보았는지조차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경찰을 불러야 할까요, 아가씨?"
다시 양은 미심쩍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일단은 우리가 먼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다음에 셜록 홈즈씨에게 연락하는 게 좋겠어요. 그분이라면 어떤 게 최선인지 알 테니까요."
그리하여 우리는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헤티의 증언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를 알기 위해 하인 존에게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커크패트릭 양의 방은 매우 밝고 공간이 넓었는데, 집 뒤편에 잘 가꿔둔 정원이 보일 정도였다. 드넓은 내 리창이 밖의 오른편에 자리한 울타리로 가로막힌 잔디밭을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그 창을 열고는 잠시 바깥을 내다보았다.
"그 자가 도망칠 만한 길로 짐작 가는 데가 있나?" 나는 우리를 따라 방으로 들어온 존에게 질문했다.
"네, 선생님. 벽을 따라 난 등나무가 보이십니까? 그자는 그걸 따라서 아래로 내려왔던 겁니다. 그다음 울타리를 넘고서 통로를 따라간 것이지요. 저는 계단을 내려와 현관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그 자는 이미 길에서 벗어나 있었지요, 저보다도 더 빠르게 치고 나간 겁니다."
나는 복도 한편에서 걱정스러운 태도로 서있는 헤티에게로 돌아섰다. "그리고 이 창문은 열려 있었던 거군. 이 방에 와서 그 남자를 만났을 때 말이지."
"맞아요, 선생님. 저로서는 그가 그렇게 도망칠 수 있을지도 알지 못했어요, 선생님."
솔직히 말하건대 나로서는 그렇게 질문하고 스스로 추론해 내는 것을 즐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홈즈가 중앙에 자리해서 모든 관심을 받을 때 내가 부정해 왔던 중요한 감각을 누리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는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만일 그였다면 가장 먼저 책상 쪽으로 관심을 돌릴지, 혹은 창턱 쪽으로 관심을 돌렸을지를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전자의 것으로 생각을 결정했다; 하인들을 모두 물러서게 한 뒤, 다시 양은 이미 책상을 열어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뭐라도 없어진 물건이 있나요?" 나는 그녀와 함께 하며 물었다.
"아니요, 적어도 제가 보기엔 아닌 것 같아요. 보시다시피 손대지 않은 채 다발로 묶인 제 편지가 몇 가지 있고 - 그녀는 이걸 재빨리 리본으로 묶어 옆으로 치워두었다 - 그리고 여기 몇 가지 청구서가 있군요, 모두 납부한 것들이에요, 재단사로부터 온 영수증도 몇 장 있군요; 마리아의 수첩 - 전 이미 이걸 살펴보았어요, 왓슨 선생님. 이 수첩의 내용에는 별다른 특이점도 없었고 제가 모르는 약속이나 일정도 없었어요. 여기 물건들은 그녀의 문구용품 들이에요; 펜과 잉크가 튄 종이들이요; 그리고 몇 가지 도장들이요 - 아, 그리고 여기 홈즈 씨가 그토록 관심을 기울이던 사진들이에요. 제 생각엔 여기 다 있는 거 같군요 - 다섯 장 모두요. 세 장은 그녀의 남동생에 관한 것들인데 그중에 두 장은 어린 시절의 사진이에요."
나는 그 사진을 받아 들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어린 시절의 사진이 가장 앞에 있었는데 - 금발의 곱슬머리를 하고 약간 토라진 얼굴을 한 귀여운 소년의 모습이었다.
"이것들은 은판 사진이 아니군요." 내가 놀라서 말했다. "이건 계란지에 인화한 사진이군요. 이 사진들이 무려 40년이나 전부터 보관되어 왔다니,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이걸 좀 보세요." 다시 양은 첫 번째 사진을 가져가 살펴보더니 이내 다른 사진들도 가져가 살펴보았다. "선생님 말이 맞군요." 그녀가 천천히 대답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아무래도 제가 너무 서두르느라 이 사진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것 같군요. 그렇다면 대체 누가… 왜죠, 왓슨 선생님.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 걸까요?"
