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영업을 시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일까? 사업자 등록 후 회계, 인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바로 영업에 들어가야 한다. 영업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회사, 혹은 회사와 회사가 만나 비즈니스를 하도록 돕는 일이다. 회사의 아이템이나 서비스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업이라는 과정은 이 세상 모든 회사가 거래를 위해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업무이다.
그런데 이 영업 전에 선행되어야 할 과정이 있다. 바로 '마케팅'이다. 마케팅이라는 말을 폭넓게 해석하면 시장에서 내 서비스나 아이템을 자리 잡도록 돕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마케팅은 대중들의 머릿속에 우리 회사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일이다. 지금은 A가 필요 없지만 A라는 서비스와 그 일을 수행하는 회사가 존재함을 기억하게 만드는 일이다. B와 C 가 장악하던 분야의 마켓에 A라는 서비스를 차별화시키는 일을 말한다. 규모의 차이가 있겠으나, 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이 해야 할 일중에 하나다.
큰 규모의 사업을 위주로 하는 대기업과, 골목 상권에서 장사를 하는 사업자가 해야 하는 마케팅 업무에는 차이가 있다. 골목 상권의 마케팅은 타겟층이 명확하다. 예를 들면 샐러드바를 운영하는 업체는 '20대', '여성', '오전 11시',라는 명확한 타깃 키워드 설정이 가능하다. 반면 거대 화학기업인 L사의 경우 '인류', '환경', '미래', 와 같은 더 크고 더 많은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규모의 키워드를 활용한다. 대기업은 자칫 소규모 개인과는 관련이 없는 회사로 굳어질 수 있다. 한 명 한 명의 개개인과 조금 더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생활 건강약품이나 생활 소품 판매를 통해 마케팅을 한다.
외국계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가 추구해야 할 임무는 국내의 시장 상황에 어떻게 녹아들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기존에 우리 회사와 동일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다른 회사가 무조건 존재한다. 외국계 회사가 설립되면 상당한 경계를 받게 된다. 기존에도 경쟁이 치열한데 새로운 경쟁자가 또 나타났으니 오죽하겠는가? 결국 해당 시장을 장악하고 우리 회사의 브랜드를 포지셔닝하려면 신선한 Impact 가 있어야 한다. 마케팅 담당자는 새로운 기술, 독특한 방식의 서비스, 좋은 금액 그 어떤 것이든 소비자의 뇌리에 우리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일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지 계획해야 한다.
외국계 기업은 대부분이 거대 기업에 속한다. 거대 기업의 마케팅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더 큰 규모의 키워드를 활용하여 마케팅 활용을 한다. 더 큰 규모의 마케팅에는 더 많은 돈과 시간, 인력이 필요하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외국계 기업은 해당 국가에 이미 본사의 마케팅 팀이 튼튼하게 구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자료나 마케팅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외국계 기업의 한국지사 마케팅 팀은 이런 자료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 마케팅만큼 초기 비용이나 노력이 많이 투입되는 분야가 없다. 외국계 기업 본사의 마케팅 조직은 한국 지사의 성공의 열쇠가 된다.
외국계 기업의 서비스나 상품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입 통관부터 시작해서, 환경, 안전, 위생, 통신, 규격에 관한 법률적, 문화적 차이로 인한 제품 사용 불가의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외국계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는 이런 문제들을 인식하고, 본사의 자료들을 활용하여 한국에 걸맞은 서비스를 구축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로컬라이징(Localizing)'이라 한다. 현대차는 인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차고를 10cm가량 높게 제작했다. 터번 착용자를 위한 좋은 로컬라이징 전략이다. 또한 해외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던 어떤 제품의 IoT(사물인터넷) 통신기능이 우리나라 정보통신 정보 보호법에 어긋나 큰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자사의 상품의 특성과 장점을 살리되,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어 공략을 하려면 상당한 인문학적 지식과 공학적 지식이 모두 필요하다. 마케터는 특정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사적인 차원에서 생각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기획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단순업무를 처리하는 신입사원이라 하더라도 '내가 왜 이 일을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가며 일해야 한다. 늘 끊임없이 트렌드를 파악하고 지식과 통찰력을 늘려야 한다. 신문을 꾸준히 읽고 끊임없이 독서를 해야 한다.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가장 많은 인문학적 사색과 통찰이 필요한 직업이 바로 마케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