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에서 요구하는 영어 실력은 얼마큼일까? 외국계 기업과 영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외국계 기업에서 영어는 잘하면 잘할수록 좋다.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영어 실력이 더 높은 사람이 더 많은 기회와 업무의 성공 가능성을 갖게 된다.
우선 '영어 실력'에 대해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영어 실력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네 가지 영역으로 평가된다. 어떤 사람은 토익 700점도 안 되는 실력인데, 문장을 수십 번 반복 연습하여 몇몇 가벼운 회화를 잘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토익 900점을 맞을 정도로 독해와 듣기 능력이 우수하지만 외국인과 말을 해본 적이 없어 회화 능력이 떨어진다. 누가 영어를 잘하고, 누가 영어를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누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인지, 누가 못하는 사람인지 판단할 수 없다. 판단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외국계 회사 관점에서 필요로 하는 영어실력에 관한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보았다.
결론을 말하면, 필요한 영어 실력은 '업무 환경'에 달려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본인의 업무량, 업무의 질, 업무상 만나는 사람의 종류, 만나야 하는 사람의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진다는 소리다.
1. 회사 중간관리자나 실무자의 경우 본인이 맡은 업무를 이상 없이 처리해 낼 정도의 영어 실력이면 충분하다. 실무가 가장 많은 시기이므로 영어 공부에 소홀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어 실력을 키워 나가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일에 치여 영어 실력을 소홀히 하다가 어느새 관리자가 되었는데 영어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면 어려움을 맞을 수 있다.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한다. 회사 내부의 평가나 자기 계발에 대한 객관적 증빙자료도 필요하기 때문에 토익 성적을 갱신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2. 회사의 대표, 임원, 팀장 같은 중역은 영어 성적보다는 실제 업무상 자유로운 수준의 영어 사용은 물론, 더 고급스럽고 세련되고 정제된 수준의 영어 활용을 요구한다. 영어 실력 중에서도 특히 가장 필요한 것은 영어 '쓰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외국계 기업의 중역이 스피킹시 발음은 부정확하거나 느릴 수 있다. 구수한 콩글리시 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메일이나 공문 작성에서는 이런 점이 용납되지 않는다. 회사 중역이 쓴 공문이나 이메일은 회사의 신뢰도와 이미지에 직결된다.
3. 신입 사원의 경우 업무적인 맥락이 없어 평가가 힘들다. 어린 시절부터 영어 환경에 노출된 ESL 학습자가 아닌 이상 EFL 실력으로 스피킹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욱이 신입사원의 경우 영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회사에서 벌어지는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활용할 수 있는 영어의 양은 극히 적다. 즉 업무적인 맥락이 영어 실력에 우선한다. 말하기, 쓰기는 업무와 함께 하나하나 배워 나가는 것이다. 결국 보여줄 수 있는 것은 Input 능력이다. Input 능력은 영어 기본 소양으로 학습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는 신입 사원이라면 (이공계 기준) 최소 토익시험 800점은 달성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아무리 언어적 재능이 없는 사람도 토익 800점은 어느 정도의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영어를 전혀 쓰지 않는 포지션이나 회사도 있다. 분명히 외국계 기업이긴 하나, 본인이 업무 상에서 영어가 중요하지 않다면 굳이 영어실력을 쌓기보다는 실무에 대한 개발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 영어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물론 영어 공부 자체가 즐겁고 영어 점수를 필요로 한다면 영어공부를 당연히 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영어가 업무상 필요 없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위의 네 가지를 정리하면 공통분모를 도출할 수 있다. 공통분모는 바로 '업무'다. 외국계 기업에서 결국 중심이 되는 것은 업무다. 업무를 잘한다는 것은 돈을 잘 번다는 뜻이다. 돈을 잘 벌기 위해 영어가 필요한 것이지, 여러분의 영어실력을 늘리기 위해 일을 시키는 것은 아니다. 미안하지만 회사는 여러분이 영어실력을 늘릴지 말지에 관심이 없다. 회사의 주주와 경영자들이 본인들의 사업을 진행해 나감에 있어 여러분의 영어 실력이 필요할 뿐이다. 돈을 버는 데 있어 영어가 활용되는 사람은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고, 돈을 버는 데 있어 영어가 자꾸 앞을 가로막는 사람은 도태된다.
냉정하지만 이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