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레는 옛날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아서 그쪽 요리가 유명한 걸로 알아요. 이십 년 전 유대인 결혼 케이크 등을 팔던 오래된 골목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는지 썰렁해서 그냥 나왔어요. 이번엔 빵이라도 하나 사고 싶어요.”
내가 안 가이드에게 보냈던 가보고 싶었던 곳 리스트 두 개 중 하나이다.
마레 댄스센터를 방문하고 나서 그는 나를 유대인 쿼터로 안내했다.
아기자기한 자그만 가게들이 나라비를 선 마레의 골목길들을 오른쪽 왼쪽으로 한 십 분쯤 따라 걷다 보니 갑자기 초록색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나라비로 서 있는 식당이 나타났다. L’AS DU FALLAFEL - 영어로 “The Ace of Falafel”
안: “여기가 원조 팔라펠 식당이에요. 아니, 그렇다고 해요. 한국이랑 비슷하게 어떤 식당이 잘되면 근처에 비슷한 식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진짜 원조는 다른 데로 갔는지는 모르지만요. 그래도 여기는 근처의 팔라펠 식당 중에서 젤 잘되는 곳이에요. 옆에 보시면 팔라펠 가게들이 여럿 있는데 이 집만 줄을 서있잖아요. 맛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아직 안 들어가 봐서 잘 몰라요.” 하며 씩 웃는다.
점심시간을 한참 넘었을 오후 네시쯤 인데도 식당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중에 가서 한번 먹어 봐야지.”
다음에 데려간 곳이 가게 전체가 짙은 노란색 페이트로 칠해진 빵집이었다.
”아, 맞아. 이런 곳이었어. 이렇게 머리 땋은 것 같이 생긴 Challah Bread가 유대인식 빵이구나!“
베이글은 누구 것이지 알았지만 Challah bread 도 유대인 빵이란 건 첨 알았다.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바클라바 같은 중동식/그리스식 디저트도 많았다. 침이 꿀꺽.
워낙은 안 가이드에게 빵을 사고 싶다 했었으나 저녁 전이고 아직도 많이 돌아다녀야 해서 빵은 나중에 혼자 와서 사기로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담날 왔을 땐 너무 늦어서인지 빵가게는 문을 닫은 후였다.
빵순이인 내가 빵집 문 닫은 걸 보고 한참 실망을 한 뒤 고개를 돌아보니 팔라펠 식당에 그날은 웬일인지 줄이 하나도 없어서 저기서 저녁을 먹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앞에 가서 한 사람이라 말하니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식당 안에는 건실하게 보이는 젊은 유대인 청년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뭘 시킬지 몰라 옆테이블에 앉은 커플에게 음식이 어떠냐 했더니 너무 맛있는데 양이 많으니 조심하란다. 우선은 안심하고, 청년하나가 와서 주문을 받길래 난 육고기는 (red meat이라 한다. 이 경우 닭고기나 생선은 먹는다는 말이 된다.) 안 먹는다 하니 완전 베지테리안 음식을 권한다.
식당 내부는 오래되었지만 깔끔했고 친절했고 무엇보다도 음식이 푸짐한 건 둘째치고 아주 맛있었다. 저녁을 마치고 나오는데 보니 사람들이 다시 줄을 서 있었다.
“원조 소리 들을 자격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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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사진 설명:
유대인 고등학교 남학생들처럼 보였는데 고리타분한 유대인근본주의자들이 봤으면 혀를 끌끌 찼을듯한 아주 힙한 복장이다. 이들은 정통 유대교의 한 분파인 챠바드 하시딕에 소속되어 있는 Beth Loubavitch 회당의 학생들로 아마도 Mettez Tefiline 이란 유대인 남성들이 기도할 때 팔에 감는 가죽끈을 팔고 있는 것 같았다.
일종의 회당을 위한 기금 마련 행사이어서 그랬는지 학생들이 파티하듯 즐기면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유대인의 칼라에 대하여:
초록은 식물을 뜻하고 재생산의 의미가 있단다. 그래서 식당 색깔이 초록색이었던 것 같았다. 사실 파리의 거의 모든 식당들이 초록색이기는 하다.
고대 종교에서 노란색은 태양을 뜻하고 영원함이나 파괴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치들이 그들에게 표식으로 붙이게 했던 유대인의 별을 상징하기도 한단다. 이 중에서 과연 어떤 의미가 맞는 것 일지. 어쩌면 둘 다 맞는 듯하였다. 노란색이 너무나 강렬하였다.
그 외에도 인터넷을 찾아보시면 무지개색만큼이나 다양한 유대인의 색상 기호에 대해 알 수 있다.
백의민족인 우리와 달리 이들은 색의 민족인 모양이다.
과자 파는 집: 성스러운 쿠키라고…
코셔 피자: 유대인의 별이 보이고 가게 안의 주인장은 카파라고 하는 유대인 모자를 쓰고 긴 수염을 기르고. 영락없는 유대인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마침 핼러윈이라 동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트릭오어트릿을 하러 몰려다니고 있었다. 반은 유대인 자녀들 반은 중국인 같이 보였다. 어디를 가나 이민족들은 성향이 비슷한 이민족들끼리 몰려 산다. 미국에서도 유대인과 중국인/아시아인/인도인 들은 교육열이 높은 걸로 아주 유명하고 좋은 학군 따져가며 집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