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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ul 23. 2023

쿠팡에서 밀키트를 시켰다

'오늘 저녁에 뭐 먹나'는 세상 모든 주부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특히 국을 좋아하는 식구가 있는 집은 더 고민이 아닐까.

요리 두 가지 정도 제대로 하려면 장 보는 것부터 2~3시간은 걸렸었다.

전업 주부일 때는 그래도 시간의 압박은 덜했는데 일을 시작하면서는 늘 먹거리가 걱정이다.

시골 육아를 하는 친구는 요즘 세상에 고민할게 뭐가 있냐며 말한다.




"쿠팡 로켓배송 있잖아. 요새는 밀키트도 많고. 나는 주문하고 싶어도 배송 불가 지역이라 해 먹는 거잖아.

한 번 주문해 봐"



동네 반찬가게에서 오전마다 장을 보는데 지친 터라 쿠팡에서 밀키트를 주문해 봤다.

대형마트를 갔을 때나 캠핑을 갈 때는 정신없이 사서 먹었는데 쿠팡은 주문을 안 해봤다.

와우 회원이 되면 쿠팡플레이도 무료고 배송도 빠르다는 동생의 말에도 마냥 귀찮았다.

메뉴를 고르고 나니 11만 원 남짓 결제가 됐다.


'오케이,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지 봐야지.'


남편은 메뉴를 보더니 다 부인이 좋아하는 거 시켰다고 했다. 편의점 삼각김밥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위해 비상식량으로 삼각 김밥을 주문하고 국 종류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김치찌개를 주문해 봤다. 김칫국이나 찌개 정도야 금방 할 수 있지만 캠핑 때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나머지 메뉴는 애슐리 메뉴로 당기는 대로 주문해 보았다. 장바구니가 가득 찰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왠지 모르게 든든해졌다. 시원하게 결제 버튼을 누르면서 소비의 기쁨도 만끽했다.

오늘이 22일인데 저녁에 봉골레 크림 빠네를 마지막으로 다 끝내버렸다. 물론 삼각 김밥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비상식량일 뿐 메인 요리는 다 먹어버렸다. 먹성이 좋은 아이들이다 보니 수시로 배가 고프다. 중학생 큰아이 방학이 시작되었는데 저녁에 학원을 가서 망정이지 완전 돌밥돌밥이다.(돌아서면 밥과 간식을 찾습니다.)



주문 목록과 봉골레 감바스 피칸테
김치찌개 / 주먹밥 / 봉골레 빠네파스타



김치찌개는 돼지고기나 참치 등 재료를 더 넣었어야 하는데 바보같이 그대로 끓여서 김칫국을 만들었다.

봉골레 빠네 파스타는 빵은 가로로 잘라 아래 부분은 속을 파냈어야 하는데 그냥 다 잘라서 스파게티 소스에 찍어먹는 것으로 종결.

감바스 피칸테는 남은 올리브 소스에 밥까지 비벼먹으며 클리어.

가장 기대했던 주먹밥은 특유의 냄새가 난다고 하여 다시 재가공해야겠다 싶다.


결론적으로 가장 심각했던 것은 재활용 쓰레기가 어마무시하게 나왔다는 사실.

비닐에서 플라스틱까지 엄청난 쓰레기가 나왔다.

요리는 밀키트여서 그나마 재료가 소분되어 있어 편하긴 했지만 쓰레기 양을 보니 조금은 죄책감이 들었다.

매일매일 밀키트, 반찬 가게, 최소한의 요리나 라면 등의 음식을 먹는데 건강함을 추구하려면 재료를 다 준비해야 하나도 싶고 그렇다고 늘 요리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것도 걱정이다.


매일매일 분단위로 쪼개는 삶을 사는 건 요즘은 누구나 그럴 거다.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혹은 남자들도.

마음에 맞는 반찬 가게나 온라인 몰, 밀키트를 찾아내는 것도 요즘 엄마들의 일 중에 하나다.

사 먹는 음식에 대한 죄책감이야 사실 이제는 없다.

다들 먹을 수 있는 좋은 음식을 만드실 거라 믿는다.

바쁜 하루 중에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식구들에게 먹게 하고 싶은 마음과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마음이

늘 공존한다.

간식 준비를 미리 해놓는 것도 쉽지 않다. 한 때는 다이어트 도시락만 배달해서 먹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음식을 어떻게 하든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참 감사하지만

가끔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렇게 있다 그냥 배고픔을 느끼면 먹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워내야 하니 음식 준비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밥상머리 교육법'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두뇌에 좋은 음식, 정서에 영향을 주는 좋은 재료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최근 북클럽 선정 도서였던 '날씨와 얼굴'을 읽으면서 지나친 고기 섭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 자신도 완벽한 비건이 될 수도 없고, 또 아이들이나 남편도 본인이 직접 선택해야 할 부분도 있으니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건 감사한 일이다. 완벽한 식단은 아니겠지만 다시 한번 식사 메뉴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겠다. 식사 한 번에 한 가지라도 채소를 먹게 하고 좋은 재료를 먹게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일단은 만족해야겠다. 좀 더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꼭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

성격상 자격증까지 따려고 하겠지만 꼭 준비해보고 싶다. 요리에 재능은 없지만 좀 더 재료를 알고 느껴보는 기회도 갖고 싶다. 내친김에 사찰 음식까지 배워보면 좋을 듯싶다.  언제나 뚝딱뚝딱 어떤 요리든 만들어내는 사람도 되고 싶지만 그것도 요리를 잘해야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결혼을 하면서 음식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더 요리를 멀어지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 정도의 스트레스는 아니지만 메뉴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나만의 원칙을 세워보기로 했다.

일단 기록을 해보자.

뭘 먹고 있고 뭘 식사 메뉴로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그러면 음식에 대한 편향된 취향도 알게 될 거고 좀 더 준비하는데 쉬워지지 않을까.

여전히 직접 요리한 음식과 밀키트, 반찬 가게의 콜라보는 계속되겠지만 그나마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의 반찬 원조를 받음에 감사하며 식단을 이어가야겠다.

역시나 결론은 기록이다.

밀키트로 시작한 글은 생뚱맞게 기록의 중요성으로 끝이 난다.

매끼 먹고 끝내느라 바빴는데 진짜 기록을 해보고 한 달 결산을 해봐야겠다.

군인 마트에서 가끔 공산품도 사 오고 냉동식품도 사 오는데 그 부분도 포함시켜 봐야겠다.

쓰고 보니 아이들을 너무나 가공된 음식만 먹이는 것 같다.

역시 이것도 브런치에 기록하니 알게 된 사실.

생뚱맞게 기록의 힘을 느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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