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SCREET INVESTIGATION
문을 열어준 것은 하녀인 헤티였다. 그녀는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으로 - 아마 내가 새로운 소식을 가져왔으리라 나를 보고 있었지만 나는 급히 고개를 가로젓고는 그녀의 주인 마님이 집에 있어서 나와 이야기하실 수 있을지를 물었다.
다시 양은 지체하지 않고 응접실로 나와 나를 맞이했다. 그녀는 제법 긴장한데다 불안해보였지만 그것들을 잘 참아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나에게 질문을 시작하고 나서야 이 급작스런 방문이 얼마나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우리의 수사가 얼마나 진척되었는지? 우리가 마리아의 아들을 만나보았는지? 그를 협박하던 자는 대체 누구였는지? 우리가 마리아 본인과도 만나보았는지? 그녀가 현재 어때보였는지?
홈즈 모리스 커크패트릭 씨를 방문하려는 자신의 의도를 그녀에게 밝힌 것을 보았기에, 적어도 그 점에 대해서는 그녀에게 설명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에게 그 신사와 그의 거처에 대한 재미있는 묘사를 곁들이면서 우리가 실제로 커크패트릭 양을 만나보았던 사실과, 그녀가 매우 건강해 보이며 안정적으로 보였으나 확실히 눈에 띌 만한 압박감을 겪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우리 조사의 진척에 대해서만큼은 바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 현명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다시 양이 특히 협박 가설에 관해서는 매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스스로 모르는 체 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셜록 홈즈 씨가 이 사건에서 진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의 정확한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나에게 신뢰를 보이지 않았다고 종종 말해왔고 이는 그 날 아침 그의 활동에 관해서만큼은 사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한 가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바로 협박편지의 피해자가 모리스 커크패트릭 씨가 아닌, 그의 아버지라는 점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다시 양이 어찌나 놀랐던지 나는 그녀에게 한 잔의 브랜디를 더 권해야 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그녀는 그녀 친구와 과거 '친밀하게 지낸' 신사에 대해서는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였기에 나는 그녀를 달래느라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이것은 어느 모로 보나 커크패트릭 양의 걱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내가 말했다. '협박범이 그녀의 정체를 안다는 것 자체가 실로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가 문제로 삼은 건 어디까지나 그녀의 아들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다소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었지만요.'
다시 양이 다급히 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명백히 불안감이 느껴지는 태도로 일어나서는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그 아버지란 자가 대체 누구이죠?' 그녀는 가볍게 말하려 애썼지만, 결국 그녀의 태도가 그렇지를 못하였다. 나는 의자에서 불편하게 몸을 옮겨댔다. 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려버린데다 그녀의 과격한 반응에 더 드러내서는 좋지 않을 거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게...정말 송구합니다, 다시 양. 하지만 제가 이런 정보를 드리는 게 맞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커크패트릭 양이 돌아오게 된다면 분명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실테고 그건 곧 일어날 일인데다 홈즈는 제가 이런 중대한 직업적 신뢰를 져버리는 일에 대해 결코 저를 용서하지 않을테니...'
나는 불행히도 말을 흐리고 시선을 내리며 무릎 위에서 손을 비틀었다. 다시 양은 다시 근처로 다가와 나와 자신의 잔을 채웠다. 숙녀분의 예상치 못한 친절함에 나는 그것을 감사히 받아들었다.
'그럼 지금 셜록 홈즈씨께서는 그 협박범을 뒤쫓고 계시다구요.' 그녀가 방 안을 들든 듯한 태도로 서성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시 양, 분명히 말씀드리건데 그는 자신이 찾고 있는 자를 찾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많아봐야 며칠 안에 이 문제는 모두 해결될 테고 커크패트릭 양 또한 집으로 무사히 돌아올 겁니다. 걱정하실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 말들이 그녀를 안심시키는 데에는 소용이 없어보였다. 이내 나는 다시 양에게 우리 계획을 털어놓지 말자고 한 홈즈에 대해 적잖은 짜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결국 그게 대체 어떤 피해를 끼친단 말인가? 그녀는 결국 그의 고객이며 결국 이르든 늦게든 그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될 터인데, 게다가 세실 포레스터 양에 대해 듣게 된다면 우리의 조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여기 있는 걸 홈즈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지를 떠올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나는 다시 양을 만나기로 한 내 결정이 상당히 충동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왜 이곳에 왔던가? 난 결국 그녀의 고통을 더해주기 위해 왔을 뿐이며 결국 지금 그녀의 태도로 보건대 내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은 하나도 없어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치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잠시 멈추더니 앉은 자세를 좀 더 정돈하고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왓슨 박사님.' 그녀가 말했다. '저에게 주실 확실한 소식이나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실 의도가 없으시면서 왜 저를 방문하신 거죠?'
