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포핀스
'돈은 되도록 적게 받고 일은 아주 잘하는 유모'를 찾는다고 광고를 보고 그 광고를 뛰어넘을 만한 개성 있는 유모가 왔다. 그녀는 동풍으로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
처음에 영화 속에서 만난 그녀를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책을 펼여들었다.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이 있지만 시공주니어 메리 포핀스 책을 선택했다.
로렌 차일드 그림의 메리 포핀스는 두 시리즈 책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넣어서 멋진 삽화와 함께 완성한 책이다.
이름처럼 은행에서 일하는 '뱅크스'씨네 집엔 아이가 넷이다.
제인과 마이클, 그리고 쌍둥이 아기 동생들인 존과 바브라.
유모라 하면 흔히 하얀 모자와 앞치마를 입고 친절하게 아이들을 돌볼 것 같다고?
메리 포핀스 앞에선 그런 생각일랑 접어두시라.
오히려 츤데레에 가까운 그녀는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내기도 하고, 약간은 괴팍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세계, 동물과 식물의 세계, 환상의 나라까지 다 꿰뚫고 있는 매력쟁이 유모다. 위그 씨네 집에 가서 천장에 둥둥 떠서 티타임을 갖고, 밤하늘에 별을 다는 할머니와 함께 별도 하늘에 단다. 신화 속의 소녀 마이아를 만나기도 하고, 나침반 하나로 세계를 여행하며 아이들과 각국의 동물도 만난다.
자신의 모습을 거울이나 쇼핑센터 진열장에 비춰보며 만족하는 허영심 많은 메리 포핀스의 모습도 얄밉지 않다. 메리 포핀스는 자신이 아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나 다름없는 성냥팔이 남자와 그림 속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아이들에게 누구에게나 동화의 나라가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그녀다,
심지어 어른이라 할지라도.
쌍둥이 아기들 존과 바브라가 돌이 지난 말을 하기 전까지 찌르레기 새와 햇빛, 바람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설정이다. 모든 사람들은 아기일 때 자연의 말을 다 이해하고 할 수 있었지만 인간의 말을 하게 된 이후론 그 언어들을 다 잃어버리게 된다.
동물원에 밤에 가면 동물들이 우리에 갇힌 사람들을 구경하며 낮에 인간들이 동물들에게 했던 배려 없는 행동을 보여준다. 그 모습 또한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동물의 왕 '인도코브라'의 말은 몇 번이고 문장을 읽게 만든다.
"잡아먹는 거나 잡아먹히는 거나 결국에는 마찬가지인 것 같아.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지혜가 생기더구나. 우린 모두 같은 것으로 이루어졌다는 생각 말이야.
이곳 짐승들은 모두 밀림의 자식들이고, 너희들은 도시의 자식들이지. 하지만 우리를 이루는 근본은 모두 똑같아. 머리 위의 나무, 발 밑의 돌멩이, 새, 짐승, 별, 모두....
우린 모두 하나이고, 모두 같은 곳으로 가고 있어.
얘들아, 이다음에 나를 잊게 되어도 이 사실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 알았지?"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떠난다고 했던, 메리 포핀스는 정말로 바람이 바뀔 때 아이들은 떠난다.
아이들은 울며 불며 돌아오라고 소리치지만 하늘로 높이높이 떠올라 언덕을 넘어가 버린다.
거센 하늬바람이 불어오는 때였다.
아이들에겐 '오 르부아'라는 쪽지를 남기는데 브릴 아주머니는 그 뜻이 '또 만나자.'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 말에 제인과 마이클은 메리 포핀스가 돌아올 거라고 확신하게 된다.
작가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는 어릴 적 자기 집에서 일하던 하녀가 메리 포핀스처럼 앵무새가 달린 우산을 갖고 잇었다고 한다. 그녀는 항상 외출했다 돌아오면 아이들을 모아 놓고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항상 결론을 바로 말하지 않고 아이들을 안달 나게 했었다. 정말 뛰어난 스토리텔러가 아닐 수 없다. 아마 작가 트래버스는 이때부터 이 신기한 이야기를 쓸 준비를 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하녀를 너무나 좋아했을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 출신이지만 부모님은 모두 아일랜드 분이셨다.
트래버스는 어린 시절부터 신화와 요정이야기, 셰익스피어와 성서에 대한 이야기에 푹 빠졌으며, 자신의 뿌리를 찾아 영국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살게 된다.
메리 포핀스 시리즈는 모두 여덟 편이다.
작품 속에 신화 속의 소녀 '마이어'가 나오는 것도 그녀가 신화 이야기를 좋아한 탓일 것이다.
그리고 런던이 이 소설의 배경인 이유도 그러하리라 추측한다.
그녀가 가족들을 위해 재봉사, 무용수, 배우로서 열심히 일한 모든 경험이 작품에 녹아져 있을 것이다.
영화 속의 '메리 포핀스'는 엄격한 면은 있지만 그리 괴팍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많이 사랑스럽고 다정하다. 아마도 '줄리 앤드류스'의 큰 눈망울과 미소, 아름다운 노래가 그렇게 더 보인 것 같다.
벚나무 길 17번지, 은행으로 가던 길에 새 모이 주는 여인 세인트 폴 대성당과, 산업 혁명 이후 수많은 굴뚝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가 펼쳐지는 주옥같은 영화 음악은 눈과 귀를 다 즐겁게 한다.
'에밀리 브런트' 주연의 '메리 포핀스 리턴즈(2018)'도 재미있게 봤지만 역시나 '줄리 앤듀르스'의 노래와 영화가 계속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