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신중한 조사 - 11(完)

A DISCREET INVESTIGATION

by 김뇨롱

그가 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홈즈는 정말 6시 30분에 돌아왔다; 그는 매우 정신이 맑은 상태였고 자신의 성공으로 의기양양한데다 자신의 재정적 보상에 매우 만족한 상태였다.


'다시 양은 항상 금전 거래를 선호한다고, 그녀 스스로가 내게 말해주더군.' 그가 자신의 지갑을 열어 그 지갑 안에 있는 지폐 뭉치를 내게 보여주며 말하였다. '그래서 말인데, 내 친애하는 왓슨. 오늘 밤이야 말로 멋진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네. 케트너로 가는 건 어떤가? 우리가 떠나기 전에 식전주 정도는 음미할 수 있겠지? 위스키와 소다를 줄테니 잠시만 기다리게. 내 가엾은 왓슨, 자네 정말 지쳐보이는군; 오늘 하루 종일 런던을 동분서주한 게 내가 아니라 자네인 것 같네. 이리 오게. 이리 와서 모든 일들을 마음에서 툴툴 털어버리게나. 이걸 마신 다음에는 옷을 갈아입고 오게. 우리 앞에는 편안한 저녁 휴식이 기다리고 있단 말일세.'


'그녀가 자네에게 어떤 말을 하던가?' 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내 잔을 바라보며 볼멘 소리로 물었다; 도저히 그 당시로선 내 빈 위에 이 술을 들이키는 것으로 얻는 이득을 하나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실은, 별로 없었다네. 그녀는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네. 게다가 그 편지까지 손수 준비해두었더군. 나는 사실을 설명해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네. 그리곤 내게 부탁하기를 그 편지들을 카스테어즈 경에게 고스란히 돌려주면서 다음 날 있을 워털루 역의 만남은 취소되었으며 더 이상 이러한 소통이 없을 것을 당부해달라고 했다네. 이것으로 그녀는 이 사건의 의뢰인이라는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 여기 연관된 모든 이들의 익명성을 보장해달라 내게 부탁했다네 - 나는 내가 의뢰비를 받은 그 순간부터 나 또한 이 사건에 관련된 인물이기에 이 일은 완전히 비밀에 부칠것이라 말해주었다네. 나는 커크패트릭 씨의 출생 증명서를 그녀에게 돌려주었고 그녀가 원한다면 직접 그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그의 주소까지 남겨주었다네. 무엇보다도 그녀는 그녀의 친구에게 연락할 방법을 잘 알고 있네. 분명 이 두 숙녀분들은 서로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분명 있을테지, 게다가 둘이 재결합 할 때에는 응당 그에 대답을 해주어야 할걸세 - 하지만 그건 우리의 걱정거리가 아니지. 자네가 부탁한 대로 자네의 안부도 전해주었다네, 그리고는 그녀 또한 자네에게 안부를 전해달라 부탁하더군.


'그 다음에는 즉시 이 곳을 떠나는 것이 최선이었다네. 그래서 나는 곧장 카스테어즈 경의 거처로 향했지. 말할 필요도 없이 그는 나와 그 편지를 보자 무척이나 기뻐했다네. 그는 순전히 내가 그 편지를 어디서, 누구에게서 얻었는지 궁금해 했지만 그에 대해선 나의 직업적 자신감의 문제라는 것을 말해주었고 그도 그걸 이해해주었네. 하지만 내 의심컨데 아무래도 세실 포레스터 양이 파리에서 돌아오자마자 그가 그녀에게 연락을 취할것만 같단 말이지. 이도 무척 흥미롭지만 - 이 또한, 우리의 걱정거리는 아니라네. 그나저나 카스테어즈 경은 제법 관대한 남자였다네; 그는 감사의 의미로 내게 일부 재정적인 답례를 해주었다네. 그래서 당연히, 이 만큼이라면 나는 케트너에 가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네.'


그는 너털웃음을 짓더내 천천히 창가를 향해 다가갔다. '자 이제, 옷을 갈아입으러 다녀오게나. 참으로 유순한 친구 같으니, 나 또한 그렇게 하겠네. 자네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질 못했거든. 게다가 성공이 식욕을 자극하는 효과를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는 주목할만하지 않은가!'


