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SCREET INVESTIGATION
우리가 로버트 카스테어즈 경의 런던 저택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밤 10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매우 깔끔한 인상의 집사가 문을 열며 우리를 맞이하더니, 우리를 상당히 의심스러워하며 홈즈의 카드를 가져갔다. 그간 하인이 다가와 우리의 코트를 보관하기 위해 가져갔다.
이내 우리는 아늑한 불이 타오르고 있는 사치스럽지만 약간은 어두운 조명의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키가 크고 우아한 한 남성이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안락의자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그는 머리가 약간 벗겨지기 시작한 밝은 색 머리와 작은 콧수염을 가지고 있었으며, 조용하고 품위있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어조는 신중했지만, 극도로 예의 바르고 정중했다.
'홈즈 씨가 맞으시죠?' 그가 자신의 손을 내 동료 앞으로 내밀며 말하였다; '이 쪽은 왓슨 박사님.' 내 쪽으로 방향을 틀며 마저 말하였다. '음, 방문하기 이전에 이렇게 미리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의도에 대해서는 잘 알수가 없군요. 선생님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습니다, 홈즈 씨.' 그는 우리에게 비어있는 두 의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갖고 계신 사정에 대해 부디 상세한 설명을 해주신다면 더 이상 지금처럼 제가 무지로 불안감을 지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셜록 홈즈는 의자에 앉아 앞으로 기울고선 포갠 손에 볼을 맞대고 카스테어즈 경의 얼굴에 그의 강렬한 시선을 마주한 채 고정했다.
'그렇다면 바로 요점을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그가 말했다, '협박을 당하고 계신듯 하군요, 카스테어즈 경.'
그 고귀한 귀족이 그토록 유지하던 침착함을 벗어날만큼 놀라는 표현을 해내는 건 가짜가 아니었음에 분명할테지만 그 반응이 온전히 놀라움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가 대답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실례지만 그걸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홈즈 씨?'
'그렇다면 부정하지는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카스테어즈 경은 잠시 주춤했다. '여기서 제가 부정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당신이 그걸 몰랐다면 애초에 여기 있지도 않았겠죠. 그러나 당신이 그걸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나의 결백함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한 그 문제를 덮어두고 조용히 하려 했던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내 다시 묻겠는데,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홈즈는 급작스런 만족감에 의자 뒤로 몸을 기대며 자신의 양 손 끝을 맞댔다. 그의 눈길이 카스테어즈 경의 얼굴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저와 제 의뢰인의 기밀유지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존중해주셔야 마땅합니다, 카스테어즈 경.' 그가 말했다. '하지만 확언드리건대, 마리아 커크패트릭 양과 모리스 커크패트릭 씨 둘 중 그 누구도 제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 방문의 목적은 바로 경을 도와드리기 위함입니다; 경찰을 동반하지 않고도 협박범을 뒤쫓기 위해서이지요, 게다가 주변에 알려지거나 스캔들을 최대한 피해가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해서 커크패트릭 양이 심신의 안정을 가지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죠.'
카스테어즈 경은 한참동안 속으로 깊이 고민하는 듯 하더니, 마치 문제에 대한 답이라도 찾은 듯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렇다면 나는 선생님의 의뢰인 이름을 알 것 같습니다, 홈즈 씨;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다시 양은 이 문제에 포함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마리아가 - 그러니까, 커크패트릭 양이 - 이 문제들이 제대로 말끔해지기 전까지는 그녀에게 이 문제를 밝히기를 꺼려한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녀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겁니까?'
'커크패트릭 양에게 아들이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거기다 그 아들이 그녀의 실종과 연관이 있다는 것 정도이지요. 그 정도는 결국 언제라도 밝혀질 수 밖에 없는 사실들입니다, 카스테어즈 경. 게다가 제 의뢰인은 친구의 실종에 대해 놀라울 정도의 통찰력과 결단력을 보이는 숙녀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분명 선생님과 주변 분들도 그녀가 머지않아 자신의 친구 자취를 쫓을거라고 생각하셨으리라 봅니다만?'