그녀는 내가 숨을 고르는 걸 지켜보았다. 나는 그 뒷장 사진들을 살펴보았는데 한 청년이 어린 시절의 모습을 간직한 채, 아까의 그 심통스러운 표정이 다소 완화된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껍게 말린 머리와, 작은 입 그리고 긴 속눈썹을 가진 시원한 색채의 눈동자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눈에 익은 인상이었다.
"근데…이 남자를 알 것 같군요." 나는 불안에 흔들리며 말했다.
다시 양은 나를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당신이요? 하지만 어째서 당신이 마리아의 남동생을 알 수 있는 거죠? 게다가, 그는 지금이라면 그도 이 사진이 찍혔을 때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든 상태일 거예요. 아무래도 선생님께
서 잘못 보신 거겠죠."
"아닙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돌아서며 주장했다. "실수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사진들은 매우 최근에 찍힌 거예요. 이건 커크패트릭 양의 남동생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성을 나누는 가까운 친척일 수는 있겠지요 - 이건 모리스 커크패트릭이라는 자입니다. 저는 이 자를 잘 알고 있지요. 저는 종종 그와 경매장에 가서 내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 돈을 걸고요. 정말이에요, 확신할 수 있습니다. 다시
양."
다시 양은 사진에서 눈을 떼고 오래도록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나 또한 그녀가 하던 대로 똑같이 했다. 그리고는 거의 동시에 우리는 문을 향해 뛰어간 다음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 하녀를 불러냈다. 우리의 합창이 헤티를 잽싸게 움직여 위층으로 올라오게 만들었다.
"헤티." 다시 양이 나에게서 사진을 가져가 그녀 앞에 보여주며 말하기 시작했다. "헤티, 마리아의 책상 근처에서 본 신사분이 혹시 이 사람이니?"
헤티의 눈이 사진을 보자마자 커졌다. "맞아요, 아가씨, 바로 이 사람이에요!" 그녀는 단번에 대답했다. "그는 대체 누구예요?"
"나도 잘 모르겠구나, 헤티." 다시 양이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하였다. "하지만 곧 알아낼 거란다."
그녀는 방으로 천천히 돌아가며 놀란 소녀를 그대로 뒤에 남겨두었다. 나는 곧바로 그녀를 제자리로 돌아가게 하고는 다시 양을 뒤따라갔다.
"제 생각에는," 나는 그녀가 기계적으로 책상을 치우는 것을 바라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실은 전 커크패트릭의 주소를 알고 있습니다. 어딘가에 기록해 둔 기억이 납니다. 그가 자신의 카드를 잃어버렸을 때 저에게 남겨준 것이 있지요. 역시 어디선가 저 필체를 본 것 같은 기억이 있었어요."
"대체 어떤 필체 말이시죠, 왓슨 선생님?" 그녀가 갑자기 물어보았다.
"왜, 그 봉투 안에 있던 -" 나는 말을 하다 중간에 멈췄고, 그녀 또한 그대로 행동을 하다 중간에 멈췄다. 또 한 번,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편지들이요." 결국 나는 분명하게 그 말을 꺼냈다. "그건 결국 그 자에게서 온 겁니다."
다시 양은 의자 위에 책상에서 꺼낸 것들을 놓아두었다. "하지만 누가…?" 그녀는 조용히 읊조렸다. "대체 그는 누굴까요? 친척? 조카? 그녀의 남동생에게는 아이가 없어요, 혹은 그녀가 그렇게 주장한 것이겠지요. 그녀의 고모는 마치…"
그다음 그녀는 곧 말을 얼버무렸고, 우리 둘 다 뭔가를 깨달았다.
"당신이 그토록 상세하게 설명했는데도 불구하고 홈즈는 줄곧 이 사진들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었어요." 나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 점에서 그는 이미 우리보다 앞서 있었어요. 그가 말하길 단서는 전보 속에 있다고 했어요."
"전보 속에…" 다시 양이 마지못해 반복하며 말하였다.
당장에 오너라. 엄마가 도움이 필요하단다. 우리 둘 다 그걸 읊조릴 필요도 없었다.
나는 책상을 가로질렀다. "제 생각에는." 나는 침착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리가 찾아야 할 게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군요."
