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돌봄 Sep 08. 2023

저는 진상 학부모였습니다.

큰아이가 1학년 즈음 동네에 유명한 아이가 있었다.

당시 새로 생긴 아파트가 즐비한 계획지구로 이사를 갔다.

마치 미드에 나오는 전원주택 마을처럼 아파트 마을이 형성된 곳.

동네엔 초등학교가 새로 만들어졌고 공립 유치원까지 생겼다.

깨끗하게 기획된 산책로가 있었고, 산책로 중간 마을 카페 앞 공터에서는 

주말마다 마을 장터가 열리고 공연이 펼쳐졌다.

서로의 집 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것은 아닐지라도 

집 앞 상가만 나가면 다 어디서 본듯한 동네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그 아이와 형제들에 관한 소문이 참 빠르고 멀리도 퍼졌다.

옆 단지 아파트 놀이터에 가서 자전거를 뺏었다더라.

그 집 엄마가 아이들을 방치한다더라.

말도 심하고 하고 워낙 개구쟁이어서 말도 안 듣는다더라.

1학년인데 욕을 엄청 한다더라.


그러던 어느 저녁, 큰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시간은 저녁 먹고 7시 30분 정도.

당시 마을 상가에서 피부관리숍을 운영 중이었다.

샵에서 문만 열면 아파트 놀이터가 보이는지라 일이 끝날동안 가서 놀고 있으라고 허락해 줬다.

그때 아이는 마을의 소문의 주인공인 그 아이와 맞닥뜨렸고 작은 마찰이 생겼다.

처음 학교를 보내고 학부모가 된 나란 엄마는 혹시나 맞았나 학교 폭력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 시각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고, 그 아이가  내 아들을 선생님의 학생을 괴롭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머님, 그 시간에 1학년 아이를 놀이터에서 놀게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엔 선생님께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마을에서 유명한 그 아이가 하필 있었는데 선생님은 걱정도 안 되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난 일하는 시간이라 아이 혼자 방치한 게 아닌데라는 약간의 억울한 마음도 들었나 보다.

이번에 불현듯 학교 선생님들의 아프고 슬픈 모습을 보면서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아이를 학교에 처음 보낸 엄마의 프레임을 아무리 씌워 봐도 

선생님이 퇴근하신 저녁 시간에

어떤 상황이 있건 남의 집 소중한 아들을 문제아로 보고

내 아이만 귀하게 여긴 

진상 엄마가 나였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사회적인 시선으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어도

경우 없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언제나 집에 오시는 학습지 선생님들께 미리 차와 간식을 준비하고

경비원 어르신들께도 먼저 인사하며 예의 바르게 했었는데

이런 행동을 했었다니.


1학년을 마치고 일 년 후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소집일날

선생님을 다시 뵈었다.

반갑게 인사해 주신 모습이 기억이 난다.


결국 수년이 흐른 후,

진상짓을 한 엄마였다는 걸 깨달았지만

지금이라도 선생님께 많이 죄송했다는 말씀을 드리고싶다.


아울러 정말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이전 05화 과민성 대장증후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