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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은 이직이 자유로운가?

by 친절한 알렉스

외국계 기업에 다니면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외국계 회사는 이직에 대해 관대한가?'라는 질문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이직을 경험한다. 이직의 이유는 다양하다. 업무가 맞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그럴 수도 있다. 누군가는 사람 간의 관계가 힘들어 이직을 하기도 한다. 그 이유가 어떤 것이든 이직은 당사자의 자유이고 책임이다.


이직은 당사자에겐 경력 생활의 일부일 수 있으며, 새로운 삶의 도약대 일수 있다. 그 반대로 회사에 남는 누군가에겐 다른 동료의 이직이 부러움의 대상이면서 때론 '정적(政敵)'의 제거 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나가야 내가 승진을 할 수 있고, 누군가의 이직이 있어야 우리회사에 신규 인력 확충이 가능하다. 회사가 아무리 싫어도 그 회사에 오래 남아있는 사람들은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포기한 기회비용의 대가로 결국 회사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이직자와 이직을 하지 않는 자가 그렇게 얽히고설켜 돌아간다.


업계 통념상 이직을 자주 해도 좋은 케이스가 있다. 바로 '프로젝트' 베이스로 계약을 하고 업무를 하는 직종이다. 프로젝트는 시작과 끝이 존재하는 단발성 업무이다. 예를 들어 'OO원자력 발전소 X호기'라는 공사는 시공과 완공이 존재하는 프로젝트이다. '2025년 여름 OO페스티벌'이라는 대기업 식품 회사의 마케팅 업무 역시 단발성 프로젝트이다. 이처럼, 시작과 끝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 에서 결과물을 내는 직종은 한 회사에 몇년을 있었는지 보다, 개별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들은 더 좋은 조건과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을 경우 이직을 많이 하는 편이다.


반대로 긴 호흡으로 회사의 성장과 나의 커리어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직종이 있다. 대표적으로 기술영업이나 고객 서비스 부서가 그렇다. 한 회사와 B to B (비즈니스 투 비즈니스, 회사 간 거래를 뜻함) 계약으로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회사의 경우, 고객 서비스 혹은 고객 영업 부서 인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대기업의 시스템을 관리해 주는 외주업체의 엔지니어는 표면적 이론지식 이외에 거래처에 대한 수없이 많은 정성적, 정량적 정보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고객과 오랫동안 함께 하며 얻어진 유형, 무형의 가치들은 회사 입장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에 속한다. 이런 직군이 이직이 잦아진다면 또다시 새로운 사람을 배치하고, 고객사와 새로운 관계를 맺고, 정보를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이다. 영업, 기술, 서비스 직군의 관리자들은 한 기업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외국계 기업의 이직에 대해 포괄적으로 결론을 짓기 전에, 먼저 본인이 몸담고 있는 직군이 이직에 관대한지, 이직을 선호하지 않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회사 생활의 목적이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회사 생활을 단순히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이직에 대한 큰 고민이 없어진다.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대우를 해 주면 언제든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20년 가까이해 오다 보니 회사라는 것은 월급 말고도 눈에 안 보이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성취감, 우여곡절을 겪고도 버텨냈다는 끈기와 자신감, 수많은 고객사에 보여주었던 나의 헌신과 포트폴리오들,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자신의 짧고 굵직한 이력은 노후에도 큰 버팀목이 된다.


이직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긴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의 이직을 함부로 평가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이직은 인생에 있어 많은 것을 바꿀 삶의 갈림길이기 때문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외국계든, 국내 회사든 말이다.


결론적으로, '외국계 기업이라서 이직에 자유롭다.'는 명제는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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