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도 공부에 관심 없는 친구들은 선생님이 아무리 마대 자루로 쥐어 패도 절대 공부를 안 했었다. 그리고 그때 깨달은 건 그냥 공부 머리가 있는 애들은 따로 있다는 거였다. 그냥 키도 다리도 짧으면서 100미터 육상 금메달을 꿈꾼다 거나, 거구에 체질적으로 비만이면서 볼쇼이 발레리노가 꿈인 것처럼 하릴없는 일이 있을까. 나무늘보가 독수리를 꿈꾸는 일이다.
그런데도 꼭 공부는 잘해야지! 하고 나무라듯 아무 아이나 붙잡고 묻는 사람이 많다.
"이 놈, 공부 잘해?" (아저씨는 잘하셨어요?)
"아이쿠, 이 놈 뭐가 될라고 공부를 안 해?" (아저씨는 지금 뭐가 되셨나요?)
그리고 공부를 잘한다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후진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열심히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목록에는 공부도 포함된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건 후진국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검찰은 나쁜 놈 잡고, 의사는 생명을 지키고, 학생은 공부가 사명이라며 "공부 잘하냐?" 묻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들 공감하다시피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검찰도 의사도 학생도 모두 사명을 지키지 않는다.
딸은 선진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히 후진국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생각이 많이 다르다.
어느새 딸이 수능 보는 나이가 됐다. 그리고 내일이 수능이다.
이 수능으로 빚어지게 되는 세상의 수많은 차별과 횡포를 나는 잘 알고 있다. 부디 딸이 세상에 나갈 땐 사라지길 빌면서 딸의 수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