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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Sep 05. 2023

탄수화물을 못끊지만 두부는 먹습니다.

꽤 덩치 큰 남자들과 살고 있다.

더군다나 먹성도 좋다. 

남편은 연애 시절 니트 종류 옷이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홀쭉한 배, 적당한 근육.

결혼 후 뱃살은 하늘 높은 줄 모르더니 본인이 힘들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이젠 배 나온 근육남이 되었다.


아기 때부터 탄탄한 살의 소유자였던 큰 아이는 꽃미모를 자랑하여

나에겐 여자 조카인 사촌 동생과 함께 나가면 성별이 바뀐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러던 일곱 살 무렵, 저녁을 두 끼씩 먹더니 이제는 아빠 못지않은 덩치의 소유자가 되어버렸다.


아토피 피부로 아기 때 고생을 하고 하얗기만 한 피부에 음식은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먹었었는데

이젠 온갖 음식을 섭렵하는 먹어도 먹어도 늘 배고픈 아이가 되었다.


남편은 운동을 하며 자기 관리를 하니 그나마 괜찮지만 아들들과 나의 배는 어찌하나 고민이 많았다.

유전자의 힘이 이리 세던가.

아빠의 체형을 빼다 박은 아이들은 정말 건장하다.

못 먹는 것보다 잘 먹는 게 낫다고는 하지만 경도 비만은 피할 수가 없었다.


운동으로 해결 안 되는 체형과 살은 어쩌지.

결국 음식밖에 없다는 결론이 낫다.

한참 요리 유튜버들을 보니 두부와 양배추를 이용한 다이어트 식단을 보여주는 채널이 있었다.


'우와. 구독자가 30만이 넘네. 이런 걸 해야 하는데' 아구야 딴생각이 이렇게 떠오른다.

난 지금 가족을 위한 다이어트 식단이 필요하다.

넌 유튜브도 안 하니 구독자에 대한 욕심은 버리라.


처음 시작한 두부 요리는 두부 볶음밥이었다.

한 번 헹구고 나서 프라이팬에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달달달 볶아 밥을 살짝 넣었다.

양배추는 깨끗이 씻어 채를 썰고 같이 볶아줬다.

거기다 집에 있는 채소란 채소는 다 꺼내서 다 때려 넣었다.

좋은 식사를 제공했다는 뿌듯함이 생겼다.

살이 찌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치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처럼 비만이 대물림 되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살이 갑자기 빠진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사실 살이라는 걸 별 걱정이 하지 않고 살았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예전 같지 않은 몸을 보면서 살짝 우울했었다. 

한참을 두부 볶음밥을 해주며 만족해하다가 잠시 시들해진 날들이 찾아왔다.


오랜만에 티브이를 보니 유퀴즈에서 좋아하는 이준기 배우가 나왔다.

변하지 않는 체형과 오히려 더 어려진 것 같은(원래도 동안이었지만) 피부를 보면서 역시 연예인이다, 자기 관리 잘하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탄수화물을 끊는 대단한 관리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라면도 끊은 지 3년이 넘고 두부 요리를 즐겨 먹는다고 했다.

다시 건강식에 대한 욕구가 차올랐다.

두부 요리 어게인.

두부식으로 바꾸고 탄수화물을 끊으니 액션 연기를 할 때도 몸이 가볍고 마흔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 20대 청년 같은 모습을 보면서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와 나는 전혀 네버 같을 순 없지만 식습관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도전해보자 싶었다.


먼저 밥을 할 때 흰 쌀의 양을 대폭 줄였다.

온갖 종류의 잡곡쌀을 사서 잡곡밥을 했다. 갑자기 온 식구가 탄수화물을 끊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합의점을 찾았다. 오래오래 잡곡밥 씹어먹기.


두부와 사과, 양배추, 당근을 준비했다.

양배추와 사과를 채 썰며 신선함을 느꼈다.

색깔을 다양하게 해서 음식을 먹으면 몸에도 좋다 했다.

두부는 으깨서 올리브 오일을 3큰술 넣고 참깨 드레싱을 만들었다. 

견과류까지 넣어주고 건강 두부 샐러드 완성.

희여멀건하지만 두부 채소 샐러드입니다. 견과류도 추가했어요.



음식을 먹을 때는 샐러드 - 고기나 생선 / 반찬 - 밥  밥 순서대로 먹는 게 혈당을 가장 천천히 올리는 방법이라고 한다. 저녁 식탁에 두부 샐러드를 올렸다. 샐러드는 반찬이 아니라는 남편의 말에 신경 써서 만들어줄 때 곱게 먹으라고 콕 집어 말해줬다. 한참 다이어트에 관심 많은 둘째는 다음엔 닭가슴살도 넣어주라며 야무지게 샐러드는 먹는다. 큰 아이를 위해서 샐러드를 덜어놓고 내일 아침 먹을 양까지 그릇에 담아두었다.

마침 가족 단톡방에서 알람이 울렸다.


'이따 마라탕 먹을 건데 조카들 넘어올래?'

큰 애는 오늘 저녁 마라탕을 먹게 되었다.

그래 마라탕에도 채소가 많으니 괜찮겠지. 

저녁밥 안 차려 줘도 되니 갑자기 행복한 엄마가 되었다.

사랑한다 아들. 샐러드는 내일 먹으렴. 설거지까지 끝냈으니 오늘은 퇴근하련다.


이준기 배우처럼 날렵하고 뽀샤시해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건강을 챙기며 두부 요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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