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출만 되면 모든 게 끝난 게 아니었다!! 안 그래도 억울한데 특전사가 되기 위한 과정은 왜 이리 또 험난한 건지. 우선 졸업 후 4개월 간 기초군사교육(OBC) 과정을 수료해야 했다. 장교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추기 위한 기본훈련이었는데, 장교의 지원과정부터 마음가짐까지 준비가 전혀 안된 터라, 여간 힘든 훈련이 아니었다.
전국에서 모인 40명의 특전사 동기들을 만났다. 첫 만남에서부터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동기들 모두가 본인들이 원해서 지원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착출 된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이었다. 이 즈음되니 정말 가야만 했던 길인가 싶다. 마치 운명처럼 말이다.
마음가짐부터가 달랐던 동기들은 이미 모든 면에서 항상 나를 앞섰다. 이는 내가 허튼 생각을 해도 정당화되는 최고의 핑곗거리였다.
‘이건 분명 내 길이 아니다. 6년 4개월 후의 진정한 내 길을 찾아야 한다!’ 수업시간마다 군사학 대신 엉뚱한 사업 궁상을 하기 시작했고, 책은 나의 최고의 베개가 되었다. 허황된 꿈을 꾸는 공상가로서의 4개월 과정을 수료했다. 말 그대로 헛짓거리만 하다 끝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험 때만큼은 벼락치기 신공을 터득함으로 커트라인을 간신히 넘기게 되었고, 40명 중 39등으로 무사히 졸업했다는 것이다. 항상 신기하게도 시작은 미약할 찐데, 어떻게든 통과는 한다. 이 또한 나의 장점일까? 아니다 과도한 긍정일 뿐이다.
본격적인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특전사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특수전 과정과 공수교육을 거쳐야 했다. 특수전 과정은 모든 한국 특수부대원이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특수교육의 메카로서, 적 후방 침투와 특수작전에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하여, 최정예 특수요원들을 양성하는 과정이었고, 공수교육은 특전 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로 특전사라면 계급과 보직에 관계없이 누구나 수료해야 하는 필수적인 침투기술이었다.
그중 공수교육은 착지 훈련, 막타워 훈련, 실제 강하를 구성으로 3주간 진행이 되는데, 그중 착지 훈련은 정말 인간의 한계의 끝을 보여주는 한마디로 미친 훈련이었다. 일보 이상이라도 움직일 때에는 최고의 명언이라 불리는 “앞꿈치! 무릎!”을 목이 터져라 외쳐야 했으며, 어디서든 안전한 착지를 도모한다는 명분 아래 땅바닥을 뒹굴고 또 뒹굴고, 계속 뒹굴고, 미치도록 뒹굴었다. 한마디로 땅바닥과 물아일체가 된 것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하루하루가 한계 그 이상이었다. 아침에 정신이 먼저 일어나더라도,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두려워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온몸은 이미 내 몸이 아니었고, 정신은 이미 딴 세상에 가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참 신기한 것은 도저히 못할 거 같은데도 막상 하면 다 된다는 것이다! 도저히 일어날 힘도 없었는데 이미 뛰고 있었고, 목이 쉬어서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올 기미조차 없었는데, 지금도 앞꿈치 무릎을 외치고 있다. 인간의 간사함을 나 자신을 통해서 알게 될 줄이야! 이번에도 무언가를 얻어간다!
드디어 D데이!! 실제 강하의 날이다. 내 목숨을 담보할 헬기로 CH-47이 배정되었다. 아침부터 모든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 작은 웃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아침밥을 먹기 전 원래 하지도 않았던 기도를 모두가 각자의 신께 간절히 기도한다. 나 역시 이렇게 간절히 기도했을 때가 있었을까 싶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살려주시면 정말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제발 낙하산이 안전하게 펴지고 착지할 때도 다리도 안 부러지게 도와주세요!! ”
진심을 다해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특전사 생활 중 단 한 번도 펴보지 못했던 예비 낙하산 고리를 왜 그렇게 놓지 못하고 쥐고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창피하지만 그 당시에는 목숨같이 소중했던 나의 마지막 열쇠였다. 헬기 앞쪽에 앉아 있는 동기들의 바라보니 모두가 파란 스머프가 되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아 그 모습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헬기 뒷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적막했던 헬기 안에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오! 마이갓!!!” 갑자기 심장이 쿵쾅대며 요동치기 시작한다. "강하 시작이다!!!!!!"
1조부터 차례대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내 차례다.
그린 라이트다!!! 헬기 뒤쪽에 위치한 녹색 점등에 불이 들어왔다!
‘이런 젠장!!!!! 뛰어내리라는 소리다!!!! 이젠 죽는구나!! 에라 모르겠다!!’
눈은 차마 뜨지 못하고, 내 몸을 하늘을 향해 던진다!
“1만, 2만, 3만, 4만!!,”
어랏! 4만이면 펴져야 하는데...
“5만, 6만....” 1초가 거의 1만인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너무 빠르게 숫자를 세었나 보다!
