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제인 오스틴.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영국 여왕과 함께 지폐에 얼굴이 새겨진 인물.
12권의 책과 26편의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진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
여기에 더하여 새로운 소설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작가이자 영화제작자인 '레이철 기브니'는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제인 오스틴을 21세기로 소환한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매끄러운 전개다. 충분히 영화화할 만하다.
그만큼 '제인 오스틴'이란 작가와 그녀의 작품들은 아직까지도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
책에서 제인 오스틴은 우리가 아는 그 작가이다.
1803년 바스, 스물여덟 살의 제인 오스틴은 책을 읽고 산책을 즐기며, 언젠가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당시 사회란 여성에겐 단 하나의 굴레만이 가능하다.
많은 지참금을 가지고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사는 삶.
혹은 제인처럼 지참금이 많이 없을 때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남편감을 만나야 한다는 것.
글을 쓰거나 마차를 타고 여자 혼자 런던에 가는 건, 말도 안 되는 세상이다.
제인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들의 성화에 시달리다
싱클레어 부인을 만나 마법처럼 21세기의 런던으로 오게 된다.
자신의 작품들이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유명세를 얻었고, 영국 학교에선 교과서로 활용된다는 것도 보게 된다. 해마다 바스에선 제인 오스틴 축제가 열리고, 그녀가 예배 본 장소까지 명소인 것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단 하나의 사랑' 프레드 웬트워스를 만나면서 그녀의 작품들은 세상에서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문학계에선 제인 오스틴의 이름이 사라져 간다.
싱클레어 부인의 말대로 둘 다 가질 수 없다.
사랑을 선택하여 21세기에 남는다면 그녀는 글을 쓸 수 없다.
다시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다면 사랑은 없겠지만, 우리가 아는 그 제인 오스틴은 영원할 것이다.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작가의 문체는 놀랍도록 현대판 제인 오스틴 같다.
정말 제인 오스틴의 위트는 어쩌면 그녀의 어머니를 닮았는지도 모른다.
문학적 재능이 모계로부터 나왔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제인 오스틴의 '글 써서 스스로 책임지고 살겠다.'라는 선택이 당시엔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는지 새삼 느껴진다.
지금은 당연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이상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세상이 있다는 게 놀랍다.
실제로 제인 오스틴은 당시 여성의 삶이 결국은 글을 쓰게 하지 못할 거란걸 알았다.
주변의 지인들의 출산 과정을 본 탓이다.
해마다 아이를 낳고 또 낳고, 기르고 결국 일찍 죽기도 한다. 셋째 오빠 에드워드의 아내 엘리자베스는 11명의 아이를 낳았고, 마지막 출산 후 35세에 세상을 떠났다. 남동생 찰스의 아내 페니 파머도 셋째 아이를 낳은 후 마지막 아이를 임신 중에 생을 마감했다.
제인 오스틴은 글을 선택한다.
결국 그녀의 선택은 위대한 문학을 탄생시켰다.
놀라운 건 소설에서 제인은 그녀 생의 마지막 작품 <설득>에 그녀가 사랑했던 프레드 웬트워스를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작가 '레이철 기브니'의 기가 막힌 수미쌍관법적 허용이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엔 작가의 문체와 상상력에 너무 놀랐고, 책 자체가 재미있었다.
그리고 정말 있을 것 같은 이야기에 안타까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과 나의 상상력의 한계가.
난 왜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그러면서도 당시 여성 작가로서의 삶이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고
지금의 삶이 감사해졌다.
비로소 진짜 제인 오스틴과 바스와 런던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책 속에서 표현한 것처럼 생기 있게 웃는 제인 오스틴의 얼굴을 상상하며 나도 함께 미소 지었다.
다시 한번 그녀의 작품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회가 담겨 있는 <설득>부터 첫 소설인 <첫인상>을 베이스로 한 그 유명한 <오만과 편견>까지
'바스' 에 있을 제인 오스틴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