후회스럽게도 나는 그 날 우리의 저녁 식사의 훌륭함과 우리를 둘러싼 주변의 우아함이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할 만큼 인상깊지 않았음을 여기 적어야만 하겠다. 도리어 홈즈는 분명히 그 모든 사치를 부려서 나를 대접하기 위해 내 영혼을 고양시키고 오후를 보상하려 했기 때문에 더욱 내겐 괴로웠다. 그 당시에는 좀 더 엄선된 식당 중 한 곳에서 식사를 하는 여유 자체가 무척 흔치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홈즈는 사회의 친절함에 대한 경멸을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만 먹으면 문명화된 사회의 부속품들을 확실히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그는 흠잡을 데 없는 옷차림과 단정한 모습으로 눈부신 미소와 재치있는 화제를 한데 모으곤 했다. 나는 그를 위해 최선을 다 했지만, 그 날 저녁 이후에 그에게 전해야 할 말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편으론 마음이 무거웠다. 번쩍이는 불빛, 잘 조절된 어조의 동료 손님들의 대화, 샴페인 잔의 딸깍거리는 소리, 여성의 웃음소리, 이 모든 것이 내게는 그 기저에 조롱이 깔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나를 조롱하고 놀려대고 있었다.


홈즈의 회색 눈동자는 그의 외적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유난히 부드럽고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의 길고 하얀 손이 그의 말들에 맞추어 공중에서 섬세하게 움직였다. 와인을 홀짝이고, 나중에는 커피와 퀴라소를 홀작이면서 우울의 황홀경에 빠져 꿈의 끝을 조롱하는 주변 환경에 나는 점점 더 빠져들었다. 이윽고 홈즈도 침묵에 빠져 은색 케이스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의자에 기대어 푸른 연기가 우리 사이를 흐르게 했다. 그는 몇 시간 전에 우리가 나눈 대화에 대해 아무런 암시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일이 말하지 않은 것의 깊은 곳으로 조용히 가라앉아 다시는 언급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왓슨, 왓슨...자네가 보기엔 내가 그렇게 관찰력이 떨어져 보이나?' 결국 그는 이제까지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그는 뭔가를 알고 있었다 - 얼마나 많은지, 그는 결코 밝히지는 않으리라. '나의 가엾은 왓슨. 보아하니 자네는 내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는 것 같군. 부디 다시 양에 대한 자네의 신뢰가 정당한 것이라는 게 밝혀지기를 바랄 뿐일세.' 그렇다면 더 말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그가 나를 돌봐 준 것이 맞을까? 단지 그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어찌 되었든 이제 우리 모두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내 몫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내가 해야 할 일이란 말로 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가 베이커 가에 돌아와 파이프를 들고 모닥불 옆에 앉아 잔뜩 졸린 몸으로 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그 어느 곳보다도 베이커 가는 유일하게 이런 때에 적절한 환경이었다.


'홈즈.' 나는 결연하게 말하였다. '내가 생각을 좀 해보았는데 말일세.'


'안 그래도 그래 보였다네, 내 친애하는 친구여. 자네는 저녁 내내 정신이 팔려있더군. 그야말로 스스로 즐겨야 할 시점에 말일세. 만일 그런 게 아니라면 내 말하건대 자네의 평소 반짝이는 모습과는 달라보였다네. 사실, 식당의 탁월함이 저녁 식사 동반자에게 결핍된 흥분을 조금이라도 채워주는 데 크게 기여하지 않았다면야 오늘 우리의 작은 외출은 비참한 실패였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그러지 말게나, 홈즈.' 나는 빠르게 대답했다. '난 내 독립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네. 그게 내 경력을 이어나가는 데에도, 자네에게도 더 좋을 걸세. 나는 종종 자네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방해가 되기도 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네. 그리고 자네가 오늘 오후에 내게 말해준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평판이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네.'


홈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에서 파이프를 빼내고는 그대로 화로 속으로 시선을 던졌다. 나는 그의 뺨에 홍조가 번진 것을 보고 놀랐다. 거의 1분이 지났는데도 그가 여전히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나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나는 여전히 자네의 친구이며 자네의 연대 작가일걸세.' 내가 말했다. '자네가 그렇게 하도록 허락해준다면 말일세. 자네가 나를 초대해준다면 나는 여전히 자네의 활약상을 기록하고 싶다네. 나는 여전히 자네의 가장 가까운 동료가 되고 싶다네. 다만...'


여기서 나는 잠시 말하기를 그만두었다가 힘겹게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당장 떠날 생각은 없다네.' 나는 말하였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고 싶네. 그러다보면 좀 더 다른 방법이 떠오를 수도 있고 어쩌면 확립된 관행에 합류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네...게다가 자네도 알다시피 제법 성공을 해서 주변에 잘 알려지게 되면 재정적인 부족함이 사라져서라도 동거인은 굳이 필요하지 않게 되지 않던가...'