나는 한숨을 짓고는 의자에서 불편하게 잠시 몸을 뒤척였다.
'정말 죄송하군요, 다시 양, 이건 순전히 제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마침내 나는 말하고 말았다. '실은 다시 양에게서 저의 - 저의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조언을 얻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에 대해 깊이 공감해주신 덕에 -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너무도 이기적인 생각이었군요, 제 문제에 대해 신경을 써주실 겨를도 없으실 게 분명한데 말입니다. 지금 당장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보이는군요.'
내가 말을 마치기 전까지는 그녀의 얼굴조차도 올려다보지 않았으나 마침내 그 표정을 보건대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녀는 안정된 채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마치 안심한 것과 같은 표정이었다.
'오, 왓슨 박사님. 사과해야 할 사람은 저에요.' 그녀가 말했다. '제 멋대로 박사님이 개인적인 일보다는 공적인 일로 찾아오신 거라 지레짐작했거든요. 지금 저를 바로잡아주셨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저야 박사님의 일에 대해서라면 기쁘게 듣고 제가 드릴 수 있는 그 어떤 조언이라도 있다면 해드리고 싶어요. 이제까지 무척 친절해주셨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박사님에게 무엇이라도 해드릴 수 없다면 저에겐 무척 아쉬울 거에요.'
그녀의 말들에 나는 마음이 따스해지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브랜디의 기운 때문에 나의 압박감이 녹아내리는 것 처럼 느껴져 다시 한 번 셜록 홈즈 씨에 대한 내 마음을 말해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양은 조용히 내 말을 듣더니 분명한 시점에만 필요한 질문을 던져오기 시작했다.
내가 그린 그림이란 참으로 암울하기 그지 없었다; 그것은 절망적인 사랑의 열병과 더불어, 우리의 현 시대처럼 미개한 시대에 그러한 성향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죄책감과 두려움의 모습이었다. 물론 다시 양 또한 내가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고통을 직접 겪고 있는 입장일 터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녀는 나에게 두어가지 질문을 했는데 바로 홈즈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그의 분위기, 그의 대화 방식, 사적인 자리에서 홈즈가 나를 대하는 방식과 공적인 자리에서 홈즈가 나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것들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홈즈의 부적절한 약물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가 그를 과하게 걱정하기 시작하며 이런 감정이 더 심화된 것은 아닌지에 대해 말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나에게 모든 질문을 마친 후 뭔가 결정이라도 내리려는 것처럼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뭔가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왓슨 박사님,' 그녀가 말했다. '저는 박사님을 좋아하고 또 박사님의 진솔함을 존중해요; 게다가 박사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저에게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해주신 것에 감사하고 있어요. 이제, 저는 한 가지 확신이 생겼고 박사님에게 드릴 조언도 하나 생겼어요. 한 가지 확신이란 것은 바로 셜록 홈즈 씨가 박사님에게 많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럼에도 그걸 표현할 수가 없는거죠.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그토록 박사님의 심기를 건드리는 걸까요? 어째서 그토록 박사님에게 들키기를 싫어하면서도 굳이 박사님 앞에서 그런 약물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서 기어코 박사님이 걱정하도록 만드는 걸까요? 그는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것 보다도 훨씬 더 박사님을 의지하고 있어요; 그는 박사님, 오직 박사님에게만 자신의 연약한 면, 자신의 모든 필요와 모든 사랑을 주고 있지요. 그럼에도 그의 마음 속 어느 깊은 한 구석에는 의심의 여지 없이 깊은 상처가 자리하고 있기에 미처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도 못할 뿐더러 그 자신의 머리며 마음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끼지 말라 강요하고 있지요. 그가 그토록 약물에 집착할 만큼 그 갈등은 심하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 전 박사님이 그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어디까지나 제가 보기엔 지금 이대로 문제를 두기만 한다면 이내 그가 박사님에게 큰 상처를 주고 말거에요. 그가 근본적으로 자신의 성별을 선호하며 제 성별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하지만 그는 그것을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자신의 사랑에마저 잔혹해지겠지요. 왓슨 박사님, 박사님은 그보다 더 안정적이고 적어도 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더 유연한 분이세요. 그 때문에 더 표현이 풍부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잘 받아들여서 더 위험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지요.'
