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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Sep 08. 2023

내가 서울대생 학부모가 될 상인가

아예 교수님 강의를 녹음을 해요. 농담하신 부분까지 다 캐치해야 하니까요.
무조건 똑같이 필기해서 달달 외워요. 수학을 책을 찾고 증명까지 해가면서 신나게 했었는데 학점이 잘 안 나왔거든요.
사실 중고등학교 때 문제집이란 문제집을 다 풀고 복습해서 또 풀고 했었어요.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되니까 다 받아 적습니다. 교수님 말씀을 다 필기해요.
교수님의 분석, 교수님의 견해, 교수님의 시각에서 시험 답안을 적을 겁니다. 남들도 시도하지 않는데 굳이 먼저 반대로 할 용기는 못 낼 것 같아요.







오랜만에 ebs다큐를 봤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인 서울대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 미시간 대학에서 미국 학생들의 모습과 IB교육 전문가로 알려진 이혜정 소장님도 볼 수 있었다.

세계적인 석학들도 대한민국이 교육에 대해서 잘 분석하고 있었다.


학부모로서 생각해 보면 자식이 서울대에 갔다 하면 엄청나게 행복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긴긴 자녀 교육의 결론이 결국 서울대학생으로 완성되어 지난한 육아의 시간, 책을 왜 그렇게 사느냐 질타받았던 지난날을 보상받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의 인생에도 결국 중요하지 않다.

부모들은 모두 자식의 행복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명문대를 가기 위해 달리는 열차처럼 향하고 있는데

결국 무엇이 아이 인생에 좋은 지도 부모조차도 확신할 수 없다.


서울대학생들은 누구보다 공부를 잘하고 성실한 학생들이다.

교수님 말씀, 농담 하나 놓치지 않고 외우고 공부하여 학점을 잘 받는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서 시험을 치르면 점수가 낮다는 걸 발견한 뒤론 더 그렇다.

서울대학교 한 대자보에는 할 줄 아는 게 공부밖에 없어서 그냥 한다 혹은 이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공부한다.라는 의견도 보였다.


이혜정 소장은 미시간 대학의 교수가 되고 서울대학생들과 했던 똑같은 실험을 한다.


교수님의 말씀을 다 받아 적으려고 하지 않아요. 오히려 중요한 걸 놓칠 수 있거든요.
모두 받아 적지 않고 강의 자료 중에서 흥미로운 것이나 도움이 될만한 것만 적어요.


시험을 치를 때 교수님 가 다른 의견이어도 전 제 의견을 적어요. 교수님은 제 의견을 존중해 주실 것이고 공정한 학점을 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교수님의 의견을 존중하겠지만 그래도 제 의견을 써야죠.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은 거일 수도 있으니 충분히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해요



미시간 대학생들의 답변이었다. 

좀 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주장하고 토론하는 문화였던 것이다.


서울대학생들은 성실하게 또 지구력 있게 자신을 컨트롤하며 한국의 입시를 치러낸 훌륭한 학생들이다.

미국의 교육이 더 옳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학부모로서 많은 생각이 들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 나라의 교육 제도는 무 자르는 듯 그것만 가지고 이야기할 수 없다.

국가의 탄생부터 시작하여 모든 역사가 녹아져 있는 것이 교육제도이다.

미국의 이민자들의 나라로써 각자의 목소리를 높여야 타지에서 내 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있으므로 갈등도 많겠지만 다양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사례도 많고 그 시각도 유연하다. 대한민국은 유교 사상이 저변에 깔려있는 나라다. 효와 충을 중시하고 겸손한 면이 있다. 오랫동안 단일 민족으로 살아왔다. 지금은 다문화 사회가 되었지만 아직 다양성에 대한 시각은 미미한 편이다. 또한 식민지 시대를 겪음으로써 더 군대 같은 밀집된 교육을 해왔다.

그래서 더 답을 찾는 교육, 신속하게 상부의 명령을 따르고 수용하는 교육을 해온 것은 아닐까.

교육 하나를 바꾼다는 건 나라 전체의 모든 제도나 여건을 바꾼다는 말과 같다.

집을 리모델링하려고 할 때도 간단히 새시나 바꾸고 현관만 해야겠다 싶어도 집이 몰딩이며 화장실 인테리어며 하나씩 하나씩 모자란 부분이 눈에 보이고 결국 일이 커지게 된다.

즉, 교육하나만을 봤을 때도 이와 마찬가지 과정일 것이다.


아이들이 이런 말을 했다.

학교에서 배운 수학을 얼마나 평소에 사용하고 있는지 대한민국은 사교육 천국이고, 헬조선이라는 말이 맞다고, 주말이 짧긴 하지만 드디어 쉴 수 있겠다고 했다.

어찌 보면 내가 학교를 다닐 때도 학교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기도 했고 친구들과 추억이 있는 애증 서린 곳이었다. 수학의 정석 책을 바라보며 한숨짓기도 했고, 골치가 아프기도 했다.

운동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에 하루에 12시간 이상씩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상황도 재미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요즘 아이들이 그 틈새를 봤으면 좋겠다.

정말 각종 수행평가에 공부에 대한 좌절감에 여러 복합적인 상황에 힘들겠지만 그 속에서도 뭔가 숨실 수 있는 즐거운 한 가지는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써 참 반복되는 상황에 미안하지만 결국 뻔하게도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 밖에 나오진 않는다.

부정보다는 긍정이 더 힘이 세니까. 물이 반만 있다고 투덜대지 않고 반이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어제 아들과 이야기하면서 힘든 상황을 마음을 얘기하는 거니 그냥 공감하고 들어줄걸 뒤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다큐의 내용과 더불어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이들에게 지금의 어른들이 줄 수 있는 거란 무엇일까.

아니 굳이 뭘 자꾸 주려고 해도 되는 걸까?


공부는 성실함을 아이들이 키울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는 누구든지 할 테니까 부모부터 조급하지 않아야겠다.

결국 본인의 생각을 잘 드러내서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할 건데 어쨌든 서울대생은 자신의 성실함을 잘 키워왔고 꾸준히 한 가지를 할 수 있는 소양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서울대생이든 비서울대생이든 자존감을 해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부는 하나의 재능일 뿐이니까.

그리고 좀 더 자신의 생각이 드러나는 교육이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거대한 상징인 서울대학교.

그래서 이런 다큐가 나왔겠지만 이건 잘잘못을 따지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제스처라고 생각한다.

그 노력이 점점 더 나은 방향으로 결실을 맺어가기를 학부모로서 이 시대의 어른으로써 깊이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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