그녀 또한 거들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 걸까요? 책상은 이미 다 비었어요. 당신도 이미 모든 문서를 살펴봤잖아요."
"그렇다면 비밀 공간이겠군요. 홈즈가 말한 대로 하나 정도는 있을 겁니다."
나는 뒤로 물어나 다시 양으로 하여금 재빠르게 책상 내부를 살펴보도록 했다. 그 공간은 충분히 좁고 간단해 보였지만 이내 그녀는 손가락을 두들기며 책상의 뒤판을 살펴보았다.
"여기 있군요." 그녀가 말했다. "이 지점에서 빈 것 같은 소리가 들려요."
나는 귀를 기울였고, 그녀를 옆으로 비키도록 부탁한 뒤 직접 스프링이나 캐치가 있는지 살피기 위해 뒤판을 살피기 시작했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와중에 다시 양은 다른 면을 찾기 위해 책상의 뒷면을 조금씩 들어내고 있었다. 한 순간에, 그녀가 만족에 찬 환호성을 질렀다.
"여기에요! 보세요, 왓슨 선생님. 여기 구석에 스프링이 장치되어 있었어요. 아마 이게 맞을 거예요. 이제 여기서 우리가 알아내야 할 건 -"
그녀가 말하는 그 순간에 책상의 뒤판이 그녀가 살피는 대로 들썩이더니 곧바로 책상 옆으로 돌출하며 열렸다. 놀라움에 소리를 치며 다시 양은 그 구석을 더듬거리더니 이내 깔끔하게 접힌 작은 쪽지를 꺼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펼쳐본 뒤 잠시 살펴보다가 나에게로 그 종이를 넘겼다.
그것은,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모리스 커크패트릭의 출생증명서였다. 그의 어머니의 이름은 - 성은 그녀의 아가씨 때의 이름을 딴 커크패트릭이었고, 세례명은 마리아 콘스탄스 루이스였다. 그의 아버지 이름란과 출신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비어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내 첫 반응은 내 친구에게는 무척 당황스러울 정도의 것이었다. 나는 무심코 그의 출신에 먼저 집중한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고 내 얼굴에도 홍조가 드러났다. 그러나 내가 다시 양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금세 침착해질 수 있었다. 그녀는 입술이 하얗게 변하며 의자로 가라앉듯 앉았다.
"세상에, 다시 양." 나는 그녀를 향해 달려가며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제발,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자, 이제 여기 뒤로 기대주세요 - 그래요. 자 이제 브랜디를 조금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문가로 달려가 서둘러 브랜디를 가져오도록 주문했다; 하인이 그걸 가져왔을 때 나는 그가 뭔가 물어보려던 것을 외면하며 서둘러 마차를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
나는 다시 양의 입가에 잔을 갖다 대고는 조금씩 그녀가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그녀의 손을 쥔 채로 어떻게든 온기를 되찾기 위해 비벼댔다.
"제발 부탁입니다, 다시 양." 내가 말했다. "부디 정신을 붙잡아 주세요. 약속하건대 모든 일들이 설명될 겁니다. 그녀는 결코 당신을 속이려던 게 아니었을 겁니다. 단지 이런 고통을 나누지 않으려 애썼던 것일 겁니다."
"옳지." 나는 그녀의 두 뺨에 홍조가 돌아오는 것을 보며 말했다. "한 모금 더 마시도록 해요. 훨씬 낫군요. 자, 이제 들어보세요. 제가 마차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당장 베이커가로 돌아가야 합니다. 단시간에 이렇게 꼬인 사건을 한 번에 풀어낼 수 있는 자라면 그건 바로 셜록 홈즈니 까요."
베이커가로 돌아가는 우리의 여행은 확실히 캠버웰 그로브로 향할 때와는 다른 것이었는데, 우리는 끝없는 침묵 속에서, 각자의 사색에 잠긴 채로 여행했기 때문이었다. 두 가지의 생각이 빠르게 내 안을 훑고 지나갔는데, 첫 번째는 이 단계와 완전히 무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 상황에서 비열한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 커크패트릭이 1층에 도달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창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셜록 홈즈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자와 아는 사이라는 것을 노출해야 한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