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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조사 - 8

A DISCREET INVESTIGATION

by 김뇨롱

우리가 베이커가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새벽이 지날 무렵이었다. 홈즈는 도착하자마자 선반에서 곧바로 휴대용 술병에 넣을 위스키를 만들었다.


'피곤하지는 않지, 왓슨?' 그가 두 잔의 큰 위스키-소다 잔을 만들며 말하였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잠들기 힘들 만큼 피곤하다는 게 맞았다; 지난 밤 무리한 일 때문에 (그게 단지 지난 밤의 일 뿐이긴 할까?), 망가진 밤 일정과, 지난 14시간에 달하는 흥분이 나의 정신을 놀라울 만큼 흐리고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내 혈관 곳곳으로 흘러 들어가 내 몸이 마치 가볍고 투명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전혀, 홈즈.' 그가 건네는 잔을 받아 가며 나는 중얼거렸고 한숨과 함께 안락의자에 몸을 뉘었다.


홈즈는 의자에 몸을 말아가며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이따금 그는 잔에 든 내용물을 바라보며 마치 그 안에 미스터리한 'Q. B.'의 정체라도 들어있는 양 관찰을 하곤 했다.


'자, 왓슨.' 그가 마침내 파이프를 입에서 빼낸 후 위스키를 반 잔 정도 들이키며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건 확실히... 흔치 않은 일이군.' 마치 우리가 논의하는 주제가 위스키인 것처럼 위스키를 잡아 올리며 내가 몽롱한 정신으로 대답했다.


'Q. B., Q. B...' 홈즈가 중얼거렸다. '내 머리 속 어딘가에는 말이지, 왓슨. 이 자의 정체를 밝힐만한 열쇠가 놓여있는 것 같단 말일세. 난 알겠어. 느껴진단 말이지; 그런데도 여전히 - 거기 닿을 수는 없군.' 그는 고양이처럼 의자에서 몸을 수그린 채 자신이 내뿜은 파이프 연기에 휩싸였다.


'그래서,' 그가 계속 말하였다. '우리가 갈 길은 꽤 먼 것 같군. 우리는 세실 포레스터 양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네.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녀가 가장 흥미로운 숙녀분이거든.'


'하지만 그녀는 파리에 체류 중이지 않은가!'


'확실히 그러하네. 자네의 정보 흡수력이란 늘 나를 놀라게 해주는군. 나 또한 카스테어즈 경이 우리에게 알려준 대로 그녀가 파리에 체류 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네.'


'그래, 아무렴.' 나는 투덜대며 그의 말을 끊었다. '단지 생각이 나서 언급한 것 뿐이네, 아무래도 자네 말로는 '지리학적으로' 우리의 조사를 덜위치 마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으로 들리는데.'


'이 사랑스러운 친구 같으니, 오늘 밤에야말로 두뇌가 빛나는 군 그래!'


'그녀의 런던 거주지를 요청할 걸 그랬군.' 그를 무시하며 내가 말을 이었다. '그녀의 친구들 주소라도 알아볼 걸 그랬네. 분명 커크패트릭 양은 그녀를 모르겠지만 다시 양이라면 우리를 도와줄 수 있지 않았겠는가? 그녀가 나에게 귀띔해주기를 일종의 데미-몬드(비주류 사회)가 있다더군 ; 눈에 띄는 유명한 귀부인들까지 포함한 모임 말일세.'


'내 친애하는 왓슨-' 홈즈가 짧게 말을 끊으며 말했다. 기분이 들뜨는 바람에 그를 무시하기로 결심한 끝에 나는 최대한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기로 하였다.


'물론, 우리가 다시 양에게 도움을 얻기로 한 이상 그녀에게 이 모든 상황을 밝혀야만 하네; 내 말은... 이 문제 안에서 카스테어스 경의 입장 말일세. 어떻게든 그 지점에서는 어색해질 수 밖에 없을걸세. 반면에 이제 더 이상 그녀로부터 진실을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이잖은가; 그녀가 돌아오자마자 아마 그녀는 단호한 질문을 던질 것이 틀림 없는 -'


'부탁인데 제발 조용히 좀 하게!' 홈즈가 재빠르게 의자에서 튀어 오르듯 일어서며 외쳤다. 나는 그를 나무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는 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비우고는 방 안을 거닐기 시작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잖나, 홈즈 -' 내가 말하기 시작했지만 그가 참을성 없이 손을 휘두르는 바람에 그만 말이 끊기고 말았다.


