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돌봄 Oct 18. 2023

끌어당김의 법칙

The Law of Attraction   끌어당김의 법칙

 

'론다 번'의 책 '시크릿'에서 오래전 만난 이 법칙은 사실 나에겐 약간 강박 같은 거였다.

마치 부정적인 것은 무조건 차단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고나 할까.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마음이 들거나 자조적인 표현이 입 밖으로 나올 때면 크게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하루 종일 찝찝했다.


부정의 도깨비바늘이 내 옷에 덕지덕지 고리를 걸고 있는 기분이 들면 다시는 이런 말 안 해야지.

이런 안 좋은 생각조차 안 해야지 하고, 구린 속을 달래곤 했다. 

정말 온 우주의 기운을 끌어올 수 있느냐는 논외로 하더라도 정말 정신이라는 것이 부정적인 것에 휩싸일까 봐 전전긍긍한 게 나의 20대의 한 단면이었다.


다행히 기본값이 이상적이고 속이 없는 늘 즐거운 인간이라 나름 잘 지내왔는데, 요즘에 들어서 생각해 보니

끌어당김의 법칙이란 것에 대해, 강박보다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는 게 나이가 든 것의 장점이라 하겠다. 


아침에 회화 선생님과 언제 나는 행복한지 행복을 연습해 본 적이 있는지 이야기하면서 

'전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긍정적인 면만 보려고 해요. 그래서 공포 영화도 싫어하고 슬픈 것도 잘 안 봐요.'라고 얘기하자 선생님은 '끌어당김의 법칙, The Law of Attraction'이군요.'라고 얘기한 것이 이렇게 생각의 고리를 연결하고 있다.



가만 보니 책을 읽는 취향도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독서 모임을 해서 편독은 막고 있다. 물론 편독도 필요하다고 보지만 뇌가 굳어가지 않도록 다양한 책을 봐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 중 하나다. 

나라면 절대 몰랐을 책, 선택하지 않았을 책을 보면서 감탄도 하고 참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는 중이다.

오늘 아침엔 단편 소설 <치즈달과 비스코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너무 복합적이다.

결혼 초, 시댁과의 일로 힘들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시누이의 권유로 심리 상담을 받았던 일.

아직도 아들 침대 맡에 자리 잡은 중등 아들의 애착 인형인 테디 베어.

둘째가 걱정 인형에게 자기 걱정을 말하고 잠드는 모습 등 여러 가지가 떠올랐는데, 내가 새로운 책을 읽고 불편한 경우를 생각해 보니 그건 어쩌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학교 폭력에 대한 불안감, 심리적으로 무너져서 어두워질 것 같은 암울함, 전쟁이 계속되는 세상, 각종 묻지 마 범죄. 자녀와의 마찰, 가정 불화 등 온갖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삶의 단면이 나에게 들러붙을까 봐 피하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드러난 게 아닐까. 그래서 읽고 싶은 책만 늘 보려 하고, 익숙한 패턴의 영화만 보고 싶은 마음.

단순히 좋아하는 걸 한다 차원을 넘어서서 애써 현실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뉴스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처럼. 굳이 어두운 부분을 직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금만 봐도 브런치 스토리에 어울리는 음식이나 여행, 가족에 관한 위트 있는 에피소드가 아닌 나의 숨기고 싶은 면을 드러내는 것만 봐도 그렇다. 현재 많이 불편하다. 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추구하는 나는 결국 이 시대의 평범한 인간인 것이다. 


그래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망상일지 자기 확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긍정적인 생각, 밝은 마음으로 살려고 하는 게 분명 이 세상이 밝아지는데 일조할 거라는 강한 믿음. 미인 대회의 미녀들처럼 '월드 피스'까지 외치는 건 아니더래도 뭔가 밝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은 마음. 그래서 아파트 계단에 버려진 작은 쓰레기를 줍는다. 욕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무조건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 으쌰으쌰 해보자 하고 외친다. 커뮤니티 안에서 맘껏 까불고 이야기한다. 마음 한쪽에선 짜부라져 있고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냥 이렇게 드러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다행히 예전처럼 나에게 강박적인 개념은 아니다. 

그 틀에 감옥처럼 나를 가두지 않는다.

그냥 슬픔, 불행, 부정, 긍정, 환희, 외로움, 절망, 기쁨, 뿌듯함, 경멸, 긴장, 막막함 등등의 수많은 감정들에서 선택을 한다. 

행복하기로, 긍정적으로 살기로.

지금 슬프더라도 일 분 후에 행복할 수 있는 건 오롯이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것이 요즘 나의 끌어당김의 법칙이다. 




이전 01화 북(BOOK) 세권에 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