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ckswat Sep 14. 2021

자존심 vs 자존감

Ⅱ. 최고의 무기(2)

자존심 vs 자존감


특전사는 특전사령부 예하에 1,3,5,7,9,11,13 여단의 7개 여단과 707대테러 특수임무 대대의 1개 대대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마다 각 여단들이 분산되어 있는데, 사실 집과 가까운 3여단과 707대대에서 근무하기를 원했다.

 간절히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집과 정반대 방향 부천에 위치한 9여단이 바로 나의 첫 발령지이다.

 특전사는 부사관 체계이기도 하고 일반적인 편제도 일반 보병과는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혹시 장교랍시고 대장 노릇하려다가는 시작부터 엄청난 고난을 경험하기 딱 좋았다.

 직책은 팀장(중대장), 부팀장(부중대장)이지만 전술이나 체력적으로 모두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에 팀원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사실 팀을 이끌어 가는 최고의 실세 선임담당관이다, 장교들은 계속 근무할 수 없고 보직이 끝나거나 기간에 지나면 이동해야 하는 반면, 부사관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속 복무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 더 대우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당시만 하더라도 일부 장교들이 계급과 권위의식에 찌들어 본인들이 장교라고 대우받으려 하거나 부사관들을 무시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있어 장교와 부사관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무언의 알력이 존재했다, 이 때문인지 팀에 부중대장(소위~중위)이 전입 오게 되면 부사관들이 일부러 군장에 짱돌을 넣는 등 자체 테스트를 하기도 했고, 아니다 싶으면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부사관 체제의 특전사를 장교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이런 모든 정보들을 사전에 입수 나는, 만만의 준비로 철저하게 대비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전입하게 되어, 그들의 얼굴을 직접 보니 엄청난 긴장감과 함께 등골이 서늘해 짐을 느꼈다.


 한 개 팀(중대)은  팀장(중대장)과, 부팀장(소~중위, 선임담당관), 그리고 주특기를 부여받은 부사관(하사~중사)로 이루어져 있다. 나 부중대장으로 직속상관인 중대장의 지를 받아 각종 훈련을 해야 했지만, 실제는 중위 최고 선임인 정작 장교의 지 아래 각종 행정업무를 보조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평소  상상하던 특전사의 강인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모든 것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가장 먼저 배우게 된 업무 역시 커피와 복사 등의 심부름이었고, 체력단련과 각종 훈련에 참여하기는커녕 새벽 일찍부터 출근해서 밤늦은 새벽까지 정작 장교의 보조로 엄청난 행정업무에 시달렸다.

 문제는 행정업무로  팀 훈련이나 체력단련을 할 여력이 없었음 데도 각종 평가와 전술훈련은 계획한 대로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었기에 초급장교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오히려 힘든 훈련 안 하고 행정반에 있는 게 좋은 줄 알라 선배 장교들을 보며  나는 깊은 회의감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장교는 뭔가 틀려야 한다! 자꾸 팀원들하고 어울려서 놀 생각만 하지 말고 업무능력이나 키울 생각 해라!”

 놀고 싶은 게 아니었다. 단지 팀원들과 친해지고 싶었고 함께 훈련도 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싶었을 뿐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왔다. 그와 더불어 고릴라 닮은 정작 장교는 일과 중에는 아무 일도 안 하다가, 일과가 끝나면 그때부터 밀린 일을 시작한다. 정작 장교 업무가 끝날 때까지 일이 없어도 가만히 앉아 바보 처럼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러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 차라리 이 시간에 운동이라도 하지, 할 일도 없는데 왜 붙잡아두고 난리야 진짜!.’

부정은 더 큰 부정을 낳는다고 했던가! 회의감과 무료함이 깊어지자 마음속에 쓸데없는 생각들과 교만들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아주 조금씩 깊은 수렁에 빠져들갔다.


  이때만 하더라도 아직 주 5일제가 확정되지 않아 토요일 오후부터 외박이 가능했는데. 주말 외박이야 말로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나의 유일한 돌파구였다.

 하지만 이것 마저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주말까지도 밀린 업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일과 중에 하루 종일 바쁜 척만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기어코 말의 황금같은 이 시간마저 빼앗아 버린 것이다. 나를 미치게 만든 건 독신자 숙소까지 고릴라 선배와 같이 쓰게 되어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항상 가슴에 무언가가 걸린 것처럼 숨이 턱 하고 막혔다.

‘아...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텨야 할까..’

정말 정신 지옥이 따로 없을 정도로 너무나 괴로웠다.

 지옥같은 시간의 챗바퀴 지속되었고, 착한 코스프레를 하느라 싫은  표현조차 하지 못한 어느 날, 

 갑자기 귀에서 "삐~" 하는 소리와 함께 세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그렇게.. 난... 쓰러졌다...