'쉿, 왓슨, 자네는 방금 전 내게 힌트를 주었단 말일세! 어째서 이런 연결고리를 금세 찾아내지 못했는지 원, 내가 멍청했지! 'Q. B.' - 이보다 더 분명할 수 있을까? 부탁인데 인명사전을 좀 넘겨주지 않겠나?'


나는 순종적으로 홈즈의 서가에서 제법 두꺼운 책을 하나 꺼내어 홈즈에게 건넸다. 나는 홈즈가 받아든 책을 이내 잘 볼 수 있도록 무릎 위에서 균형을 잡고 펴내는 것을 바라보았는데 그것은 마치 새가 먹잇감을 사냥하려는 것과 같아 보였다. 그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다 일순 멈추더니 흥분에 가득 차서는 낮게 쉬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내가 물었다. 그는 눈을 들어 나를 지나선 멀리 허공을 응시하는 것 같았다.


'왓슨,' 그가 말했다. '부탁이니 솔직하게 말해주게, 자네 생각에는 내가 전성기가 이미 지나간 것 같지는 않은가? 그럴 수도 있다고 보는가, 자네 생각에는 내가 '감'을 잃었다고 말일세. 내 두뇌가 전보다 더 물러진 것 같다거나 말이지.'


'절대로, 홈즈!' 나는 매우 놀라며 충성스럽게 답했다. '그보다는,' 나는 잠시 생각을 고른 뒤 입을 뗐다. '자네의 그 코카인 남용에 대한 너그러움이야말로 지금 자네의 그 둔함을 - '


'신경 쓰지 말게나, 왓슨.' 무심한 태도로 그가 말을 멈춰버렸다. '다시 중점으로 돌아와서, 만일 내 의심이 맞다면, 이건 매우 특이하면서도 - 또한 그럼에도 매번 증거를 가지고 이론을 만들어 넘겨짚는 건 실수를 만들어내지만, 단 한 가지만큼은 분명하네 - 우리는 자신을 '여왕벌(Queen Bee)'이라 칭하는 여성을 찾아내야 한다는 걸세.'


아주 잠시지만 나는 그가 정말로 뇌가 약해지는 병을 앓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의심스러운 태도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너털웃음을 짓고는 자신의 긴 손가락으로 무릎 위에 놓여있는 책 페이지를 짚기 시작했다.


'[여왕벌] 말일세, 왓슨. 그 여자는 평판이 의심스러운 모험가로 내가 아직 직접 만나볼 영광을 누리진 못했지만 여러 조사 과정에서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듣고 기록해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지. 그녀는 명문 가문 출신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족들은 오래 전에 이미 그녀를 인정하지 않게 되었고 그녀 역시 가족 성을 사용하지 않는다네. 그녀는 여러 의심스러운 출처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고 있고 프랑스인들이 흥미로운 표현으로 곧잘 즐겨 쓰는 '데미 몬드'라 부르는 사회의 일원들 사이에서 상당한 매력과 재치를 발휘하며 활동하는 것으로 보이네. 그녀는 부유하고 존경받는 이들의 과거 악행을 들춰내는 데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지; 의심할 바 없이, 그녀가 존경하는 사회로부터 받은 대우란 그것과 연관이 있을걸세. 그녀는 서리 강변 쪽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군.'


'그렇다면 그녀야말로 로버트 카스테어즈 경의 협박범일 가능성이 높군. 아니, 거의 확실하다고 봐도 되겠군.'


나는 찬장을 향해 걸어가 무심코 위스키-소다를 한 잔 더 따라 마셨다. '난 그녀에 대해선 전혀 들은 바가 없군.' 나는 생각을 더듬으며 말하였다.


'난 자네가 그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네. 자네는 그야말로 적합한 환경 속에 속해있지 않잔나, 내 친구여.'


나는 순간 짧고 거친 웃음을 쏟아내 내 친구의 눈썹이 올라가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말일세,' 나는 크게 한 잔 들이키며 말했다. '다시 양이야말로 그녀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면 아주 놀랄걸세.'


