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중한 조사 - 10

A DISCREET INVESTIGATION

by 김뇨롱

나는 문 앞에 잠시 멈춰서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 잠깐의 안도감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문이 벌컥 열리며, 연기 속에서 파이프를 문 입과 마치 분노에 가득 찬 잔혹한 표정을 한 셜록 홈즈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는 양 고갯짓을 했고 나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방을 가로질러 벽난로 앞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홈즈는 그대로 문을 닫은 뒤 바로 내 앞에 다가와 섰다. 나는 그가 떠날 때와 달리 옷을 갈아입은 것과 이미 방 안 가득 찬 그의 담배 연기로 미루어 보아 이미 그가 돌아온 지는 꽤 시간이 지났음을 알아차렸다. 나는 당혹스러우면서도 부디 나 자신이 순수한 표정을 짓고 있기를 바라며 그대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것 좀 그만두게나, 왓슨.' 그는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자네가 캠버웰 그로브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차라리 거기 집중하도록 하게.'


'어떻게 내가 거기 있었다는 걸 알아낸 건가?' 나는 시간을 끌어갈 양으로 물었다.


홈즈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았다. '내 친애하는 왓슨, 그건 내가 추리해낸 게 아닐세.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이지.'


나는 충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하지만 - 언제? 어떻게?' 나는 말을 더듬었다.


그는 내 앞에 바로 두꺼운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자네가 마차에서 내려 현관문으로 걸어가는 걸 봤지. 나는 그때 배달원 출입구에 서서 자네를 막을 수가 없었지. 내가 조금이라도 알아보는 기색을 보였다면 그날 아침의 작업은 완전히 망쳤을 게 뻔했네. 물론, 자네는 나를 완전히 알아보지 못했지.'


'아니... 대체... 세상에, 홈즈. 자네가 다시 양을 만나러 갔다는 사실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자네는 거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건가?'


'나도 자네에게 동일한 질문을 건네고 싶네만, 보아하니 자네는 아직 그에 대답할 예의조차 차리지 못하는 것 같군 그래. 하지만 적어도 난 내 활동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데에는 이의가 없네. 만약 자네가 일말의 추리력이라도 지니고 있었다면 내가 바로 어젯밤에 자네에게 다시 양에 대해서 특별히 주의를 주었다는 걸 명심하면서 자네 스스로 그걸 해결했을지도 모르지.'


'나는 더글러스라는 이름의 젊은이로서, 훌륭한 직장을 찾고 있다는 설정이었네. 나는 캠버웰 그로브에 거주하는 두 명의 노처녀 분들의 집에서 얼마 안 있어 공식이 있을 거라는 소식을 들었지. 그 집 하인이었던 존 채프먼 씨가 병든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곧 떠날 예정이었거든.'


'나는 그를 방문해 이 집의 살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가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을지 물어보기로 했지. 실제로 만나보니 그는 제법 친근하고 유순하더군; 우리는 30분 정도 배달원 출입구에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네. 오늘은 조용한 날이라 방문객은 하녀가 응대할 것이라 하더군.'


'그 집은 몇 가지 면에서 다소 기묘한 가정이긴 하지만, 이라고 그가 말하더군. 두 분은 아주 관대한 고용주이고 업무도 매우 합리적이라고 말을 이었다네. 그에게 업무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그저 흔히 알려진 일들을 나열하더군. 그래서 나는 추가로 특별하거나 이상한 일은 없는지 물었다네. 그러다가 그가 이렇게 말하더군. 두 분은 때로는 사교적이지 않은 시간에 활동하시고 그래서 자신과 다른 하인이 교대로 늦게까지 깨어있어야 하며 다시 양은 가끔 덜위치 우체국에 남겨둔 편지를 받곤 하는데 그것을 수거해 와야 한다'고 하더군. 꽤 멀리 나아가야 하지만 그녀는 일반적인 서신에 대해 그리 큰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는다고 하더군. 다만 가끔 오는 그 편지들만은 예외라고 말일세. 내 생각에 커크패트릭 양은 그 편지들에 대해선 전혀 모를걸세. 아마 연인에게서 온 것일 수도 있지. 커크패트릭 양은 그런 걸 좋아하지 않을 게 분명하지. 그녀는 아주... 음, 알다시피 이런 노처녀 분들 중 일부는 자신의 동료를 아주 가까이 두고 싶어 할 테니까.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왜냐하면 다시 양은 아직도 남편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젊기 때문이지. 그래도 그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며 나에게도 같은 태도를 가지는 게 좋을 거라는 충고까지 했지.'


