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영업을 '회사의 꽃'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회사는 판매를 통해 이윤을 만들어 낸다. 판매가 없는 영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여러분 주변의 모든 사물을 둘러보라. 큰 가구부터 작은 전자 제품까지, 그 상품들은 누군가의 영업 활동을 통해 당신의 집까지 전달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서비스나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도 영업사원이 없거나 온라인 판매 영업채널이 없으면 판매를 할 수 없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 진출한 것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물건을 더 많이 팔고 돈을 벌어가기 위함이다. 외국계 회사에서 영업의 가치는 더욱 크다. 외국계 기업의 연구소나 핵심 기술을 다루는 조직은 주로 본사에 위치해 있다. 국내에서는 많은 경우 커스터마이징, 로컬라이징, 세일즈. 이렇게 세 가지 활동에 집중한다. 외국계 회사는 영업사원에게 많은 의존을 하는 편이다. 제품의 성능과 품질은 본사의 컨트롤이 가능 하지만, 현지 국가의 영업은 해당 국가 영업 사원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계 기업의 영업은 대부분 B2B 영업, 혹은 Channel 영업을 의미한다.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B2B 영업은 'Business To Business' 즉, 사업 대 사업을 위한 영업을 말한다. B2B 영업은 자사의 상품을 고객사가 만들 다른 상품의 중간재로 활용될 때 발생한다. B2B 영업은 기술영업의 성격을 띤다. 예를 들면 산업용 가스를 제조하는 미국의 L 사는 국내 반도체 제작에 들어가는 핵심 설비용 가스를 공급한다. 이 가스가 없으면 반도체 제작이 불가능하다. 미국 회사인 L사의 한국지사 영업 담당자는 반도체 회사의 시스템과 공정을 잘 이해하고 자사의 상품을 접목시킬 수 있는 고도의 기술적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기술영업은 필자가 속한 분야이기도 하다.
Channel 영업은 자사 제품을 고객사가 다른 상품의 중간재로 활용하되, 더 많은 소비자의 판매 창구를 위한 유통업의 성격이 강하다. 소비자 시장과 밀접한 곳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를 하는 대표자들을 관리해 주고 지원해 주는 영업을 Channel 영업이라고 한다. Channel 영업을 쉽게 한글로 말하면 '대리점 영업'이라고도 한다. 대리점은 지역별 권한을 가질 수도 있고, 제품별 특성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다. 국내 외국계 회사의 대부분은 지역별로 대리점을 할당한다. Channel 영업을 하게 되면 대리점을 잘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주 업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자료들, 문제 되는 사항들을 해소해 줄 수 있어야 하고 판매와 재고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많이 만나 그들의 사업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적 통찰력과 대인관계 역량이 특히 요구된다.
외국계 기업에서 영업 직군, 그중에서도 영업 관리자 급을 Sales Manager, 혹은 Account Manager라고 칭한다. 이 둘은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회사 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확률이 높다. 외국계 회사도 결국 회사다. 돈이 흐르는 곳을 중시한다. 영업부는 돈을 끌어오는 '파이프라인'역할을 하는 부서다. 성취에 따라 다양한 혜택과 많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한국 지사의 대표자가 되는 사람들도 대부분의 경우가 Sales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었던 사람들이다. 외국계 기업의 대표자까지 승진한 이들 대부분 영업의 달인들인 경우가 많다.
세상에 다 좋은 것만 있는 직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업은 힘들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여러 형태의 책임을 져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영업을 위해서는 사회 초년생 단계에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사 제품과 고객사의 상품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에게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훌륭한 B2B 영업사원은 우리 제품은 물론, 고객사의 상품까지도 판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당연히 기술적 최신 트렌드와 업계 동향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판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회사생활로 제법 큰 연봉과 인센티브를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군이 바로 외국계 기업의 영업직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영업은 힘들다. 반면에 짜릿한 쾌감도 있다. 영업은 마치 가시가 돋친 장미처럼 향기롭고, 동시에 위험한 직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