홈즈는 몸을 뒤로 기대며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자네 생각이 그 젊은 숙녀분에게로 넘어갔는지 모르겠군.' 그가 건조하게 말하였다. '그녀가 자네에게 꽤나 영향력을 미치는 것 같은데, 그녀를 지나치게 신뢰하지는 말아주게나.'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나, 홈즈.' 나는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끼며 답하였다. 그의 음성이 어딘지 모르게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의자에 앉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그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일부터 여왕벌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야 할 것 같군. 그리고 내 생각에, 왓슨, 이번에는 다시 양에게 접근하지 않는 게 아무래도 좋을 것 같네. 실은, 아예 피하는 게 좋겠다고 강하게 권하고 싶군.'


'그나저나 기쁘기 그지 없군.' 그가 찬장을 향해 천천히 다가서며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까지는 말하자면 내 활동 범위 무대 뒤편에 숨어있던 인물의 행적에 빛을 비출 기회를 가지게 된 것 말이지. 아주 만족스럽다네.'


그는 잔을 손에 든 채 벽난로 쪽으로 걸어가 파이프를 다시 채워가며 말을 이어갔다.


'매우 만족스러울 뿐 아니라 대단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일이기도 하지.'


아무래도 그는 내가 그가 던진 힌트를 알아채고 침실로 갈 때까지 나를 무시할 성싶었다. 그는 스스로 밤새 앉아있을 작정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힌트를 얻으려면? 모로코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의미심장하게 지켜보며 벽난로 선반에 기대선 채 그에게 작별을 고하고는 방으로 물러났다. 계단을 오를수록 아드레날린과 함께 찾아온 맑은 정신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비틀거리며 난간을 붙잡았다. 수면 부족과 감정적인 긴장으로 인해 현기증이 났다. 외로운 나의 침대가 이토록 반가운 적이 있었을까.


이튿날 아침, 내가 식사를 들기 위해 아래로 내려갔을 때엔 전보다 훨씬 더 상쾌하고 강인한 정신 상태로 창가 옆에서 커피를 들고 있는 셜록 홈즈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두 번이나 바라봤는데, 그는 허름한 짙은 색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팔꿈치 부분이 약간 반질거리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낡은 옷임을 알 수 있었다. 그의 목에는 목도리가 둘려 있었고, 의자 위에는 헝겊 모자가 놓여있었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그는 나를 향해 몸을 돌렸고, 이러한 변장을 하면 항상 보이는 으스대는 태도를 하고 있었다. '아, 왓슨.' 그가 말했다. '간밤의 숙면으로 자네의 기분이 훨씬 나아진 것으로 보이네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이의 뜻을 비쳐 보이고는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네도 보다시피, 우린 오늘 아침 스치듯 만나게 될 것 같네,' 그가 말을 이어 나갔다. '미안하지만 자네 혼자 아침 식사를 들어야 할 것 같군. 나는 여왕벌을 사냥하러 가야 해서 말이지.'


나는 그의 계획이나 방향에 관해 물어보는 것보다도 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그래, 홈즈. 좋은 사냥 되길 바라네.' 나는 그가 거의 건드리지 않은 아침 식사 테이블을 바라보곤 커피를 잔에 쏟으며 말하였다.


'고맙네, 친애하는 친구.' 그는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어느덧 그는 내가 토스트를 집어 들던 사이 내 뒤로 지나가며 내 팔을 꼬집었다.


'아마 오후 즈음에는 돌아올걸세.' 그가 말했다. '그리고 만일 내가 헛발을 짚은 게 아니라면, 우리는 그다음에야말로 이 벌의 침을 빼내는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 논할 수 있을걸세.'


그 말과 함께 그는 가버렸다. 나는 문을 등지고 서서는 무심코 토스트 몇 조각을 해치웠다. 잠시 후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타임스를 정독하며 좀 더 문명화된 식사를 마쳤다. 허드슨 부인이 방을 정리하러 나타났을 적에는 난 생각 없이 그저 의자에 앉아만 있었다.


내가 눈을 떴을 무렵에는 이미 10시가 지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신발을 가져오라고 벨을 올리러 갔다. 외투와 모자를 걸치면서 나는 생각했다.

소용이 없었다; 더 강인한 정신 상태도 내 안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에는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했다.


길가에서 나는 핸섬 마차를 불러 곧바로 캠버웰 그로브로 향했다. 나는 마침내 내 감정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사람을 부르고자 했던 것이다. 홈즈가 어떤 우려를 가지고 있든 간에, 나는 다시 양과 더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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