'지난 해 1월 의회에서 통과되어 법으로 제정된, 일명 헌법 개정 법안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그 법안에는 '공동 품위에 대한 범죄'라는 제목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요. 이는 박사님과 저를 포함한 모두를 상당한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는 내용이에요.'
나는 온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내가 말했다. '다만...세부 사항은 저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다시 양은 내가 시선을 들어 그녀를 향할 때까지 기다리더니 나를 마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이 조항에는 박사님의 성별만 포함될 뿐, 저의 성별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아요. 흥미로운 누락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도록 할게요. 요컨대 이제 모든 특정 행위, 박사님을 포함한 모든 남성들 간의 어떠한 행위 - 사적으로 행해진 행위라 할지라도 최소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걸 뜻해요.'
'보아하니, 왓슨 박사님.' 그녀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 의미를 이해하신 것 같군요, 정말로 유감이에요. 아마도 박사님은 제가 이 정도로 아는 것에 많이 놀라셨겠죠; 부디 그러지는 말아주세요, 개인의 행동과 관련된 모든 측면에서 법의 정확한 허점과 조항을 아는 것은 제 책임이니까요.'
'전 단지 박사님과 그 분이 감수해야 할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하기 위해 말씀드릴 뿐이에요. 전 그의 본성이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 법에 대한 그의 지식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게다가 전 그가 그 법에 대해 알았다 할지라도 그가 박사님에게 가지는 감정과 상관 없이 그가 당신에게 보이는 행동의 변화를 막았으리라 생각해요.'
'어제 제게 속마음을 털어놓으셨을 때, 저는 가볍게 다른 누군가의 명성을 보호하길 권고하였죠. 그 당시만 해도 저에겐 아직 그토록 막역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이토록 급한 사안에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의심을 덮기 위한 행동에 돌입하세요, 왓슨 박사님. 부인을 맞아들이고, 가정을 꾸리도록 하세요. 박사님 이전의 다른 이들이 그러했듯 박사님께서도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박사님과 그 분 모두에게 힘든 일이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 이와 같은 희생을 치루지 않는다면 두 사람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될 거에요. 언제라도 셜록 홈즈 씨가 자신의 불안정 때문에 박사님을 희생시킬지 모른다고 저는 굳게 믿고 있어요; 더군다나 그런 때가 왔을 때 박사님만의 안식처가 있어야만 박사님도 견디실 수 있을 거에요. 그 분과의 관계를 끝내라는 게 아니에요, 좀 더 다른 형태의 관계로 나아가야만 한다는거죠. 박사님은 연약해요. 그것도 여러가지 면에서; 더 늦기 전에 이러한 행동에 돌입하셔야만 해요, 박사님!'
독자분들께선 내가 그녀로부터 이런 말들을 들을 적에 어떤 기분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때 내 의자 약간 오른쪽에 서 있는 작은 탁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것을 기억하는데, 그 탁자 위에는 깔끔하게 처리되어 게시를 기다리는 편지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 광경 자체가 이 대화에 대한 내 기억에 영원히 낙인처럼 찍힐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때 즈음 아마도 내가 너무 창백했던 모양인지 다시 양이 또 다른 브랜디를 가져다주며 그것을 마시라고 부드럽게 권했다. 나는 그걸 조금 홀짝이고는 한숨을 쉬었다.
'다시 양,' 마침내 나는 말했다. '제게 이토록 진실되게 말해주셔서 무척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 말이 맞다고 확신합니다. 그래도 저에겐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 제겐 그 행동이란 게 너무나 - 결정적인 것 같아 보여서요.'
'전혀 결정적이지 않아요.' 그녀가 재빠르게 말을 끊으며 말하였다. '결정적이라기보다는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봐야죠.'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요,' 내가 말했다.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적어도 저 스스로는 생각을 좀 해봐야겠군요. 하지만 결혼이라는 건 - 제가 어떻게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나는 결혼한 남자의 역할을 해낼만큼 그를 아직 제 마음에서 밀어내질 못했는걸요. 게다가 대체 어떤 사람이 저같은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싶겠습니까?'
