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에 들어가길 희망하는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신입사원으로서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면,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라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물론 빠른 준비로 1학년때부터 준비하면 더 좋겠지만 1학년 때부터 4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는 학생은 흔치 않다. 전에 이미 말했듯이, 외국계 기업의 채용은 그 주기가 불규칙하며 워낙 다양한 분야의 잘 모르는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사전에 긴 호흡을 가지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많은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동료 선후배들을 만나보면, 대기업 공채 시즌에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대안으로 부랴부랴 지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동기들보다 입사가 늦어지고 나이는 한 살 더 먹게 되면 커리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름도 잘 들어본 적 없는 외국계 기업이라 하니 뭔가 만만해 보이기도 하고, 이렇게 궁여지책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외국계 기업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굉장히 Specific (구체적)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사람을 대거 뽑아놓고 기본 소양을 양성한 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이를테면 군대의 훈련소와 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관리한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은 신입사원 1일 차부터 구체적인 역할이 주어지고, 주어진 R&R 에 따라 행동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그동안 학교 생활에만 집중하던 삶의 패턴이 있어 사회 전반적인 흐름이나 경제 기조를 읽는 눈이 부족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의 주력 사업, 그리고 그 사업이 이루어지는 Value Chain을 통해 자신의 전공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현재 대학생이라면 많은 경험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3학년 때 전공 필수 심화과정으로 공부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적어도 글로벌 회사에 좋은 포지션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준비를 해야 한다. 3학년 때부터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석하여 내가 속한 전공분야에서 어떤 기술을 선보이고 있고, 어느 수준까지 왔으며, 회사와 회사 간의 거래관계, 경쟁관계를 파악하면 더욱 좋다. 전시회나 박람회를 다니면서 많은 회사들을 기억해 놓고 거래관계 (로드맵)을 그려보는 것도 좋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 중인 선배, 친인척, 교수님들과 상담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넓은 틀에서 누적된 본인만의 데이터를 통해,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나는 어떤 일을 어떻게 해보고 싶다'라는 전반적인 커리어 설계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할 일은, 채용 사이트와 친해지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채용 사이트는 '사람인, 잡코리아'가 있고, 외국계 기업 채용을 주력으로 하는 '피플앤잡'이 있다.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면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대기업을 먼저 클릭하여 대기업 채용공고를 보느라 1~2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이렇게 하지 말고, 자신의 전공 분야에 속하는 외국 회사라고 생각되면 채용 공고를 클릭하여 들어가 보자. 외국계 기업의 특징은 'Job Description'이라고 하는 모집 공고를 주로 영어로 써 놓는다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의 Job Description을 꼼꼼히 독해하듯 읽어보라. 모르는 뜻이 나오면 그냥 넘기지 말고 사전을 찾아가면서 이해해 보자. 이 과정은 외국계 기업이 어떤 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고, 그들이 원하는 인재는 무엇이고, 어떤 쪽에 수요가 많은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된다. 지금 당장 취업을 할 것은 아니지만, 어떤 분야에서 어떤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고, 어떤 Requirements 가 있는지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외국계 회사 채용공고를 적어도 일주일에 1~2 회는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이자. 그중에서 자신의 운명적인 회사, 목표로 해야겠다는 회사를 분명히 발견할 것이다.
세 번째로 할 일은, SNS 계정을 만들어 지금 당장 활동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자신의 학교 생활과 취업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을 일련의 콘텐츠로 만들어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콘텐츠를 공유하기에 아주 좋은 채널이 있다. 바로 'linkedin(링크드인)'이다. 링크드인은 원래 잡코리아 같은 채용 사이트였다. 그러나 그들은 소셜 네트워크 방식의 채용 사이트로서 유저들이 정보를 공유하게 하면서, 평범한 채용 사이트에서 벗어나 '글로벌 비즈니스 & 커리어 전문 SNS' 로 전환에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이다. 링크드인은 사람들끼리 1촌을 맺고, 자신의 커리어를 자랑하고, 스카우트를 제의하는 등, SNS와 채용을 한데 섞은 굉장한 사이트다. 경력이 없거나 실무가 없기 때문에 SNS를 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을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여러분에게는 훌륭한 경험이 있다. 바로 '대학교 생활 자체'이다.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영어 공부 과정, 박람회나 전시회 참가, 교수님이나 선배들과의 인터뷰 등등... 이런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자신의 생각을 담아 영어로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 예를 들어 주말에 코엑스 산업 박람회에 참가하여 의료기기 로봇을 보았다고 치자. 사진 몇 장을 담고 내가 그날 박람회에서 느낀 나만의 생각을 간단히 적어 올리면 그게 바로 콘텐츠다. 수첩에 끄적거리면 낙서가 되지만, SNS 에 글을 기록하는 순간 전 세계인이 보는 작품이 된다.
이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좋다. 1학년 때부터 콘텐츠를 1주일에 하나씩만 올렸다고 치자. 4학년 졸업할 때 이 학생이 가진 콘텐츠의 수는 무려 200개에 달한다. 무언가를 기록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은 엄청난 공부가 된다. 또한 이 콘텐츠는 입사 지원 시에 그 자체로 굉장한 포트폴리오가 된다. 누군가는 이력서에 주저리주저리 자신의 과거를 포장하고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Linkedin 같은 채널에 4년간의 콘텐츠를 만들어온 사람은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고 링크 하나로 자신의 인맥과 경험과 과거를 모두 보여줄 수 있다. 더욱이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가 마케팅이나 채널영업 직군이라면 더없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이 본인의 SNS 채널에 200개의 콘텐츠가 있다는 것은 이미 마케터 로서의 자질을 검증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누군가는 마케팅이 잔머리와 기발한 아이디어 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마케팅의 힘은 결국 '꾸준함'에서 나온다. 아주 작은 일을 꾸준하게 밀고 나가며 지속하는 힘은 마케팅의 본질이다. 지금 당장 전 세계 수십만의 외국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친구를 맺어보자. 내 생각에는 아마도 4년간 콘텐츠를 만드는 노력과 학업을 병행한 학생이라면 졸업하기도 전에 이미 Global Company로부터 스카우트를 제의받을 것 같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인생의 좌우명이다. 미리 준비하는 사람에게 먼저 기회가 열리는 것은 세상 만고의 진리이다. 외국계 기업에 취업할 거라면 남들보다 하루라도 미리 준비하자. 그저 남들 하는 대로 성적, 남들 하는 대로 토익, 남들 하는 대로 대기업, 이런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회사는 '누구나 알고 있는 대기업' 일 확률이 높다.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대기업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외국계 기업을 선택 한 이유가, '대기업에 넣었다가 떨어져서' 라거나, '어딜 지원해야 할지 모른다' 라거나,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차에 채용 공고가 눈에 들어와서'라는 이유라면 곤란하다. 외국계 기업의 채용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왜 이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먼저 앞서야겠다. 그 질문에 대해 본인 스스로가 답변을 정리해 본 시간이 없다면 외국계 회사 입사는 물론, 들어가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외국계 기업을 가고 싶은 학생들에게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