'바로 그때 자네가 도착해서 느긋하게 앞문으로 걸어 들어가더군. 걱정하지 말라며 존이 말을 이어가기를, 하녀가 자네를 맞이할 거라고 했지. 하지만 이제 그도 자기 일을 다시 해야 할 시간이 되어서 나를 위해 좋은 말을 해줄 의향은 있지만 단지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더군. 두 분 중 한 분이 갑작스럽게 어떤 가족 문제로 자리를 비우셨고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을 거라면서 말이지. 물론 추천서가 필요할 텐데, 나에게 그걸 갖고 있느냐고 묻더군.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서면으로 지원서를 제출할 것이고 추천서를 첨부할 거라 말하였지. 내가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언급해도 괜찮을지 물어봤는데 물론 괜찮다고 하더군.'


'그래서 나는 자네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 집 근처에 머무르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베이커가로 그대로 돌아와 전보를 보내게 된 걸세. 이쯤이면 상황이 충분히 명확해졌을 거라 보는데... 이제 자네도 오늘 아침의 이야기를 들려줄 마음이 생겼는가?'


이 모든 이야기가 딱딱하게 비꼬는 어조로 들려온 데가 마지막 문장은 거의 나를 향해 뱉어내는 말에 가까웠지만 나는 짓눌리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영감의 불씨가 깜박이기 시작했다. 상황이 명확했느냐고? 그렇다, 나는 방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명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홈즈의 이야기는 그가 의도했던 것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내가 아침을 어떻게 보냈느냐고? 글쎄, 모든 것을 감안하면, 어떤 면에서는 그의 아침만큼이나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고, 홈즈는 뒤로 물러서서 내가 지나가게끔 길을 내어주었다. 나는 무심코 창가로 걸어갔다.


"글쎄, 내 아침도 자네의 아침만큼이나 흥미로웠다네, 홈즈. 자네가 정확히 지적한 것처럼 나 또한 캠버웰 그로브를 방문했지만 자네와 달리 변장을 하지는 않았다네. 그러나 그 집 안에 있는 동안 한 두 가지 관찰을 할 기회를 가졌다네. 부디 내 추리 능력을 과소평가 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군. 다시 양이 사이드 테이블 위에 몇 가지 서신을 남겨두었는데,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녀의 필체가 바로 카스테어즈 양에게 보낸 협박 편지의 필체와 정확히 일치했다네! 그걸 관찰하자마자 자네의 전보가 도착했던 거지.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우리가 둘 다 이렇게 같은 결론에 도달해놓고도 서로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다는 게 말일세!'


그 뒤에는 길고 불길한 침묵만이 잇따랐다. 나는 여전히 시선은 창밖으로 고정한 채 감히 뒤로 돌아볼 용기를 내지 못한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길 건너편에 있는 돌로모어스에서 와인 배달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나는 이 곤경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샤토 몬트로즈 '65 한 병을 주문하리라 하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 때 마침 홈즈가 내 뒤로 부드럽게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나치게 가까운 나머지 나는 온 몸이 떨리는 것만 같았다.


'나의 - 친애하는... 왓슨,' 그가 내 오른쪽 귀에 대고 속삭이며 말했다. '지금 자네가 다시 양을 방문한 게 고작 카스테어즈 경의 협박범에 대해 알아내려는 것 뿐이었다고 말하려는 건가? 만일 자네가 진정으로 그렇다면, 나는 자네를 믿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네. 방금 전 방에 들어왔을 때 자네의 태도는 유능한 수사관처럼 보기에는 다소 어긋나 있거든. 사실, 그것은 방금 전 범행을 저지른 남학생에 더 가까운 것이었네.'


나는 답변이 불가능할 정도로 마른침을 삼킬 수 밖에는 없었다. 나의 작은 영감의 반딧불이는 그 순간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내 클라렌 한 병은 내 상상의 모래 위로 흘러내려 사라져버렸다.


홈즈의 차가운 손가락이 내 목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세상에 왓슨. 자네 맥박이 놀랍도록 빠르게 뛰고 있네! 의학자로서 자네는 속임수가 신경계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건 알아야 할걸세. 그 점에 대해서는 알려주고 싶군. 자, 자네가 진실을 말한다고 한 번 가정해보세.'


그가 요구하는 대로 따르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내 목소리는 내가 말할 때마다 떨리고 불안정했다.


'난 단지 그녀와 개인적인 문제를 좀 논의하고 싶었을 뿐이네, 홈즈. 친구로서 그녀는 내 고민을 들어주기에 안성맞춤이었거든, 어디까지나 친구로서 말일세. 이건 지금 사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데다 -' 나는 하마터면 '자네와는 상관 없는'이라고 말할 뻔했지만 그것은 진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던 탓에 그 이상 말을 이어 나갈 수가 없었다.


