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ackswat Sep 15. 2021

인생! 재미있니?

Ⅱ. 최고의 무기(3)

인생! 재미있니?

 

그토록 원하던? 정작 장교가 되었다.

‘왜 저렇게 일을 할까?, 정말 답답해 미치겠네’ 하며 교만했던 과거의 내가, 매일 이야기했던 그 자리에 막상 와보니 정작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정작 장교인가 보다!

 정작 장교! 정확히 말하자면 정보작전을 결합한 장교로 특전사에만 존재했던 조금 특별한 보직이다.

 한 개 대대에 3개의 지역대가 있고, 각 지역대마다 1명의 정작 장교가 보직되는데 정작 장교는 지역대의 모든 행정업무를 도맡아 수행다. 이에 더하여  5 중대의 중대장들의 업무까지도 정작 장교가 처리해야 하는 악습이 재했기에 새벽까지 퇴근 못하며, 모두가 기피하는 최고의 보직 탄생하게 된 것이다.  부중대장들이라도 일이 얼른 마무리될 수 있도록 잘 도와주어야 는데, 지금 이 자리에 와보니 과거에 불만만 가득했던 죄송할 따름이다.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긍정과 열정이 되살아났다. 좋은 분위기에서 능률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행정반 대청소를 하며 음을 새롭게 했다.  너무나 평온했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불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역시 예상은 정확게 들어맞았다.

 제나 시작은 좋은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시작부터가 꼬였다.  정작 장교 보직 이틀 만에 징계장을 수여받은 것이다. 이유는 이전 고릴라 정작 장교가 컴퓨터 용량이 부족해 개인적으로 외부 하드를 장착해 놓았는데, 잊고 미떼어가지 못 현재 정작 장교인 내가 모든 인수인계를 받 죄로 모든 책임을 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노발대발 난리가 났을 나일 테지만 이상하게 어떠한 마음의 동요도 일어나지 않았다. 굳이 이런 것 때문에 기분 좋은 시작을 망치고 싶지 않았고, 이미 벌어진 돌이킬 수 없는 거는 과거일 뿐, 앞으로의 미래만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확실히 변하긴 변한 것 같다. 


 좋은 마음과는 달리  정작 장교의 엄청난 업무를 소화하기에 업무 능력 턱없이 부족했다. 매일매일 업무는 펑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선배들에게 려가 깨지 일 수 였다. 사실 컴퓨터도 대학교 때 채팅으로 타자 속도만 조금 빨랐을 뿐이지. 기본적인 문서작성은 물론, 컴퓨터 기본지식 전혀 무지했기, 이를 아는  대단한 선배들은  역나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한글 워드 단축키만 모아놓은 2장짜리 A4용지를 앞뒤로 붙여 하루 안에 모두 외우도록 시받은 것이다.

 “그래! 어차피 할 줄도 모르는데 이참에 잘 배워놓으면 분명 도움이 되겠다! 난 암기도 잘하니 한번 해보지 머! 안되더라도 되는데 까지만 해보자!”

 마음가짐이 다르다 보니 일의 능률이 좋았던 것일까? 되는데 까지만 외워보려고 했던 용지 내 머리속에 들어와있지 않은가! 스트레스말이다.

이제는 바로 실전이다! 마음과는 다르게 역시 이론과 실전은 너무랐다. 지만 내겐 열정의 힘이 있지 않은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속도가 느리더라도 마우스를 쓰지 않기로 결심하며  단축키로만 문서작성을 계속 반복했다. 


 반복의 힘을 믿는가? 재의 나를 우리 팀원들은 나를 "워드의 신"으로 칭송한다. 모든 기획서나 보고서를 단 한 번의 마우스 터치도 없이 단축키로만 작성해 낸다. 엄청난 속도는 물론 말할 것 없다. 끝없는 반복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며, 지금까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는 라운 힘이 바로 반복이다.

반복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력이 되는 것이었다.


  연습을 통해 업무의 처리속도가 조금 빨라졌음에도 누락된 업무들은 여전했다. 밤늦게 까지 쉬지 않고 일하는데도 일은 줄지 않았고. 언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더 바쁘게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피로만 누적되어 갈 뿐이었다. 여전히 펑크 나는 업무, 선배들의 질책, 다시 리셋, 다시 펑크...

같은 일상에 조금씩 지쳐가기 시작한 어느 날  평생의 구세주가 갑자기 내 앞에 타났다.


 어느 조직이든 항상 기득권 집단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전사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같은 특전사 장교라 하더라도 모두가 똑같은 장교가 아니다. 소위 때부터 전입 와서 부중대장으로 시작한 장교들 야전에 근무하다가 중간에 특전사로 오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소위 때부터 고생한 기득권 집단이 중간에 오게 되는 중대장들을 인정하지 않고, 계급이 낮은 후배라도 건방떨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예 역시 정작 장교였는데, 기존부터 있던 중대장 업무는 처리해주면서 중간에 전입 온  중대장들은 어떻게 되든 말든 쳐다보지도 않다.

 하지만 긍정의 나는 달랐다. 원래부터 있었던 선배들과 똑같은 과정을 밟고 싶지도 않았을뿐더러, 무엇보다 이미 껍질을 벗고 탈피한 변화된 후의 나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챙겨주며 손하게 잘 도와준 것이다.

역시 착하게 살아야 복이 굴러 들어온다.