카스테어즈 경은 또 다시 흠칫했다. '단언컨대 홈즈 씨, 내 아들과 접촉하고 그로 하여금 그의 어머니에게 최근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 건 결코 다시 양을 향한 어떤 모욕이나 불안감을 주려던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마리아가 최근 일어난 일들에 대해 그녀의 동거인에게 일련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는 단지 그녀가 경계할 수 있도록 하고, 협박범의 요구에 따를 의사가 충분히 있음을 그녀에게 확신시키고자 했던 겁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스캔들도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것 뿐이었는데...나는 그녀가 사는 주소를 몰랐기에 오직 모리스를 통해서만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었죠. 나는 결국 내 아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겁니다, 홈즈 씨 - 사실 내 변호사가 그의 인생 대부분 나와의 유일한 연락 창구였습니다 - 그러나 그는 다소 과장하는 경향이 있어 걱정스럽습니다. 그가 그렇게 노골적인 방식으로 마리아를 집에서 불러낼 줄은 전혀 예상하던 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녀석은 다시 양이 자신의 어머니 사랑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질투가 났던 것일지도 모르지요.'
홈즈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네, 그는 다시 양의 존재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가 지금까지 그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있었다는 점을 성가시게 느낀 것 같군요. 하지만 그녀는 그 점에 대해 적잖이 불쾌한 충격을 받았고 머지않아 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될 것 같군요. 그렇다면 선생님께선 어떠십니까, 카스테어즈 경? 커크패트릭 양의 동거인에 대한 선생님의 감정은 어떻습니까?'
카스테어즈 경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손을 휘저었다.
'자, 자, 친애하는 선생님, 저는 그저 마리아가 그녀 나름의 방식으로 행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와 함께 했던 지난 시간동안 자신을 변호할 수단도 없이 그녀 스스로의 명성을 깎아가며 나와 함께 해준 것을 생각해보면 그러고도 남지요.'
나는 커크패트릭 양의 현재 생활 방식 자체가 그가 그녀를 대해온 방식에 대한 항의로 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내 표정에 드러난 탓인지 그는 호소하는 표정으로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와 결혼하려고도 했었습니다, 부탁인데 내게 너무 나쁜 인상을 가지지 말아주세요. 우리 사이의 감정이 결혼까지 갈만큼 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그 결혼을 거절한 건 바로 그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에게 내 이름을 주는 것을 제안했었지요 ; 대부분 그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이라면 그러한 기회에 훌쩍 뛰어넘고도 남았겠지요, 하지만 그녀는 그런 여성들과는 달랐습니다. 결국 그녀는 또 한 번 거절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마저도 그녀를 설득하지 못했지요. 늘 그렇듯 그녀는 매우 강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군요,' 내가 중얼거렸다.
카스테어즈 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는 아이를 낳기 위해 떠났고, 미망인이 된 이모의 집에서 그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세상에 그 아이를 해외에 나가 죽은 친척의 아이로 알렸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그럼에도 소문은 무성했습니다. 물론, 마리아는 그녀에게 마땅히 주어졌어야 할 사회적 지위를 결코 되찾지 못했습니다. 내 입장으로선 늘 내가 저지른 이기적인 행동에 대해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게 내 아들을 알아볼 기회를 거절당하는 것이든, 그의 교육을 위해 과도할 만큼의 금액을 뒤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든지요. 그의 스물한 번째 생일을 맞았을 때 저는 그에게 후한 재정적 지원을 해주기도 했지요...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저를 정당화하지는 못할겁니다. 선생께서도 보시다시피 내게는 다른 자식도 없습니다. 결국 공식적으로는 자식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이건 내 아내에게 굉장한 고통이고 신사분들도 이해하시다시피 이로써 나는 그녀에게 내 지난 시절이며 내 아들의 존재를 결코 드러낼 수가 없는 이유가 된다는 겁니다. 그녀가 이 사실을 듣는 것 만으로 그녀 스스로 목숨을 끊어낼 만큼 큰 문제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녀는 결코 그 일을 듣지 못할겁니다.' 홈즈가 침착하게 말하였다. '우리가 신속하게 움직인다면 말이죠. 자, 카스테어즈 경, 좀 더 상세한 것들로 접근해보도록 하지요; 귀하의 협박범이 누구인지는 밝혀내셨습니까?'