'이제 좀 알 것 같군.' 그제야 그는 잡은 내 팔을 놓아주었고 나는 비틀거리며 의자로 돌아갔다. 그는 내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가와서 팔짱을 낀 채 나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자네 말로는 - 친구로서 그녀에게 조언을 얻고 싶었단 말이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자라난 우정이로군. 나도 자네의 개인적인 일을 캐묻고 싶지 않지만 자네가 내 일에 간섭하는 건 막아낼 권리가 있다네 - 그래서 자네가 이 악명 높은 협박자와 정확히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는지는 더 묻지 않겠네. 다만 나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만.'


그의 위협적인 눈초리가 내 얼굴을 훑었다. 나는 완전히 무너진 채 절망적으로 뒤를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그의 이목구비가 내 앞에서 흐릿해질 때까지 눈물을 참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나는 그가 깊은 한숨을 내뱉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그가 내 맞은편에 앉아서 팔꿈치를 무릎 위에 올린 채 턱을 양손에 받치고 있었다.


'왓슨,'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 건가?'


'전혀 다른 그 어떤 것도 - 자네의 일에 관련된 것은 아니었네.' 나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왜 다시 양을 찾아간 건가?'


'앞서 내가 말했던 대로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네.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일상적인 것들에 대한 대화였지. 협박에 대한 것이 아니라.'


홈즈가 일순 두 눈을 감더니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왓슨, 왓슨 - 자네가 보기엔 내가 그렇게 관찰력이 떨어져 보이나? 그런데도 자네는 그토록 자네를 온전히, 그것도 그녀에게 내어줘야 했던 건가?'


'난 내 어떤 것도 내어주지 않았네!' 나는 절실한 심정으로 거짓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어디까지나 친구로서 그녀와 대화를 나눈 것 뿐일세. 나는 그녀를 믿고 있어.' 나는 그녀의 작별 인사를 떠올리며 더욱 설득력 있게 덧붙였다. '그녀는 내 신뢰를 존중해주겠다고 약속했네.'


'자네는 그런 무자비한 협박범으로 의심받는 여인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건가?'


'그녀가 날 협박한 것은 아니잖은가.'


'제법 확신에 차 보이는군.'


'글쎄,' 내가 말했다. '그렇네. 자네 말대로라면 여왕벌은 부유하고 위선적인 사람만 쏘아댄다고 하지 않았나. 그녀는 내가 둘 중 그 어느 쪽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네. 그녀는 절대로 내 신뢰를 저버리지 않을 거라 약속했네.'


'그래서 어쨌건 간에 자네는 협박받을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거군.'


그것은 마치 연설처럼 들려왔지만 이내 그가 미심쩍은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나는 뜨겁게 얼굴을 붉힌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럴 줄 알았지.' 그가 침착하게 말했다. '나는 어제 자네가 자네의 그 우스꽝스러운 친구를 소개해줄 때부터 눈치채고 있었단 말일세, 내 가엾은 왓슨. 내가 왜 온갖 얽매임에서 나 자신을 멀리 두는지 짐작할 수 있겠나? 단지 마음이 논리적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만은 아니네. 나 또한 도덕적인 문제에서 흠 잡힐 여유가 없기 때문이지. 나의 행동이 다른 면에서는 다소 비정통적일지라도 말이야. 그리고 이 특정한 도덕적 유형에 관해서라면 - 왓슨, 자네 혹시 형법 개정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나?'


'있다네.' 내가 힘없이 말했다. '다시 양이 오늘 아침내게 말해주었네.'


나의 숙연한 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내 말이 그를 놀라게 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다시 양이? 그렇다면 자네는 훨씬 구체적인 것까지 그녀와 논의했다는 뜻이군? 오, 왓슨...'


잠깐 동안 그는 조용히 앉아서 그의 회색빛 눈동자를 여전히 내 왼쪽 어깨 위 미묘한 지점에 고정한 채 손에 든 파이프를 신경질적으로 만지작만지작 거리고만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전에는 본 적 없던 표현을 읽어낼 수 있었다 - 아련한 그리움, 거의 고통에 가까워 보이는 어떤 감정이었다. 그의 이목구비가 부드러워지는 모습에 나는 가슴 한쪽이 부드러워졌지만, 서서히 그곳에 자리 잡은 표정의 최종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텅 빈 눈동자가 집중하더니 내 눈과 마주쳤고, 그는 이내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는 뭔가 말하려는 듯하더니 몇 분 동안 머뭇거렸다. 이윽고 그가 아주 조용히 말하기를, '나의 친애하는 친구여, 내가 의지를 말하거나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네. 이 끔찍한 새로운 법은 협박자의 헌장이나 다름없다네 - 그것은 이미 그렇게 불렸다고 봐도 좋겠지. 그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초래할 테고 우리 세대에서 가장 재능있고 계몽된 사람들 중 일부의 몰락을 가져올걸세. 나는 자네나 내가 그들 가운데 끼어들기를 바라지 않네.'