 '여기가 어디지...'

 의무대인걸 확인한 난 창피했다...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친구들에게 신나게 떠들어 댔는데 컴퓨터 하다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평생의 놀림 걸이가 될 것이었다.  난생처음 겪는 신기한 경험이긴 했지만 이런 나약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다. 병명은 당연히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 특전사가 웬 과로란 말인가! 정말 창피하다....

 며칠 동안 쉬었다가 복귀하라는 지시를 어기고 착한 코스프레를 위해 즉시 업무에 복귀했다.

 조금의 위로를 기대한 내가 바보였을까?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유명한 몇몇의 선배들이 “괜찮냐”는 말은 커녕

 “왜 이리 몸이 약하냐, 너가 그러고도 특전사냐!, 어디 가서 선배하고 하지 마라”

고 말하며 비아냥거렸다.

서러움이 폭발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지만, 난 곧장 화장실로 직행해  펑펑 울며 이 서러움을 눈물로 달랬다.


 나의 가치와 신념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 그동안 의지했던 특전사 동기들은 물론 그 누구와도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연락을 차단했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도대체 내가 뭘 잘 못한 거지?.. 명확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착한 코스프레 때문인가.. 그래서 나를 무시하는 건가? '

 이미 마음에 상처를 입은 나는 내 자신에 대한 문제를 먼저 생각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누구에게서 그 이유와 핑계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아주 말도 안 되는 결심을 하게 했다.


 ‘무언가 다른 사람이 되자!’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진정한 장교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 주자는 것이다.

장교에 대한 자부심이 1도 없는 내가 말이다.

이 특별한 결심은 처음엔 좋았다. 첫 도전과제는 솔선수범이었는데, 제주도 전술훈련 간 마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

 저녁 식사 후 식판을 닦으러 세면장에 가보니 막내 하사 5~6명만이 선배들이 던져놓고 간 식판을 전담해서 닦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 식판마저도 가져가려고 하는 찰나에

 '바로 이거다!' 하고 손을 걷어 부치고 맨 손으로 설거지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막내 하사들이 더 놀란 듯 잠시 정지화면을 연출했지만, 도와주겠다는 제안에 다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무언의 승낙을 했다.

그리고 바로 이때 식사를 마친 권위주의 장교들이 나를 목격했다.


‘확실히 너희들이랑은 다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장교의 모습이다! 이것들아!’ 쾌재를 부르며 보란 듯이 설거지를 마무리했다. 솔선수범의 기쁨과 뿌듯함을 가득 안고 돌아가는 길... 마주치기 싫은 선배들은 역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범적인 모습을 보고 잘했다고 칭찬하려나?’

 무언가를 깨달은 선배들이 칭찬을 할 거라 상상한 나는 정말 바보가 맞다.

“너 미친놈냐? 장교가 뭐하는 짓이야? 그러면 누가 알아줄 거 같아? 원래 막내들이 하는 거야. 오버하지 말고 너 할 일이나 똑바로 잘해!”

 전혀 상상도 못 한 답변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권위주의에 찌들어 있는 진짜 쓰레기 같은 놈들이었다. 무언가 느끼고 깨닫기는커녕, 모든 것은 나 혼자만의 상상이었고. 그 자리에서 난 미친놈으로 낙인 되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이 순간, 처음이 좋았던 특별한 결심은 교만과 자만이라는 깊은 덫에 나를 몰아넣었다.

 ‘내가 왜 이런 놈들한테 무시당해야 하지? 보다 잘난것 하나없어 보이는 놈들이! 내가 100배는 너희보다 괜찮고, 모자랄 거 하나 없는 나인데! 자기만에 세계에서 자기만 잘났다고 사는 이런 놈들이 어떻게 특전사에는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헛짓거리 같은 자부심과 허세만 가득한 것들이 이것도 선배라고....지금부터 내가 얼마나 잘났고 잘 나가는지 보여줘야겠다!’ 고 말이다.


착한코스프에는 끝이났고, 내 의지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아닌 건 아닌 거 같다고 말했고, 능률적이지 못한 일은 다른 방법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일이 없을 때는 퇴근하겠다고 말했고, 주말에는 외박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체력단련 시간에는 운동하겠다고 했으며, 훈련시간은 좀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시작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점점 도가 지나쳐 갔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선배들을 지적질하기 시작했고, 그것도 모르냐며 아는 척하고 건방을 떨었다. 이런 싸가지가 내 안에 있었다는 자체도 놀라웠다. 이런 잠재력까지 이끌어 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는 명언은 100% 사실이다. 내가 정말 잘났고, 잘 나간다고 착각했으니 말이다.  내 진심을 아는 좋은 선배장교들이 나의 이런 태도가 걱정이 되었는지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지만, 이미 교만 하늘을 뚫은 터라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무언가 다른 장교가 되자”는 최초의 결심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듯하다. 무언가 다른 미친놈이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관심병 사보다 무서운 관심 장교가 되었고. 소문은 또 다른 소문을 만들어 냈다. 몇몇의 그 대단한 선배들이 입방아로 나의 이미지를 미친놈으로 더욱 굳힌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했다. 내 할 일만 하면 되고, 아무도 나를 건드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더욱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버린 나는,  앞으로 닥쳐올 엄청난 미래 전혀 보지 못하고 ,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만 안주하며 만족하고만 있었다.