"7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살았다!!!!!!!!!!"
외마디 외침과 함께 그제야 눈을 떴다! 이건 뭐지........
눈앞에 온 세상이 펼쳐졌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놀라운 광경이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평온하다. 오직 시원한 바람만이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나의 얼굴을 기분 좋게 스치며 지나친다.
'온 세상이 내 것이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고, 세상이 다 내 것 같았다!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고 가슴이 벅차 왔다.
그 순간 정적을 깨는 경고방송이 들려왔다.
“위이 이이이 잉!! 착지 준비하라! 착지 준비하라!”
넋이 나가 어느새 도착한지도 모르고 하마터면 다리가 부러질 뻔한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수천, 수만 번의 반복 훈련의 힘은 실로 놀라웠다. 교관들이 왜 이렇게 참혹할 정도로 훈련시켰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머슬 메모리!!! 몸이 자동으로 먼저 반응했고, 마치 푹신한 이불 위에 살포시 떨어지듯 한마리의 새처럼 안전하게 착지했다.
다른 동기들 또한 같은 마음이었을까? 착지 후 우린 감동의 여운으로 잠시 동안 아무 말도 못 하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환호와 함께 난리가 났다! 세상을 얻는 우리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모든 게 자신 있었다!
다 덤비라 그래!! 내가 대한민국 특전사라고 말이다!
기껏 이제 강하 한번 한 것뿐인데 모두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고, 언제 그랬냐는듯 우리 얼굴에 두려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죽음에서 다시 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기분 그대로!남아 있는 강하까지 모두 안전하게 마치며 3주간의 공수교육은 끝이 났다.
어느 누군가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유난 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공수교육을 통해 나는 다시 태어났다.
용기와 자신감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고, 무엇보다 성취감이라는 놀라운 능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주체할 수 없는 힘은 나 스스로에게 특전사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부여해 주었고, 나도 해낼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을 내게 안겨준 것이다.
세상을 얻은 듯한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불가능할 것 같은 상황에서 막상 해보니 이루어진 경험이 있는가?
해보니까 됐다. 나도 하니까 된다는 말이다! 죽어야 다시 태어난다! 갈 때까지 한번 가보고 처절하게 죽어보아라! 일단 해보면 다 해낼 수 있다.
그렇게 지금 나는 진짜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꿈을 만드는 최고의 무기 : 산 정상의 바람을 느껴보아라.
특전사에 가지 않았더라면, 세상을 다 얻은 기쁨을 맛볼 수 있었을까? 첫 강하의 순간 낙하산이 펼쳐지며, 나의 작은 두 눈에 온 세상이 담겼던 그 순간을, 과연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이 기적 같은 순간을 통해 얻었던 그 놀라운 힘들은 또 어떻게 설명이 되어야 할까?!
경험의 힘이라는 것이 실로 얼마나 놀라운지 우리들은 쉽게 간과하며 살아왔다. 매일 시작되는 하루가 우리 모두에겐 처음 있는 일이 었기에, 매일의 삶 자체가 사실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던 것이다.작고 일상적인 경험부터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큰 경험들까지, 우리가 겪었던 수많은 경험들은 수많은 감정을 남기며 우리의 삶을 지탱하게 만든 것이다.이중 어떤 이들은 삶의 진리를 깨닫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인생이 바뀌기까지 한다. 저자의 경우에는 열정이라는 삶의 원동력을 얻기도 했다. 그렇다. 분명한 사실은
“경험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는 것이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수록 더 많이 성장할 것이며, 고통과 시련이 따르는 큰 경험 뒤에는 분명 더 큰 성장이 있을 것이다. 한 번의 강하를 뛰기 위해 2주 동안의 지옥을 경험했다. 온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과 하루에도 몇 번씩 포기하게 만드는 시련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었으며, 우리 안에 두려움이라는 어마 무시한 놈을 선사했다.
하지만 첫 강하가 이루어졌을 때 어땠는가! 세상을 얻는 기쁨을 얻었다. 이 기쁨으로 인해 더 강해졌으며, 어느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과 자신감을 얻었다. 2배 아니 10배 이상의 성장을 이루게 된 것이다.
성장해야 한다! 성장은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할 힘을 가져다준다.이 얼마나 놀라운 힘인가!
우리 특수대원들의 말도 안 되는 열정과 끈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들은 더 큰 어려움과 고통, 한계에 부딪힐수록, 그 이상의 더 큰 희열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려울 것이 없다. 본인의 생명마저도 아깝지 않게 내 가족과 국민들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산 정상의 바람”이라 부른다. 오르는 길이 험하고 가파를수록, 더 높은 고지를 정복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난 뒤, 산 정상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형언할 수 없다. 그동안의 모든 노력들을 말끔히 씻어내는 정상의 바람을 느껴본 자만이 바로 세상을 얻을 것이다! 이것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전문가들이 목숨까지 걸면서 정복하려는 이유이며,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