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

동네 서점이 구원임을 믿고 있는 당신에게

by 마음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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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리빙스턴은 템플 지구 좁은 골목 2층짜리 서점의 주인이다.

잠베지강에서 발견한 폭포를, 여왕의 이름을 붙여 빅토리아 폭포라고 지은 탐험가, 노예해방운동가, 의사였던 리빙스턴의 후손이기도 하다.


1층에는 고전, 2층엔 현대 작가의 책과 여행책, 지도, 철학, 신학, 역사 분야의 책들을 배치한다.

자동화 시스템이 없어도 그는 어느 서가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눈을 감고도 찾을 수 있다.

2층으로 향하는 나선 계단을 올라가면 밤하늘에 별을 볼 수 있는 천장의 채광창도 있다.


겉으론 까칠해 보이지만 실은 그런 척할 뿐,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다정한 마음을 갖고 있다.

펭퀸클래식의 홍보 담당자였고, 현재는 톨킨의 작품을 출판하겠다는 꿈을 가진 출판사 대표 시오반의 그의 오래된 연인이다.


늘 서점 파란 스탠스 아래 상주한 작가, 학교가 끝나면 학원에 가지 않고 서점에서 하루 종일 우주에 관한 책을 읽는 똑똑한 아이 올리버, 늘 아닌 척하면서도 리빙스턴 씨의 추천을 받아 책을 사는 드레스덴 부인,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고고학자로써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아그네스와 사라진 육필원고 사건을 수사하러 온 존 록우드 경감.


모두가 달빛서점의 신비한 매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아그네스는 런던에서 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고향 바르셀로나로 돌아가야 한다. 그녀는 사랑의 신비로움을 믿는 친구 재스민의 충고대로 우울한 기분을 풀기 위해 템플 지구로 향하고 있었다. 템스강을 향해 멀어져 가는 장밋빛 구름을 보며 기분이 한창 나아졌다.

그리고 에드워드 양식의 건물을 보며 향수를 느낄 때 그녀는 깨달았다. 전면이 온통 파란 특이한 곳, 달빛서점을 들어가야 함을.


이 책은 달빛서점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치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처럼 대단한 사건도 없고, 결국 사람들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

필굿 소설이다.

현실에선 힘든 독자들이 그것을 읽고 마냥 행복할 수 있는 소설.

항상 행복하게 엔딩을 맞이하여 독자들에게 기쁨을 주는 소설이다.


이 책에서 사건이란 리빙스턴 박사의 탐사 일지가 도난된 사건인데, 이 또한 별처럼 수많은 책들 속에서 단골손님들에게 딱 맞는 책을 추천하는 리빙스턴 씨에겐 큰일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해리 포터>에서 호그와트행 급행열차가 서는 9와 4분의 3 승강장인 세인트팬크러스 역을 아그네스와 함께 갔다. 친구 재스민이 일하는 포트넘 앤 메이슨의 찻집도 셜록홈스 박물관을 지나 리젠츠파크 쪽에 허드슨 부인의 가게도 갈 수 있었다. 난 셜록홈스 박물관을 더 가보고 싶었지만 아그네스는 리빙스턴 씨가 준 추천사를 들고 박물관 자문위원인 '앨리스 손'을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대영박물관을 존 록우드와 아그네스의 오해가 풀리고 사랑을 확인하는 장소로 설정한 것도 참으로 탁월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대사와 투키디데스의 문장을 인용하는 리빙스턴 씨 또한 어쩌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위트 넘치는 문장과, 삶의 작은 행복을 일깨워주는 대사까지, 책을 읽는 내내 많은 작가들을 만났고 그들의 입말에 빠져들었다. 영국 낭만주의 문학과 영시를 읽고 싶어졌다. 아널드 배넷의 소설, 버지니아 울프, D.H. 로런스, 제임스 조이스 시대의 작품들과 워즈워드, 셸리, 밀턴, 키츠의 시와 탐정소설들까지 읽을 책이 가득하다. 에드먼드 크리스핀, 도러시 L, 세이어스, 라이오 마시, 코니 윌리스, 팀 파워스, 또는 오슨 스콧 카드의 SF 소설까지. 물론 톨킨과 C.S. 루이스도 빼놓을 순 없다.





norali-nayla-SAhImiWmFaw-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Noralí Nayla



제인 오스틴과 오스카와일드가 자주 갔던 해저드 서점도 보인다.

낸시 밋퍼드가 제2차 세계대전 때 3파운드씩 받고 일한 헤이우드힐서점과 노팅힐 서점도 있다.

그들은 그곳에서 어떤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글을 썼을까.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매년 리든홀마켓에서 서점인 및 출판인 협회 시상식이 열리고, 올해는 리빙스턴 씨가 스크루지 상을 수상했다.

어쩌면 이번 연말엔 다른 상을 수상할지도 모르겠다.


지금 영국으로 간다면 나도 그 시상식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동네 책방, 혹은 독립 서점이라는 공간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어떤 고민을 안고 가도 빽빽한 책과 그림책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리빙스턴 씨의 말처럼 나 자신이 되어 아무런 두려움 없이 행복을 좇아 떠날 수 있는 곳은 이미 우리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마음속 소리에 더 잘 귀기울기 위해 우리는 모두 파고든다.

책을 읽으며 마음을 위로받고, 다짐을 한다.

책 속으로 회피를 할 수도 있고 잠시 숨을 수도 있다.

템스강을 따라 템플 지구로 아그네스가 가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처럼 구원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친구 재스민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넉넉한 마음.

자신과 닮은 달빛 서점을 발견하고 리빙스턴 씨를 만난 것도 다 그녀의 행동의 결과이다.

나 역시 인복이 좋은 사람이니 나만의 달빛 서점에서

진짜 나를 만나는 나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꿈에 그리던 직업을 갖지 못한다고 해서, 하물며 직업이 없다고 해서 인생이 끝장난 건 아니다.

올리버의 말처럼 스스로를 한정 짓지 않으면 된다. 난 고고학자야 또는 난 우주비행사야 라는 말속에 한정 짓지 말자. 우선 우린 인간이고, 일하는 사람이고, 책을 멋지게 읽는 사람이고, 기타 등등의 모습이 있다.





아무 역이나 가면 안 될 겁니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요.
책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삶 자체야. 언제부터 삶이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주었지?
그리고 바로 그 매일매일 반복되는 것들, 일상의 소소한 것들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거야.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를 읽으려고 합니다." "그러시군요. 이상한 나라와 거울 나라 중에 어디로 가시죠?"





소설을 쓴다면 필굿 소설을 쓰고 싶다.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과 같은 이야기를.

누구나 현실의 고민과 괴로움은 잊고 행복한 결말을 그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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