 이미 군대에 대한 미련을 버린 터라 장기 군인을 원하는 동기나 후배들에게 표창장이나 상장을 양보해 주었다. 어차피 대단한 선배들이 내게 주지도 않았을 터이지만 말이다.

 보통 부중대장, 정작 장교, 중대장의 순서로 보직을 이동하게 되는데, 정작 장교라는 일이 허드레 일로 바쁘기만 엄청 바쁘고, 욕이란 욕은 다 먹는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자리이기 때문에 가장 기피해야 하는 보직 1순위였다. 동기들 역시 이를 알고 정보장교, 통신장교, 여단 상황장교 등 전문적이면서도 여유로운 보직위해 미리 지원했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중 여단 상황장교가 가장 인기가 많아 동기들 모두가 지원했는데 최종 후보자 2명 중에 내가 1순위에 포함되었다. 이전 여단 축구대회 때 좋은 활약으로 추천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는 정작 장교는 물론 특히 이 대단한 선배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미칠 듯이 기뻤다.

 이미 마음은 상황장교로 떠난 상태였는데, 최종 결과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평소 행실이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교만이 부른 참사가 분명했다. 서둘러 다른 보직들을 지원했지만 역시나 모두 탈락했다.

‘그 권위주의의 대단한 선배들 때문이야! 분명 여기저기 이상한 말을 전해서 이렇게 만든 거야!!!’

모든 탈락의 이유를 내가 아닌 그 선배들에게 돌리며 합리화시켰다. 또 다시 정신 승리를 이루어 낸 것이다.

동기들 모두 좋은 보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동안 설레발쳤던 내가 너무 창피하기도 하고, 화가 났지만 곧 있을 진급발표로 스스로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중위로 2년 차가 되면 대위 진급발표가 미리 나는데 대위까지는 최소기간만 지나면 거의 대부분이 되는 분위기였고,  무엇보다 대위가 되면 중대장 보직을 받게 되니 정작 장교 업무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마음을 추스린 것이다.

 이 굉장한 희소식을 듣게 된 친한 선임담당관들과 팀원들이 함께 팀을 해보자고 미리부터 제안했다.

'역시 내가 잘하니까 어디서든 함께 하고 싶어 하는구나!'

여전히 혼자만에 착각에 푹 빠진채, 자신감을 넘은 오만에 치달았다.


진급 심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여단 전체에서 단 1명만이 진급에서 누락되었다.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면, 이 당시에는 기간만 되면 거의 대부분이 대위 진급을 하게 되는데 그 진급에서 누락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1명이 나였다는 사실을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건지! 내가 뭘 했다고 모두가 나한테만 이러냔 말이다!!!!"


 텅 빈 행정반에서 홀로 앉아 멍하니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조용히 내게 다가, 아무 말 없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따뜻한 손이 내 마음을 울렸다. 평소부터 나를 걱정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친한 선배였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다... 그렇게 잘났다고.. 내가 최고라고.. 교만했던 내가 너무 싫었다. 너무 부끄럽고 초라해서 이대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지금껏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 것인가..'

되돌릴 수 없는 나의 현재였고, 이 또한 나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에  차마 고개를 들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

그렇게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선배의 어깨에 기대어 다시는 되돌릴수 없는 후회 눈물을 떨구어 냈다.


꿈을 만드는 최고의 무기 : 자존심은 버리고 자존감을 높여라!


관심 장교! 들어는 봤나?

어떻게 해야 관심 장교가 될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첫째,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 즉 개념이 없어야 한다."

"둘째, 무엇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모든지 대충 끝내려고만 한다."

"셋째,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 잘난 척, 최고인 척한다. 한마디로 재수가 없다."이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이가 바로 나였다.

나중에야 알았다. 우리 대의 모든 관심이 내게 쏠려있다는 것을 말이다. 얼마나 꼴 보기 싫었을까?

