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첨 방문한 것은 삼십 년쯤 전이다. 당시 나는 실리콘 벨리에서 젤 큰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오 년 경력의 시니어 그래픽 디자이너였는데 회사일로 런던에 일주일 출장 중이었고 주말을 이용해서 파리로 날아갔었다.
일박이일의 짧은 여행. 평생을 꿈에서만 그리던 파리를 런던까지 왔는데, 바로 코 앞에 둔 건데, 안 갈 수는 없었다.
서른여섯의 한창나이에 혼자서 한 여행이었다.
그렇게 마레에서 하룻밤을 지냈었다.
삼십 년 후
벌써 파리에는 일곱 번째 인가 여덟 번째인가도 잘 모르겠다. 지난봄 모로코에 가면서 환승차 들린 샤를르드골 공항은 내게 벌써 익숙해진 곳이 되어 있었다.
떠나는 날 기상 악화로 비행기를 바꿔 타고 가는 바람에 예정보다 두 시간 늦게 목적지에 내렸다. 다행히 호텔에 연락이 닿아서 예약했던 리무진 기사분을 만나 마레에 위치한 호텔에 예정 시간보다는 늦었지만 안 가이드를 만나는 시간에 맞추어 약속 장소에 나갈 수 있었다. 가방을 호텔 방에 들여다 놓고 오후 세시에 시청 앞에서 보기로 한 그를 만나러 바삐 걸어 나갔다. 다행히 오분쯤 되는 거리였다.
시청 앞은 그 큰 광장이 아스팔트 공사를 함인지 바닥을 죄다 엎어놓아 옛날의 광활함이 사라져서 아주 좁게 느껴졌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북새통이었다. 첨 봤을 때 그렇게 크게 느껴진 곳이 삼십 년이 지난 후 서울의 시청 앞 광장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작은 공간으로 변해 버렸다. 격세지감.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쯤 안 가이드는 시청 앞에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 입구에서 날 기다린다 문자를 보내왔다.
안: “안녕하세요?”
나: “별고 없으셨지요?”
…
안: ”가시고 싶다 하시던 발레 교습소부터 가시지요.”
나: “넵”
그렇게 나의 오박 육일 간의 마레에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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