'나의 가엾은 왓슨.' 그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자네는 내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는 것 같군. 부디 다시 양에 대한 자네의 신뢰가 정당한 것이라는 게 밝혀지기를 바랄 뿐일세.'


'나는 그러리라 확신하네.' 나는 쓸쓸하게 말했다. '그녀는 너무도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 나는 그녀가 나에게 충고한 것을 차마 다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였다. -내게 신중함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말해준 것 뿐일세. 어쨌든 그녀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 중 한 명이니까.'


홈즈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다시 양은 그녀의 성별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입장일세.' 그는 자신의 음성에 씁쓸함을 담은 채 말하였다. '그녀는 이 법률의 벌칙에 면역이란 말일세. 필요하다면 그녀는 협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협박도 마다하지 않을걸세.' 그는 말을 이었다. '그녀야말로 섹션 11을 포함한 책임이 있는 사회의 기둥들에 복수를 저지를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지 않은가.'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그가 심각해지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제까지 협박은 무엇이든 나에게 가장 비열하고 비겁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네. 그리고 이 상황으로 미뤄보건대 다시 양은 자신의 꽃잎 위에 들어 올려져 있는 격이군. 그렇지 않나? 아무래도 이 추악한 일을 끝낼 때가 온 것 같군. 문제의 여성과 짧은 대화 정도면 충분하지. 그다음 카스테어즈 경을 직접 찾아가 그의 편지를 돌려줄걸세. 나머지 설명은 관련된 사람들이 수행해줄 테니까.'


'자, 왓슨. 이번에는 나 혼자 캠버웰에 갈 걸세. 오늘 저녁 식사를 위해 자네를 데리러 돌아올 때까지 자네가 집에서 나서는 건 전면 금지하겠네. 어쩌면 외식을 할지도 모르지? 사건의 성공적인 종결을 축하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걸세. 늦어도 6시 30분 까지는 돌아올 테니까.'


나는 그가 방으로 사라지는 것을 눈으로 쫓았다. 잠시 후 그는 프록코트와 모자를 완벽하게 차려입은 채 나타났다. 그가 더 이상 나에게 화가 나 있지 않다는 게 나에겐 믿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이내 나는 그가 말할 필요도 없는 모든 것에 대한 그의 지식이 타격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그가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다소 무감각하게 만든 그 지식 말이다. 어느덧 나는 내 마음속으로 다시 양이 해준 말을 되뇌고 있었다. - '지금 그가 박사님에게 베푸는 것보다 더 베풀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건 사실이었고 그에 준할 만큼 내게 말해준 것도 사실이었다. 단지 그가 날 처음 본 순간부터 어떤 감정을 느꼈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은 제외하고.


그의 자기 관리란 늘 그러하듯 절대적인 것이었다.


'그녀를 너무 나무라지 말게나, 홈즈.' 내가 말했다. 내가 보기엔 홈즈에게 있어 그녀가 과할 정도로 냉정하게 대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분명 그녀는 자신이 자신의 동거인 아들의 남편을 협박하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을걸세.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지 않을 게 분명해.'


홈즈는 눈썹을 치켜들었다. '나무라다니, 내 의뢰인을? 물론 그렇게는 하지 않을걸세. 결국 이 모든 조사 또한 그녀로 인해 진행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녀가 우연히 작품의 악당이 된 건 내 잘못이 아니란 말일세. 그러나 그것이 자네가 두려워하는 것이라면 나는 어떤 쓸데없는 훈계도 하지 않을 거라 말해주고 싶군. 나는 그저 내 수급을 챙기고 그녀에게 내 재량을 확신시켜줄걸세 - 아마 그 시점에서 그녀에게 자네의 친절한 안부를 전하는 건 그리 이상하지 않을걸세. 그리고 우아하게 물러나는 거지.'


'나는 진심으로 그녀에게 친절한 안부를 전하고 싶은걸세, 홈즈.' 나는 그가 문을 향해 가로질러 갈 때 말하였다. 그는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자리를 나섰다.


한 시간 남짓 지났을 때 즈음 허드슨 부인이 가스 불을 밝히러 왔고 그대로 어둠 속에 갇혀서 골몰 중인 나를 발견하곤 놀라셨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9화신중한 조사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