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영국 음식은 정말 맛이 없을까요?

by 마음돌봄

영국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도 영국 음식은 유명한 게 없고 맛이 없다고 생각한다.

피시 앤 칩스, 스콘, 민스파이, 홍차,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정도.

하지만 이 책을 보는 독자라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영국이라는 섬의 지정학적 위치,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각 지역의 레시피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과연 그 요리들을 한 주인공은 누구일까.

영국의 요리사라고 하면 불같이 화끈한 성격의 '고든 램지'나 영국 학생들에게 건강한 요리를 전달했던 천재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영국엔 숨은 요리사들이 있었다.

가이 부엌의 전사들이자 마법사라 불릴만한 '그녀들'이 있다.







사진 출처 : yes 24


이 이야기는 실존했던 요리사 '일라이저 액턴'과 한 줄 문장으로 언급된 '앤 커비'의 요리 연구 이야기이다.

두 여성들의 연대의 서사시이면서 위대한 요리사이자 시와 희곡을 쓴 작가의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여성들에겐 가정을 꾸려 좋은 아내가 되고, 아이들을 키워내는 삶이 최고라고 여겨지던 시절이다. 산업 혁명과 중산층의 급부상, 엄격한 청교도적 관습이 만연한 시대, 각종 향신료와 요리 재료는 넘쳐났지만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익명으로나 가능했고, 이마저도 조신하지 못한 여성으로 낙인찍히던 시대였다.


일라이저의 집안은 가세가 기울어 재산이 줄고, 아버지는 프랑스 칼레로 숨어있는 상황. 여동생 둘은 부유한 집의 가정교사로, 여동생 메리는 다행히 의사 부인으로 다복하게 살지만 어머지와 일라이저는 생계를 위해 고급 가구를 임대해 하숙집을 연 상황이다. 36살의 일라이저는 시를 쓰는 시인이자 작가이지만 출판사에 퇴자를 맞고 요리책이나 시처럼 잘 써보라는 말을 듣는다. 그녀의 어머니는 좋은 집에 시집을 보내야 집안을 일으켜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일라이저가 글을 쓰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일라이저는 좋은 식재료를 알아보고 연구하며 요리를 할 줄 아는 여성이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하녀이자 훌륭한 요리 조수인 '앤 커비'에게 다정하고 단호한 용기를 보여주며 진정으로 힘을 주는 멋진 여자이기도 하다. 앤은 요리에 대한 감각이 있고, 아이디어도 있지만 절름발이 가난뱅이 아버지와 정신이 이상해져 버린 어머니를 홀로 부양하고 있다. 오빠 잭은 런던으로 취직해 떠나 있고, 오로지 그녀 혼자서 돼지우리 같은 집을 돌보며 부모를 챙기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일라이저 액턴의 집으로 취업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 즉 그 시대 하녀라면 절대 할 수 없었을 일인 요리책의 공동 저자가 된다.







두 여성의 연대는 따뜻하며, 챕터마다 펼쳐지는 요리 재료와 쿠킹 이야기로 넘쳐난다. 불합리한 여성에 대한 인식이 있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길을 꼿꼿이 나아가는 모습도 요즘 우리들에게 귀감이 되며 가슴을 설레게 한다. 실제로 일라이저 액턴은 <현대 요리>라는 요리책을 집필했고(물론 앤과 함께), 이 책은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30년이 넘게 팔렸다. 이후 그녀의 책을 표절한 작가가 나올 정도였다. 영어권 최초의 요리책이자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요리책이라는 찬사를 받는 그녀의 요리책은 그녀가 사랑했던 '시'나 '희곡'처럼 극적이며 생생함을 느끼게 한다.


책 말미엔 인물에 대한 설명과 일라이저가 앤과 함께 만든 요리법 레시피까지 담겨 있어, 요리를 잘 못하는 나조차도 베이킹이며 쿠킹을 배우고 싶게 만든다.


영국의 여인들이 소설을 읽는 것처럼 편안하게 어디서든 요리책을 읽기를 바랐던 일라이저는

'영국의 젊은 주부들에게'라는 그녀만의 부제를 정한다.

프랑스나 독일 요리만 먹는 게 아니고, 요리사에게 요리만 맡기는 것보다 요리하는 즐거움을,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영국의 모든 사람들이 굽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영국의 좋은 재료로 요리하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한다.







요리책도 작품이 될 수 있음을 그녀의 요리에 대한 열정을 보고 깨달았다.

그리고 그녀는 미시즈 비턴이 자신의 요리책을 도용한 것을 보고 인생을 짧고, 단 한 번만 오며 그러므로 절대로 낭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유한 남자와의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와 신념으로 결국 꿈을 이루어낸 그녀 일라이자 액턴과 앤 커비. 신사의 돈이 아닌 자신이 번 돈으로 살아가길 원했던 그녀가 지금의 우리에게도 말하고 있다.


인생은 한 번뿐, 원하는 일을 스스로 하라. 그리고 쟁취하라. 다 이루어진다.



사진 출처 : yes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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