 새로운 중대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평소  흔히 상상하던 이미지 전혀 달랐다. 완전 FM 행동방식에다가 상당한 권위의식과 딱딱한 말투로 지시만 할 줄 아는 전형적인 장교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이와 정반대인 것이다


 보수적이기보다 자유로왔으며 운동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하는 동네에 친한  형 같은 이미지였다. 아무 사심 없이 잘 도와주었을 뿐인데 어느 날 중대장님이 나를 따로 부르시고는 고맙다고 했다. 이런 악습을 이미 아셨는데 그렇지 않아서 더 고맙다고 하셨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말에 갑자기 눈물이 날뻔했다. 그동안 따뜻한 마음의 위로가 그리웠던 거 같다.

 “정작 장교가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나도 얼마 안 되었지만 경험을  말하자면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일하다 보니까 항상 열심히만 하고, 잘하고 나서도 혼나기만 하는 거 같아 

 역시 무언가 달랐다! 날카로운 지적이며, 정확한 상황 파악에 이은 조언이었다.

 이제껏 아무도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무언가 ""하고 머리를 쳐 지나갔다. 이전부터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꼼꼼히 메모하기는 했지만 중요한 건 바로 우선순위였 것이다.

 업무 특성상 갑자기 여러 가지 일이 한 번에 떨어질 때가 많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먼저 들어온 순서대로만 빨리하려고 하다 보니, 지금까지 정작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을 놓고 만 것이다.


“중요도와 시기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라!”

행정반 가운데에 위치한 큰 보드판 위에 크게 적어놓고 진짜 업무를 시작했다! 중요한 업무에 대한 선별능력이 조금씩 생겨나면서 일하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업무에 효율이 생기면서 일처리가 빨라졌고, 내 시간이 생기는 여유까지 느끼게 되었다.

'이제야 진정한 일을 하는구나'하는 뿌듯함이  완전히 사로잡았다.


 의지할 사람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보직한 지 아직 얼마 되지도 않은 중대장님의  갑작스러운 전출 소식이 들려왔다. 말로만 듣던 707대테러 특수임무 대대로 발령이 나신 것이다. 더 좋은 자리로 가시는 거라 잘된 일인 것은 분명했지만, 서운한 감정은 표정에서부터 숨길수가 없었다.

 “군인은 돌고 돌아 언젠가 또 만나게 되는 거니. 건강하게 다시 보자”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그 말이 왜 이리 마음에 걸렸던 건지 이미 중대장님은 무언가 알고 계셨던 거 같다.


 마음의 공허함을 느낄 세도 없이 또다시 정신없는 일상찾아왔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도 우선순위 원칙이 좋은 조력자가 되어가면서 아무리 많은 업무도 점차 익숙해져 갔.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화한 것이다.


 ‘어려움이 없다면 그건 삶이 아니다’

 업무가 익숙해지고 여유도 생겼지만 남모를 고충이 생겨. 그중 가장 나를 힘들게 만든 것은 야외훈련이다.

 특전사는 보통 한 달에 2주 정도를 밖에서 지낸다. 무슨 훈련이 이렇게나 많은지.. 밖이라고 하면 숙소를 생각하는데 말 그대로 밖! 그냥 아무 산이나 자리만 깔면 숙소가 되는 것이다. 훈련의 기본은 역시 행군부터다.

 7~8시간 동안 행군하며 목적지에 도착한다 언제나처럼 그때부터가 시작이다! 왜냐고?

비트를 파야 잘 것 아니냐! 또다시 7시간 동안 비트를 파고 나면 정말 내가 군인인지 그지인지 모를 정도로 난장판이 된다. 극도의 정신력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었다!


 실 야외훈련을 이라고 생각하며 좋아했데, 결혼을 하게 되면서 즐거움이 고충으로 바뀐 것이다. 신혼의 설렘을 함께 느껴야 했는데, 항상 혼자 남아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걱정되고 미했다.

계속되는 고충으로 걱정만 하고 있던 그때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중대장님이었다!

 “지금 707에서 장교를 모집하고 있는데, 내가 너를 추천했다! 넌 그냥 오면 돼!

언젠가 만날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도전의 실패가 지금 이 한방으로 모두 끝이 났다. 707! 이름만 들어도 그렇게 치를 떨었던 나는 지금 더 이상 두렵지가 않다!

절박함은 언제나 두려움을 이긴다! 우리가 항상 간절함으로 목말라해야 하는 이유이다.

 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운 도전임은 틀림이 없지만 언제나처럼 우선 해보면 다 할 수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최고에서 최고가 되기로!  나는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그곳으로 간다!


꿈을 만드는 최고의 무기 : 아무도 모르는 인생! 끝까지 가보자!


나의 교만 때문에 여단의 모든 보직에서 다 떨어졌었다. 무엇보다 누구나 되는 진급마저도 누락되는 수모도 겪었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작은 행복조차 느껴보지 못하는 실패자로 전락했다.


하지만 한순간에 모든 상황은 변해버렸다.

모든 동기들이 열망하던 707에 합격한 유일한 단 한 사람이  바로 나였던 것이다.

 사람 때문에 망했었지만, 난 또 그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일어섰다

달라진 건 삶은 대하는 나의 태도! 단 하나였는데 말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인생이 어떻게 될 찌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거다! 그래서 살맛 나는 거다!

앞으로 나는 또 어떻게 될까! 나도 모르겠다! 그냥 끝까지 가보는 거다!

분명한 것은 더 멋진 인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생 참 재미있다! 그러니 끝까지 살아가 보자!


이전 08화 자존심 vs 자존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