그제서야 그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뺨의 홍조는 사라졌고, 도리어 이제는 너무 창백해져서 입술마저 하얗게 보일 지경이었다.


'친애하는 친구여.'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이내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한 번 화로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자네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진행해야 한다네.' 그가 말했다. '자네가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들 모두 훌륭한 것들임에 분명하네.; 나는 그 이유들 속에서 어떤 결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네. 그리고 자네가 말하듯이 자네는 자네의 수련의 경력을 쌓아나가야 하네. 그간 나는 자네의 경력을 막을 정도로 이기적이었다네. 나는 내 보스웰을 그리워하겠지만 - 반드시...그래, 자네는 내일부터 주변 거처를 살펴보도록 하게. 아마 이 주변에 제법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좋은 장소들이 많을걸세...이런, 뭐가 끼쳐왔는지 몰라도 너무나 피곤해서 바로 들어가봐야 할 것 같군. 이렇게나 끔찍하게 피곤할수가. 부디 좋은 밤 보내도록 하게, 왓슨. 아침에 자네의 계획을 좀 더 논의해보도록 하지.'


그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자기 방으로 돌아섰다. 그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내 눈을 마주보지 않았다. 나는 그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 그대로 일어났다.


'홈즈 - ' 내가 말했다. 순간 그는 내가 전에 본 적이 있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맑고 딱딱한 눈은 흐려졌고, 굳게 다문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내게 다가오더니 아주 잠깐 동안 내 입술에 손가락을 대어 나를 침묵시켰다. 그리고는 부러 몸을 돌려 선반 위에 놓인 코카인 병과 모코코 케이스를 집어들었다. 나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가 그것들을 든 채로 자신의 방을 향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이것이 '여왕벌 사건'에 대한 나의 설명 전부이다. 당장에 후속이 없는 것은 그가 약속했던 대로 다음 날 내 제안에 대해 논의하기는 커녕 홈즈가 그 때나 그 이후에도 그 주제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렇게 하는 대신 리볼버와 탄약통을 든 채 안락의자에 앉아 총알 구멍을 뚫어 만든 애국적인 V.R.로 반대편 벽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력하게 그런 그를 지켜보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한들 차라리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의도했던 부분 뿐 아니라 다시 양의 조언 전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이 후속편은 다른 이야기에 속하기에 호기심 많은 독자분들은 '네 개의 서명' 편에서 더 자세한 사실을 찾아보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적기 위해 공을 들였고, 정식으로 편집되고 대중이 소비할 수 있도록 수용 가능하게 어느 정도 다듬었다. 처음에는 리핀콧의 월간 매거진에 발표했고 나중에는 나의 대리인인 코난 도일 박사의 도움을 받아 책 형태로 출간했다. 나에게 스트랜드라는 잡지를 처음으로 소개해준 사람이 바로 이 신사분이었는데, 그 잡지에서 나는 홈즈가 우리의 모험에 대한 나의 '매우 낭만적인 이야기'라고 쓴 것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곤 했다.


그러나 이 기록은 결코 낭만적으로 묘사되지 않았다. 이 책은 내가 쓴 것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정도로 정직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세기를 살아온 점잖은 독자분들이 이 책을 친절하게 판다해주기를 바라며 이 책이 나와 셜록 홈즈씨 사이의 유명한 우정에 그림자가 아닌 빛을 드리우는 것으로 여겨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 사람의 삶에서 고통스러운 사건들에 대해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돌이켜 볼 때 과도하게 극화하거나, 관련된 감정을 피하면서 경험에 맨 뼈대만 기록하고 싶은 유혹이 늘 도사리고 있다.


내가 '마지막 문제'를 써서 출판했을 때, 그리고 나중에 '빈 집의 모험'을 썼을 때 나는 의도적으로 후자의 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그 때 나는 정확한 기록을 제시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그렇게 했던 것 뿐이다.


그런데도 눈에 띄는 허점은 여전히 존재해서 그에 대한 설명을 붙이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이제 나는 느슨한 끝을 매듭지으려 왔으니, 말하자면 파토스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경계하려 한다. 미래의 독자들이 나를 용서해주기를 바란다. 척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의학박사 존 H. 왓슨

1907년 런던에서





- [신중한 조사] 편 마침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0화신중한 조사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