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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나 May 29. 2023

광주 518을 이야기하는 5월 밥상회에 초대받았습니다

한살림, 벗밭, 청긴행에서 모여 밥을 먹는 자리


작년 여름부터 청년기후긴급행동 회원으로 활동을 (많이는 못 하지만) 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5월 밥상회에 청긴행 멤버로 초대를 받았어요.


한살림, 벗밭, 청긴행에서 모여서 함께 밥을 먹는 두 번째 자리였습니다. 43년 전 광주 5.18 운동과 지금 우리가 바라는 대동사회를 연결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광주 민주화 운동 때 먹었다고 하는 주먹밥을 떠올리며 만들어주신 주먹밥, 그리고 5월 제철채소인 토마토를 이용한 토마토비빔밥, 토마토 두부 카프레제, 주먹밥과 잘 어울리는 된장국을 먹었습니다. 맛있는 채식 밥상을 대접받아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광주 518은 가깝게 느껴지는 일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광주에서 80학번 대학생으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광주민주항쟁을 배우기 전부터, 집에서 어머니께 광주 운동에 대한 이야기, 친구와 친구의 형제와 선배들이 죽거나 다쳤던 힘든 기억, 광주에서 대학을 나오고 본적이 전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받았던 억울한 일화들을 직접 들으며 자랐습니다. 학교에서 짧게 배우는 사건과는 차이가 있었죠.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저와 제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고, 제게 이 운동이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하는 자리는 처음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에게 광주 민주화 운동이 어떤 의미인지 들으면서, 저 역시 재의미화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누군가에게 5월의 광주는 감수성을 의미하고, 또 지는 싸움이라도 계속해가는 운동의 태도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광주 운동은 대동단결의 역사, 억압에 대항하는 정신, 남들이 당연하다고 하는 것을 의심하고 그 이면을 되돌아보는 자세, 그리고 분노를 넘어선 '연대'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에게 광주 민주화 운동의 의미는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입니다.


스스로를 시대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저희 어머니는, 제가 그런 위협과 불이익을 받지 않고 살길 바라셨어요. 그래서 제가 시위를 나갈 때면,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며, '그렇게 해도 너만 손해 보는 거야. 그때도 다 길거리에 나서고 다 최루탄을 맞은 건 아니었어.' 이런 말씀까지도 하셨습니다.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학교나 책에서는 이 운동을 숭고하게 대단한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엄마의 경험 안에서 이 기억은 고통이고 낙인이고 숨겨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켜켜이 쌓인 트라우마가 만든 민낯의 언어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만큼 사회가 나아졌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때 광주에 있던 사람들에게 회복의 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 운동하시는 분들은 공동체 안에서 충분히 회복하면서 운동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여러 해의 실랑이 끝에 어머니도 '그래 네가 누구 닮아 이러겠니' '몸 조심하라'며 응원하게 되셨어요. 아마 광주에 있던 스무 살의 어머니도 두려우셨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몇십 년 뒤에 시위를 나간다는 딸을 마주한 어머니도 두려우셨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엄마와 저는 둘 다 두려움에 맞서는 선택을 했습니다.


권력, 구조, 폭력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거나 못본 채 지나치지 않고, 그 문제를 지적하고 저항하는 일은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누군가 다칠 수도, 지치거나 아플 수도, 실망하거나 실망시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43년 전에 광주에 계셨던 분들도, 지금의 우리들도, 각자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서로의 용기를 나누며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용기 있는 친구들과 지인들의 곁에서 좀 더 용기 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한살림, 벗밭, 청긴행에서 준비해준 채식 밥상




*청년기후긴급행동 내부에 공유하기 위해 작성했던 후기글을 변형하여 기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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