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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의 입사 준비 (2) 서류, 스펙 편

by 친절한 알렉스

외국계 기업의 입사 시 '서류' 라 함은, 주로 'Resume'와 'CV'를 뜻한다. 이 둘은 모두 입사 지원서 역할을 하지만, 그 역할이 미세하게 다르다. 우선 Resume를 보자. 우리가 흔히 '레쥬메이'라고 부르는 이 단어는 사실 영어가 아니라 프랑스어 résumé이다. 프랑스어의 발음은 레쥐메가 이고 무언가를 '요약'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간결하게 1~2 페이지로 작성된 전통적인 한국식 '이력서'를 뜻한다. 한편, CV는 'Curriculum Vitae'의 약어로서, 라틴어이다. 그 뜻은 '살아온 삶'이라는, 약간은 철학적(?)인 뜻을 담고 있다. CV는 '근무 경력' 혹은 '경력 증명서'를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Resume와 CV를 모두 준비하는 것이 좋다.


외국계 기업 중 일부 대기업은 본사 홈페이지에 채용 란이 있다. 홈페이지 채용란에 들어가 채용공고를 자주 들여다보자. 만약 원하는 포지션의 공고가 있다면, 자체 양식을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채용란이 없는 회사는 구직 사이트에 올라오거나 헤드헌터를 이용할 수 있다. 헤드헌터를 이용하는 경우 그 회사에 적합한 Resume 양식을 요청하면 최적화된 문서 양식을 공유해 줄 것이다. Resume 에는 신상정보, 학력, 자격증, 경력사항 등 핵심 정보를 적으면 된다. 대부분의 대기업 입사원서 양식을 보면 첫 페이지에 이런 정보를 적게 되어있다. 이것이 Resume라고 보면 된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다른 외국계 회사에 먼저 입사한 선배나 지인에게 원서양식을 구한 다음,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를 기준으로 약간씩 수정을 하여 쓰는 것이 좋다. Resume는 가급적 심플하고 알아보기 쉽게 한 페이지에 담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은 넣는 것을 추천하지만 요즘은 사진을 요구하지 않는 회사들도 있다. Resume 든 CV 든, 한글 파일보다는 Word 파일로 만드는 것이 좋다.


Resume의 뒤쪽에 이어지는 CV는 경력 기술서라고 보면 된다. CV 에는 Resume의 경력 사항에 적었던 내용들을 시간 순서대로 자세히 풀어내는 곳이다. 가장 최근에 근무했던 직장이나 프로젝트 명을 가장 위쪽에 배치하며 시간 역순으로 내려가면 좋다. CV는 본인이 했던 업무를 사실에 근거하여 간단하게 적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기존의 직장에서의 A to Z (일거수일투족)을 적는 것은 좋지 않다. 중요한 프로젝트나 중요한 성과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 사이에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핵심적인 업무 위주로, 프로젝트명과 자신이 맡은 역할을 쓰면 좋다. 경력직의 경우, 회사 실무진 입장에서 가장 알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의 '정량적인 성과'이다.


'OO 프로젝트에서 개발자로서 $$ 의 예산을 절감'

'납기를 XX 만큼 단축'

'영업 관리자로서 20XX 년도 수주액 $$$ 달성'

'XX 아이디어를 고객사에 제공하여 우수 협력업체 상 수상'

'국내 대리점 XX 개소 관리 수주액 $$$ 달성'

...


성과는 이렇게 정량적이어야 한다. 기업이 경력직 채용 시 정량적인 실적을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사람이 자신이 실적이나 근거를 가지고 일을 했는지를 보기 위함이다. 한 회사에서의 실적은 그 회사를 그만두고 다음 회사에 가도, 그다음 직장에 가도, 꼬리표처럼 늘 따라다닌다. 이력서에 정량적인 실적 관리가 잘 되어있는 사람은 평소에 전 직장에서도 실적을 따져가며 일을 했다는 것이고, 실적을 따져가며 일을 했다는 것은 회사에 자신이 어떠한 역할을 제공하는지 고민하는 자기 객관화 과정이 있었다는 뜻이다. 내가 금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스스로가 본인의 실적 관리를 해 보고 나는 이 회사에 어떤 기여를 얼마큼 하고 있는가? 를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신입사원의 경우, 정량적인 실적이 없기 때문에 업무를 대하는 자세인 '애티튜드 (Attitude)'가 중요하다. 그러나 애티튜드를 보여주려면 우선은 서류를 통과해야 한다. 서류 통과 없이는 아무리 좋은 애티튜드를 지니고 있어도 보여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생활에 대한 애티튜드를 보여 줄 수는 있다. 링크드인 같은 SNS 활동은 그 자체로 포트폴리오가 된다. '나는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러이러한 목적으로 박람회나 기술 전시회에 참가해서 어떠어떠한 회사들을 지켜봤고, 관련 업종을 공부하며 2년을 준비했다.'라고 이력서에 적는 사람이 있다면 99% 합격을 보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지원자를 만나긴 힘들다. 학교 생활을 할 때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 또한 그랬다.)