'아니오, 그 자는 거의 익명에 가까운 자취만 남겼더군요. 그가 남긴 서명이라곤 고작해야 'Q.B.' 뿐이었습니다.'
'Q와 B, 이 두 글자 뿐이라...흠...' 홈즈는 눈을 감고 이마에 주름을 지으며 깊이 집중했다. 분명 어떤 단서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기억을 더듬고 있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포기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 자는 귀하와 글을 써서 소통한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그 자의 편지를 가지고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두 통 정도 받아두었습니다; 처음 받은 것은, 어리석게도 제가 무시해버리고 말았지요. 제 생각엔 - 희망한 것에 가깝지만 - 그 편지의 내용은 그리 심각하게 여길만큼 위협적이진 않았습니다만 부당하게도 제가 아들에게 편지를 써서 그런 위협이 가해졌음을 경고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뒤에 저는 두 번째 편지를 받게 되었지요. 이것으로 인해 저는 런던에 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모리스는 이미 마리아에게 이 일에 대해 편지를 썼고, 제가 두 번째로 그에게 연락하자 그녀에게 전보를 보내 우리 셋이 만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던 겁니다.'
'전보에 대해선 본 적이 있습니다. 편지를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그에 대답하듯 카스테어즈 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구석에 자리한 책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하나 꺼내더니 책상의 한 곳을 열어서 두 개의 편지를 꺼내 조용히 홈즈에게 건넸다.
'아,' 홈즈가 그것들을 받아 넘겨서는 봉투를 관찰하며 말하였다; '1월 2일에 사우스 런던에서 부쳐진 것이군요. 신중하게 작성되었고, 예상한 대로 손글씨가 아닌 대문자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봉투는 편지를 넣은 후에 신중하게 펴졌습니다. 이 편지 작성자는 꼼꼼하고, 침착하며 결단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꺼냈다. '역시 대문자로 인쇄되어있군.' 그는 중얼거렸다. 'Q.B는 자신의 의도를 잘 알고 있군요. 대문자는 위장하기 쉽고 해독하기가 어렵죠. 하지만 약간의 기울기가 있습니다; 궁금하군요 - 하지만 서두르지 말아야겠습니다. 날짜는 1월 1일. 경에게 새해 인사를 건네지 않은 것도 눈에 띄는군요. 흠...'
그는 잠시 동안 조용히 편지를 속독하더니 그것을 내게 건넸다.
'왓슨.' 그가 말했다, '괜찮다면 소리를 내서 그것을 읽어주지 않겠나? 그렇게 하면 우리가 그 편지의 어조를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네.' 나는 그렇게 했다.
친애하는 카스테어즈 경에게
제가 제안하고자 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아마도 관심을 가지실만한 내용일 겁니다. 저에게는 고(
故) 찰스 코스티 씨께서 결혼하신 기념으로 당신이 작성한 두 통의 편지가 있습니다. 각각 1876년 4월 15일과 1876년 8월 4일자로 작성되었죠. 그 편지들에는 개인적인 성격의 언급이 담겨있어, 아마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혹시 소액의 보상을 요청드려도 될까요? 2,000파운드면 충분합니다. 현금으로 준비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답장은 1월 14일을 넘기지 않고 덜위치 빌리지 우체국으로 보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이후 제가 다시 연락을 드려 세부 사항을 알려드리겠습니다.
