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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담 Jun 03. 2022

글을 쓰기에 앞서

아마도 프롤로그

미루고 미루었던 산문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딱 50개의 글을 의무적으로라도 써보자는 마음에서 말이다. 창작물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작자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가 필요할 테니 내 소개부터 간단히 하겠다. 나는 23살의 대학생이다. 미디어를 공부하고 있고, 영화와 책을 비롯해 사람과 이야기가 담긴 거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낯선 곳에서 쉽게 해방감을 느끼는 편이라 여행도 좋아한다. 작년에는 아마추어 극단에서 뮤지컬 총연출로 작품 하나를 올렸고, 지금은 CJ ENM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두 달 뒤에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프랑스 파리에 간다. 이것 말고도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이 많겠지만, 내가 창작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보여줄 문장만 몇 개 선별했다. 나를 규정하는 문장 중 그나마 멋들어진 표현을 엄선해온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 당신은 사고의 깊이가 오르락내리락하는 23살의 글을 읽고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젊음의 시절을 서툴게 걷고 있는 이의 서툰 글을.

내가 사랑하는 계절

Delete 버튼을 쉽게 누르지 못하는 유형의 인간이 있다. 무언가를 잃기 싫어하는 사람들.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기록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 나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다. 쉽게 마음을 열고 빠르게 정을 주는 나는 새삼 많은 것이 소중하고 애틋하다. 그것들을 잃는 게 두려워서 습관적으로 기록을 시작했다. 내 기억 속에 없다면, 그것은 내게 없는 일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꾸준히 일기를 썼다. 일기장에서 다이어리, 다이어리에서 아이폰 메모장. 공간만 바뀌었지 나의 문장들은 꾸준히 쌓여왔다. 보관의 대상에 텍스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과 영상, 그림 등 사랑하는 것들을 담을 수 있는 매체는 많았다. 하물며 아주 흔하고 뻔한 날에 먹은 밥 한 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다시 그 사진을 볼 일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언젠가 반가운 기억이 될 것만 같아서다. 매 순간을 강박적으로 남기려 하는 피곤한 습관만 하나 얻은 꼴이다.


덕분에 고등학교 1학년 때 산 1TB짜리 외장하드를  5년 만에 꽉 채웠다. 이제는 무엇이 담겨있는지 열어보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방대한 나의 어떤 시절들이 네모난 것 안에 있다. 쌓아온 것은 많지만 정작 속이 텅 비어있는 기분에 오래 사로잡혀 있었다. ‘채운다’는 감각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 지를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은 탓이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

그동안의 내가 보고 들은 것,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모두 알게 된 사람은 비로소 나를 완전히 이해할까? 그 기록물들은 곧 내가 되는 것일까? 갤러리를 다시 볼 때면 내가 무엇을 사랑해왔는지 깨닫는다. 내가 어떤 순간을, 어떤 사람들을, 나의 어떤 모습을 사랑했는지. 지금의 나는 어떤 장면들로 만들어진 것인지 차근차근 기록해보려고 한다.


고작 '나'라는 사람에게 벌어진 사소한 사건을 타인과 공유하겠다는 마음이 알량하게 느껴진다. 나의 존재조차 모르던 사람들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 동참해줄지도 아직 의문이다. 나의 생각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내가 쏟아내는 글자들이 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읽히고 싶은 마음’이 있는 만큼 ‘읽고 싶은 마음’이 이 지구에는 있을 거라고 믿기로 했다. ‘균형’으로 존속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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