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 쌓여있는 희미한 전설같이
내가 언젠가 당신을 사랑했었다는 걸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 강변옆에서, 정호승
('강변옆에서'를 읽고 쓴 글.)
햇빛이 이토록 찬란함에도, 정작 그 빛을 받은 것들은 색이 바래버린다는 사실이 묘하지 않니. 빛나던 것일수록 더욱 빨리 희미해져 버려. 빛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는 것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한순간의 섬광을 독차지하기 위해 섬광, 그 이후는 없다는 듯 자신을 내던지는 거야. 우리가 바래진 그들을 기억하는 방식은 별에 희미한 전설로 쌓아두는 것뿐. 밤이 져버린 뒤 별은 사라질 테지만, 전설은 그 작은 입에서 입으로, 사랑을 찾는 이들 사이로 내려져갈 수 있으니까. 희미한 더미 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건 누군가의 몫으로 넘기고, 전설은 끝도 없이 큰 더미가 되며 쌓여가고만 있겠지.
내가 섬광처럼 너에게 다녀갔고, 전설처럼 널 사랑했다는 게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다면, 내가 남기고 싶은 말은 '언젠간 널 사랑했었다'는 분명한 진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