- Q. B.
PS. 귀하의 아드님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홈즈는 반쯤 눈을 감은 채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흐흠, 괜찮으시다면 카스테어즈 경. 제가 담배를 좀 태워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지요.'
주변 분위기를 고려하여 홈즈는 담배 케이스를 꺼냈다. 내가 다시 건넨 편지를 받아들고 그것을 의자 팔걸이 위에 조심스럽게 펼쳐놓았다. 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뒤, 그는 두 번째 봉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까 말씀하신 바로는 이 첫 번째 편지는 무시하셨다고 하셨죠, 카스테어즈 경?' 그는 무심한 듯 물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거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였죠. 당시로서는 협박범이 용기를 잃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안타깝군요, 덜위치 우체국에서 아주 흥미로운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요.; 하지만 그렇게 꼼꼼한 사람이 직접 우편물을 수령하러 갈 것 같지는 않군요...자, 여기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그는 두 번째 편지를 골라내어 자신의 무릎에 놓고 살살 펴냈다. 그것을 다 읽고난 뒤에 그는 나에게 이전 편지처럼 읽으라는 듯한 모양새로 내게 건넸다. 그 편지는 이전 것보다 짧았고, 1월 14일에 보낸 것으로 적혀있었다.
친애하는 카스테어즈 경,
결국 제 작은 제안을 무시하기로 하셨군요? 아마도 가십 칼럼들이 당신에게 감사할겁니다.
마지막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2,000파운드를 헌 지폐로 준비해 평범한 서류가방에 담아 1월 24일 오후 6시에 워털루역 시계탑으로 가져오십시오. 거기서 15분 동안 기다리세요.
혼자 오시는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 Q. B.
PS. 카스테어즈 부인께서 건강하셔서 약간의 자극을 잘 감당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PS. 카스테어즈 부인께서 건강하셔서 약간의 자극을 잘 감당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문장을 들을 때 카스테어즈 경은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저를 결심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 추신이었습니다. 제 아내는 건강이 좋지 않아 그런 폭로가 주는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별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홈즈 씨. 저는 결국 두 번째로 제 아들과 접선하기 위해 런던에 왔던 겁니다. 그와 마리아 그리고 저는 이 편지에 쓰여진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현금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모레가 바로 1월 24일이고 이 금액을 전달해주기 위해 전 홀로 워털루 역에 6시까지 갈 참입니다.'
홈즈는 자신의 담배를 뒨 채 잠시 동안 조용히 앉아만 있었다. 잠시 후 그가 말하였다.
'카스테어즈 경, Q.B.가 가지고 있는 그 편지들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습니까?'
'그 편지는 제 고인이 된 친구 찰스 코트니에게 보낸 것입니다. 그의 슬프고도 이른 죽음에 대해서는 신문에서 읽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지요 ; 그는 지난 8월에 그만 생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저보다 두 살 정도 어렸는데도 말입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원할 친구였습니다 - 제 인생을 걸고 믿어왔던 친구였습니다.'
'확실히 귀하의 비밀까지 공유할 정도로 그를 믿으신 모양이군요.'
'그 자는 처음부터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겁니다, 선생님! 그는 이 모든 일에 있어서 저의 조언자나 다름이 없었으니까요. 또한 그는 제 결혼에서 신랑 들러리였는데, 아시다시피 그 결혼은 약 10년 전쯤에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편지를 쓴 것도 바로 그 때였습니다.'
'정확히 어떤 문제가 될만한 표현을 썼는지 기억하십니까?'
'거의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첫 번째 것은 결혼을 하기 몇 달 전 정도에 쓴 것인데, 무대에서 준비를 한참 하고 있을 적이었지요. 저는 그를 신랑 들러리로 초대하고서는 제가 결혼한 남자로서 옛날의 자유로운 생활을 포기하고 모범적인 덕망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가벼운 농담조로 언급했습니다; 이 때문에 또한 제 아들과의 미래 만남을 포기한다는 건 괴롭고도 필수 불가결한 결론이라는 심각한 말까지 덧붙여서요.'