사람은 옆에 누군가가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해도 나 자신이 뼈져리게 느끼기 전까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엄청난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대오각성(크게 깨달아서 번뇌, 의혹이 다 없어짐)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변화하기 시작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날 나는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죽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도우셨는지 대오각성 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다시 주셨다. 바로 천리행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천리행군! 특전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힘든 훈련으로, 3주간의 내륙 종합전술훈련과 마지막 1주의 400km 행군이 바로 이것이다. 사실 3주간의 내륙 훈련만 하더라도 이미 400km 이상을 걷기 때문에, 물집과 무릎 부상 등으로 이미 우리의 몸은 아작이 나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끔직한 사실이 우리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천리행군의 진짜 무서움이다.

 마지막 1주가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천리행군으로 하루에 40~50km을 꾸준히 행군하고, 마지막 날 100km 행군을 피날레로 모든 행군이 끝이 나게 되는데, 끝없는 고통을 참아가며,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처절하게 느끼게 하는 이것이야말로 어떤 훈련과도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감히 최고의 훈련이라 말 할 수 있다.

 

 천리를 걸으며 나 자신과 이렇게 많은 시간을 대화한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 물집이 터져 진물이 양말을 적시고, 무릎 통증이 심해져 진통제를 복용하면서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아니 힘들 수가 없었다. 이 고통은 지금껏 내가 행한 과오에 대한 참회이며, 고통이 더하고 심해질수록 오히려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잘못된 행동들을 되돌아보며 엄청난 후회와 회의감이 몰려왔다. 이렇게 계속 살아갈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변화가 필요했고, 간절히 소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아 성찰하며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들을 천리행군이라는 고통과 함께 난 이겨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 감히 말할 수 있는 시작점을 만든 것이다.

 


 자존심이 센 사람이 자존감이 낮다

같은 말인 듯 보이지만 참 아이러니한 표현이다.

누구보다도 타인의 시선, 타인의 평가로 오랫동안 타인의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아야만 비로소 내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강한 자존심을 형성한다. 반면 이러한 사람들은 나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임을 인식하지 못하며, 내 능력 또한 믿지 못할뿐더러, 자신의 노력에 의해 삶도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이유로 자존감저 밑바닥에 붙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 사람 바로 나였다. 자존심은 아주 세지만, 자존감은 매우 낮았고. 이 낮은 자존감을 숨기려 오히려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으로 위장하며 살아왔다. 낮은 자존감을 누군가가 건드렸을 때 위장된 자존심이 무너지며 결국에 아무것도 아닌 일에 쉽게 폭발하고 만 것이다.

 이 모든 문제가 나 자신에게 있었음을 깨달았고 나는 변화했다. 과거의 과오를 정확히 인지하며, 앞으로 나아갈 미래만을 바라보았다. 타인의 시선들로 형성된 헛된 자존심은 내려놓고, 소중한 나의 자존감을 회복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과거에 대한 참회와 나 자신과의 수많은 대화들을 통해 해답을 찾아냈다.  

나를 사랑하자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고 항상 들어왔던 이 뻔한 말이 이렇게 와닿을 줄 몰랐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어떤 환경에 있든, 나는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잘하고 있어! 행복의 가치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다

 수없이 나 자신에게 선포했던 변화의 주문이다.

이 작은 자존감의 회복이 일상에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고,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변하지 않는 선배들의 질책과 무시에도 자존심은 아무 반응하지 않았고, 마음의 동요는커녕 오히려 활력과 생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반응하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미소와 함께 전혀 어렵지 않은 이런 말들이 이제껏 그리 어려웠던 것?

자존심은 일부러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내려지는 것이었다.


 일상에 자신감이 붙었다. 실수와 잘못이 있다면 고치면 되는 것이고 나 자신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존감의 변화가 일상의 관점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고, 삶을 바꾸었다.

 

 사람들에게 수백 번 이야기한다고 해도 소용없다고들 한다. 본인 스스로가 가슴 깊이 크게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큰 사건을 계기로 대오각성의 깨달음이 당신에게 오기만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다! 당신이 마음먹은 이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

조금은 낯간지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분명한 진리이며, 반드시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한다!

아니! 자신을 사랑해야만 한다!

지금 당장 자신을 사랑해보겠다고 선포해보라! 자격지심과 열등감은 개나 줘버려라!

누가 뭐라 해도 당신은 가치 있는 존재이고, 행복할 자격이 충한 존재임을 잊지 마라!

모든일에 열정이 넘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를 선택하라!

 

 내 능력에 관계없이 내 행복의 가치는 내가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다

 

는 지금 모든 일에 매우 긍정적이며, 적극적이고, 매우 열정적이다! 또한 재미있는 유머와 넘치는 센스로 매사가 즐겁다. 하루하루 감사가 넘치고, 기쁨이 충만하며, 항상 이런 행복감으로 모든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이다! 지나칠 정도로 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라!누구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이전 07화 온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드는 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