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더블린 생활을 지켜봤던 분들이라면 이 제목을 보고 놀라실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나라 찾아 떠나간다더니... 집에서 입김이 나온다고??'
10월 중순, 포르투갈에 도착했고 두 달이 조금 안된 지금, 나는 이곳에서 한겨울을 지나고 있다.
포르투갈의 집에는 난방 시스템이 없다는 것을 출국날로부터 한 달 전쯤 처음 알게 됐다. 아무리 따뜻한 나라라지만 사계절 무더운 열대 기후도 아니고... 집에 난방이 안되어 있다고? 추위를 많이 타고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겨울을 보통 어떻게 나는지 팀 동료들에게 물어봤다. 여태껏 히터를 써본 적 없다는 동료, 이중창 유무가 매우 중요하니 꼭 확인하고 집을 결정하라는 동료, 가스히터를 쓴다는 동료, 전기 히터를 쓴다는 동료 등등 다양했다. 어쨌든 어디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이사할 집에 난방이 안되어 있을 가능성은 99.99%였다.
포르투갈에 와서 직접 집을 보러 다녀보니 역시나 난방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는 집이 없었고, 결국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집도 그렇다. 11월 말부터 부쩍 쌀쌀한 기운이 돌더니 12월이 되고 나선 집 안에서 입김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 포르투갈은 정말 따뜻한 나라가 맞다.
12월 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의 낮 기온은 16도다. 한겨울에 16도라니.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겨울치곤 따뜻하다. 더블린에서 11월이 되자마자 꺼내야 했던 가장 두꺼운 패딩과 겨울 모자는 아직도 옷장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 햇빛이 나는 날에는 경량 패딩으로도 거뜬히 하루를 난다.
그런데 왜 집에서 입김이 날 정도로 추운 걸까?
아일랜드에서도 경험했지만 단열이 잘 안 되어 있는 집에 살면 실내보다 실외가 더 따뜻할 때가 있다. 집 안에서 떨다가 집 밖에 나가서 몸을 녹이는 웃픈 상황이 자주 생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집 역시 포르투갈의 다른 많은 집들처럼 오래된 집이고, 애초에 겨울을 고려하지 않고 지어졌기 때문에 겨울을 나기에 썩 좋은 환경이 아닌 것. (대신, 여름에는 시원하고 좋을 듯.)
이럴 때면 밖은 냉동고 같아도 집에 들어오면 후끈한 온기가 느껴지고, 뜨끈한 방바닥에서 마음 놓고 몸을 녹일 수 있었던 한국의 겨울이 참 그립다.
하지만 한국의 겨울도 만만치 않다. 영하권의 매서운 강추위, 실내가 너무 건조해서 틈만 나면 피부와 입술이 트고 갈라지기 일쑤, 점막도 건조해져서 비염 비슷한 증세로 병원을 찾은 적도 많았었다.
아일랜드는 습도가 높은 편이어서 겨울에 많이 건조하지 않았고, 그런 아일랜드보다 여기는 습도가 더 높아서 가습기가 아닌 제습기가 필요할 정도다. 이 때문에 겨울만 되면 사막이 되는 나의 피부도 당김 없이 잘 버텨주고 있다.
단,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 셀프 빨래방에 가서 건조기에 돌려야 하는 것이 조금 번거롭긴 하다. ^^;
비가 많이 오고 습한 포르투갈에서의 첫겨울, 어떻게 해야 잘 날 수 있을까?
1. 가스히터
생전 처음 써보는 가스히터다. 어렸을 때 학교 교실에서 썼던 난로도 가스가 아니라 석유난로였으니까. 여러 종류의 히터 중 고민 끝에 가스히터를 선택한 이유는 집 공기가 빨리 데워지고, 가스통을 교체하는 방식이어서 난방비가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안전할지 조금 걱정이 됐는데 주변에서 몇 년 동안 안전하게 잘 쓰고 있다고 추천해줘서 구매하게 됐다. 포르투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난방 형태이다. (중간중간 환기는 필수!)
2. 온갖 플리스 제품들
겨울은 곧 플리스, 플리스는 곧 겨울이다.
플리스 자켓, 플리스 양말, 플리스 잠옷, 플리스 담요, 플리스 시트, 플리스 베개... 실내가 추운 유럽에서 플리스가 없는 겨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3. 핫보틀
아일랜드에서 샀던 핫보틀인데 몇 년째 계속 사용하고 있다. 차가워지기 쉬운 손이나 발, 복부에 대고 있으면 참 좋다. 온기가 꽤 오래 지속된다.
4. 따뜻한 차 계속 마셔주기
습하다고 해도 겨울은 겨울이다. 수시로 따뜻한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목을 촉촉하게 해 주면 쌀쌀한 기운이 잠시나마 물러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