'그렇군요. 그리고 두 번째 편지는 어떤 것입니까?'
'두 번째 것은 결혼이 있기 불과 며칠 전에 부친 것입니다. 주된 내용은 여행 일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말미를 쓰기에 앞서 저는 그가 저에게 보낸 편지에 대해 몇 가지 말들을 첨부했지요. 그것들은 대체로 조언에 가까운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썼습니다 : 내 아들에 대한 자네의 친절한 조언에 대해서는 감사하는 바이네 ; 자네가 말했던 대로 그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겨져 있는데다 내가 분명 그가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헌신할 것이며 그 점이 곧 그의 인생의 모든 면에 이점을 줄걸세. 나머지 부분은 자네 말대로 하겠네 ;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 말이지.'
셜록 홈즈는 그가 앉은 의자에서 긴장을 풀더니 눈을 반쯤 내리깔았다. '그렇군요.' 그는 반복했다. '그렇다면 두 장의 편지 그 어디에도 귀하의 아드님이나 그의 모친에 대한 이름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확신합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좋습니다. Q.B.가 당신 아들의 신원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가정할 수 있겠군요. 이제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보도록 하지요. 이 편지들이 그의 손에 어떻게 들어갔는지, 그리고 그의 신원에 대한 단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카스테어즈 경은 한숨을 쉬었다. '저로서는 머리에 금이 갈 정도로 이 문제에 매달렸지만 결론적인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코트니가 죽었을 때, 그의 모든 영향력이 그의 동생에게로 옮겨졌고, 그녀는 그의 마지막 살아남은 친인척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는 미혼남이었거든요.'
'그 여동생의 존재를 알고 계셨습니까?'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협박편지를 쓸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 한들 대체 그럴만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녀는 이미 그녀 오라버니의 죽음으로 인해 충분히 부유합니다 ; 게다가 저는 그녀로부터 그 어떤 적의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세실 포레스터 양입니다.'
'아, 그녀에게 남편이 있군요!'
'그녀는 이제 미망인이 된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인도에서 사망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그녀는 귀하께서 아시는 바에 의하면, 재혼할 여지는 없었던 거군요?'
카스테어즈 경은 그 질문에 대해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 점에 대해선,' 미묘한 표정으로 자신의 수염을 비틀며 그가 말하였다. '분명 어떠한...진전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우리들 말로는 숙녀분의 로맨틱한 상황 말입니다. 그녀는 스스로 재혼하기를 거부한 채 지난 몇년 간 자신의 여성 동거인과 함께 지내고 있다는군요.'
셜록 홈즈는 눈을 크게 뜨더니 자신의 의자 앞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그간 나는 그걸 잠시 바라보다 어색한 기침을 몇 번 뱉어냈다.
'여성 동거인이라!' 홈즈가 놀라움으로 소리쳤다; '세상에, 카스테어즈 경, 감히 예상컨대 포레스터 양의 지인들에는 분명 커크패트릭 양과 다시양이 포함되어 있다고 이해해도 될런지요? 그게 바로 경께서 말씀해주시는 바입니까?'
'아, 그 부분을 먼저 말씀드려야 했습니다, 홈즈 씨.' 카스테어즈 경이 껄껄 웃으며 말하였다. '저는 이걸 가지고 마리아와 모두 이야기하였지요. 그녀 또한 포레스터 양의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지만 실제로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저로서는 그들 간의 어떤 연결점이 있을거라 생각되지는 않는군요; 하지만 협박범이 그 편지들을 어떻게 얻었든, 그는 마리아의 뒤를 쫓고 있는 건 아닐겁니다. 만일 그가 제 아들이 바로 그녀의 아들이기도 하다는 걸 알았더라면 그는 더 이상 그걸 비밀로 부치지도 않은 채 스캔들에 더 하는 스캔들로 만들어버렸겠지요.'
