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우연히 화단을 보니 연한 보랏빛의 꽃이 눈길을 잡아끌었다. 어디서 본 듯한 흔한 꽃인가 싶어 들여다보니 어느새 이름보다는 꽃이 예뻐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화단에 붙어 있는 ‘꽃을 가져가지 마세요!’라는 글을 보고서, 어떤 사람들은 보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아 화단에 꽃을 꺾어 가 버리는 일이 종종 있음을 깨달았다.
꽃을 꺾어 줄기에서 떨어지면 뿌리에서 떨어진 꽃은 그때부터 생명력을 잃는다. 금세 마르고 시들어버려 어딘가에 버려질지도, 꽃병에 꽂아두었도 조금 더 연명할 뿐 제가 가진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아름다움이 퇴색된 체 소멸할 것이다.
순간에 욕망으로 꽃을 꺾어 가는 것도 사람의 마음이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갈길을 가는 것도 사람의 마음이다. 우리는 얼마나 제 욕심을 이기지 못해, 이 같은 꽃을 꺾어 작고 보잘것없는 욕망을 충족시켰을까?
그래도, 그 가운데 한 번쯤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을 그대로 둘 수 있는 무심함을 가졌었기를 바래 본다. 아름다움의 본질과 초라한 욕심을 이 문장만큼 다 담을 수 있을까? 나는 아마 이 보다 더 나은 문장을 찾지 못할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