'오, 그것에 대해선 말이죠, 왓슨 박사님, 박사님과 같이 매력적인 남성에게는 별 어려움이 없답니다. 그저 동정심이 지극한 여성분을 아내로 맞이하세요; 박사님의 비밀을 그대로 간직해줄만한 - 어쩌면 스스로 그렇게 하기를 바랄만한 분을 말이지요. 어떤 점을 기준으로 봐야 할지 아실거에요 - 박사님의 자연스러운 분별력을 자신의 지침으로 삼으세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미래에 대해 조언하자면 - 결혼을 하게 되신다면 반드시 외부로 이 소식을 널리 알리도록 하세요. 필요하다면 홈즈 씨의 활약상 중에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꼭 끼워넣으시고, 매우 축복받을만한 일로 만드세요. 이렇게 해야지만 두 분의 명성에 흠이 가지 않을거에요.'
한 번 더 나는 그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셨군요, 다시 양.' 내가 말했다. '어떻게 더 감사를 드려야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제게 감사를 표하는 방법은 말이죠, 왓슨 박사님, 계속해서 저를 좋은 친구로 삼아주시고, 저를 믿어주시는 거에요.'
'다시 양, 제가 달리 누굴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녀는 잠시 움츠러들며 돌아섰고 바로 그 다음에 문이 열리더니 하인인 존이 전보를 가지고 다가왔다.
'선생님의 것입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불안감에 일어서서는 갑작스레 밀려온 예감과 함께 그 전보를 펼쳐보았다.
'즉시 돌아오게. S. H.' 내가 말했다.
'아,' 나는 전보를 다시 양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홈즈의 수사에 진척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빠르게 일이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다시 양은 그 전보를 읽어보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분에게 오늘 여기 오신다고 말씀드리셨나요?' 그녀가 말하였다.
'아뇨,' 나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말하진 않았지만, 그는 언제나 절 찾아내지요.'
나는 불편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전보는 우리 둘 모두에게는 일종의 짜증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존에게 마차를 불러줄 것을 부탁하고는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시 양은 차분한 태도를 보였는데 그 때문인지 나는 갑자기 그녀가 나와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낙관적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확신하건대,' 나는 말했다. '조만간에 당신을 위한 좋은 소식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저는 이만 돌아가봐야 할 것 같군요 - 아까 전 친절한 조언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다시 양. 정말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잘 가도록 하세요, 왓슨 박사님.' 그녀가 말한 것은 이게 전부였다.
나는 서둘러 베이커가로 다다랐다. 의심의 여지없이 나는 홈즈로부터 차가운 반응이 날아올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는 어디서 날 찾아야할지 알았던 것일까? 게다가 아직 다시 양으로부터 나눈 말들이 마음에 그대로 고인 채 어떤 평정심으로 그를 마주해야 한단 말인가? 브랜디가 내 머리를 어지럽게 흐트렸고 어느덧 배가 고프기까지 했다. 이미 점심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고 아마 그 점심이야말로 홈즈가 마지막으로 내게 제안할만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는 다시 양의 조언을 떠올리려 무척 애를 썼다. 어쨌건간에 그녀가 내게 건넨 말들을 오해하지 않을 했다; 그녀 스스로가 그녀가 제안한 결혼에도 알맞은 대상임을 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아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분명; 그녀는 반려인과 잘 동거하고 있는데다 그 어떤 위험에 빠진 것 같지도 않아보였다. 난 내 어리석음에 얼굴이 붉어져 브랜디를 손에 든 채 긴장하고 불행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의자 가장자리에 앉았다가 눈도 뜨지 않은 채 그녀의 응접실로 들어가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그 곳에 놓인 세 개의 봉투를 다시 볼 수 있었고, 그것들이 적힌 굵은 대문자의 비스듬한 각도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당혹감과 혼란의 안개를 천천히 뚫고 그 글이 익숙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깔끔하고 비스듬한 대문자를 전에도 보았고, 최근에도 보았던 것이다.
지난 밤, 카스테어즈 경의 협박범이 보낸 편지라며 홈즈가 내게 건네 크게 읽어줄 것을 부탁했던 바로 그 종이들이 떠올랐다.
마차가 베이커 가에 도착했을 때 즈음 나는 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몇 분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육체적, 도덕적 힘을 끌어모아 방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기까지는 그 뒤로 몇 분이나 더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