'정말로 그렇겠군요, 흠..' 홈즈는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불빛이 그의 긴장된 얼굴 위를 비추며, 그 표정에 초현실적이고 거의 위협적인 느낌을 더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포레스터 양은 분명 이 사건의 일부 연결점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경께서 말씀하신대로 그녀가 스스로 자신의 오라버니 친구를 협박하는 협박범이 되지는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녀보다 덜 양심적인 누군가가 그녀의 문서에 접근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카스테어즈 경께서 말씀하셨던 것 중에 좀 더 생각해볼만한 것이 있다면 우리의 협박범의 성별이 남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 우리는 이 이론을 받아들여서 가정을 좀 더 넓혀나가 우리의 협박범이 여성일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노골적인 절도의 가능성도 항상 있으니, 남성들을 완전히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지는 않겠습니다...카스테어즈 경,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포레스터 부인에게 연락을 시도해보셨을텐데요?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그런 시도는 모두 실패한 것 같습니다만.'
카스테어즈 경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조사를 해본 결과, 그녀는 현재 해외에 나가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마도 남은 겨울을 친구와 함께 파리에서 보낼 계획인 듯 한데, 파리 내 정확한 위치는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분명 제가 받은 편지들은 프랑스에서 온 것이 아니죠! 이제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고 있군요...'
셜록 홈즈는 옆 테이블 위에 놓인 오닉스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재빠르게 의자에서 일어섰다.
'48시간이 남았습니다, 카스테어즈 경!' 그가 말했다. '그리고 이 48시간 안에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겁니다. 늦은 시간 질문에 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경께서는 후회하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늦어도 24일 오전 중에는 제가 다시 연락을 드리도록 하지요. 그 동안은 어떤 일도 하지 마시고 단지 커크패트릭 양과 그녀의 아들에게 더 이상 절도를 시도하지 않도록 설득해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그는 이미 혼란스러워하는 신사와 악수를 나눈 뒤, 그의 작별 인사가 일으킨 당혹감을 주인이 표현할 새도 없이 문 쪽으로 반쯤 걸어가고 있었다.
'절도요?' 그가 내뱉었다. '대체 무슨 절도 말입니까, 홈즈 씨?'
나는 그의 손을 흔들어 서둘러 그를 안심시켰다. '모리스 커크패트릭 씨가 오늘 아침 캠버웰에 있는 어미니의 집에서 그의 출생 증명서를 구하려고 절도를 시도했습니다,' 내가 말했다. '아쉽게도 그는 실패했습니다. 하녀가 그를 방해했고, 그 서류는 다시 양과 제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증명서를 가져온다고 해서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카스테어즈 경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상에, 왓슨 박사님! 아마도 그들은 협박범이 비슷한 시도를 할 가능성을 미리 막고 싶었던 것 같군요, 하지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양이 그 문서들을 갖고 있는 것인가요?'
'그게 -' 내가 망설였다, '실은 홈즈 씨가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속드리건대 이번 일이 끝나면 그대로 커크패트릭 양에게 돌아갈 것이라 자신합니다.' 나는 확신을 주기 위해 덧붙였다. '셜록 홈즈 씨가 조만간에 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줄 테니까요.'
카스테어즈 경은 따뜻하게 내 손을 흔들어주었다. '친애하는 왓슨 박사님,' 그가 말하였다. '당신과 홈즈 씨에게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저는 당신이 기록한 그의 몰몬 사건을 다룬 이야기를 무척 흥미롭게 읽었고, 당신처럼 저도 그를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이 사건의 초기에 그에게 자문을 구할 지혜가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그렇게 말하며 그는 우리에게 따뜻한 작별인사를 건넸고 우리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기운을 되찾은 모습으로 남겨두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