그렇다면 외국계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펙은 어떻게 될까? 기본적으로 국내외 4년제 대학교 졸업자를 선호하고, 상위권 대학교를 더 선호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도 자본력과 허용할 수 있는 예산이 있다. 최상위 거대 기업들의 경우 명문대 학생들 위주로 고액 연봉을 주고 채용을 하는데, 그만큼의 급여나 복지 지불능력이 되는 회사들인 경우가 많다. 이와 반대로 명문대 학생들에게 지급할 급여 수준이 안 되는 회사의 경우, 최상위권 대학 출신 학생들을 굳이 뽑지는 않는다. 다소 아쉬운 금액의 연봉을 제시해 가며 회사가 낮은 위치에 설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돈 외에 업무에 대한 애티튜드 문제도 있다. 아무래도 한국에 상주하는 다수의 기업들이 고객사나 개인 고객에게 영업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을'의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전처럼 '갑과 을' 같은 개념이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나, 시장의 논리에서 갑과 을 관계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 최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학창 시절부터 1~2등을 하고 주변의 아이들로부터 찬사를 받던 우수한 인재들이다. 소위 '콧대 높은' 명문대 출신 학생들이 대기업이나 고객들의 갑질을 잘 견디어 낼지 미지수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어떤 기업이나 직종은 최상위 명문대생을 서류에서 일부러 탈락시키기도 한다. 아마도 명문대 학생들이 이 글을 보면 마음이 다소 불편하겠지만, 그것은 굉장히 '좋은 불편함'이라고 이해해 주고 웃고 넘어가길 바란다.


다음으로 중요한 스펙이라면 당연히 '영어 실력'이다. '외국계 기업은 스피킹을 잘해야 한다', '아니다, 라이팅을 잘해야 한다', 등등 여러 의견들이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면접이나 실무까지 갔을 때 이야기고, 우선은 스펙도 중요하다. 토익, 토플 등의 영어 점수 말이다. 위에서 했던 대학 이야기와 비슷하다. 누군가는 토익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런 말 믿지 마라. 토익 성적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토익을 잘한다고 누구나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영어를 잘하는 모든 사람은 좋은 토익 점수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토익으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고를 수는 없지만, 못 하는 사람을 골라낼 수는 있다. 토익은 고고익선이다. 단, 토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고익선'에 꽂혀 토익의 감옥에 갇히지는 말자. 토익은 나를 위한 도구이지, 내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


외국계 기업에 원서를 쓰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토익 점수는 800점 정도면 무난하다. 일부 외국어 구사가 매우 중요한 포지션은 논외로 하고 일반적인 공대출신 엔지니어, 서비스, 개발, 설계, 기술영업 계통은 800점 정도 받아주면 좋다. 문과생들이 지원해야 하는 직종인 회계, 마케팅, 인사, 기타 관리직은 900 이상을 무조건 받을 것을 추천한다. 물론 800이 안된다고 떨어지고 800이 넘는다고 붙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토익 800은 단기간에 누구나 노력하면 맞을 수 있는 점수이고,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기본 언어적 소양을 가지고 있다는 증표와도 같다. '700은 될까요?', '750은 안될까요?' 이런 질문할 시간에 그냥 머리 박고 공부해서 가급적 800 이상은 찍도록 하자. 외국계 기업을 진심으로 희망한다면 말이다.


마무리하자면, 회사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스펙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다. 가끔 책이나 언론에서 멋있는 말만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고, 블라인드 채용이니, 학벌을 타파해야 한다느니 어쩌니 한다. 그들이 하는 말에 대해선 동의한다. 그 명분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명분과 현실은 괴리가 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그런 말들을 100% 믿지는 말라. 필자는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인 사람이 아니다. 단, 나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다. 본인이 학벌이 안 좋다고 판단되면 죽기 살기로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영어 점수라든지, 남들이 잘 따지 못한 자격증 이라든지, 남들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본인의 포트폴리오, 그것이 무엇이든 비장의 무기 하나는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 핵심 무기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고 잘 알고 있는 분야여야 한다.


그럼 다음 '면접' 편에서 면접과 관련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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