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aking Changed Our Lives
애써서 기다려본 사람은 알까.
빵이란 음식은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대로 베이킹 한 번 해본 적 없지만 그 정도는 안다.
반죽을 치대고 하루 종일 발효시키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누군가가 정성이 들어간 빵을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손을 호호 불며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에 빵집에서 나오는 폭삭한 향기가 그리워지는 겨울.
이른 아침이든 저녁이든 사람에게 안도감을 주는 향기가 존재한다.
영국의 와틀링턴에 아버지와 딸이 운영하는 베이커리가 있다.
딸 키티는 세 남매 중 막내로 정말 웃음도 많고 늘 행복한 아이였다.
늘 명랑하고 활발했는데 중학생이 되더 14살 점점 우울하고 힘없는 아이가 되어갔다.
원인은 잘 모른다. 키티는 학교에 가는 게 점점 힘들어지고 결국 옥스퍼드에 있는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상담도 받는다.
키티의 아빠는 옥스퍼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엄마 케이티는 일주일에 네 번은 고속도로를 타고 런던을 왕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직장인이었다.
첫째 아그네스와 둘째 알버트는 각각 대입시험과 중등 이수 교육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늘 밝았던 막내 키티의 우울감과 공황 장애가 가족에겐 하나의 변수로 다가왔다.
으레 겪는 사춘기겠거니 생각했지만,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아빠는 딸 키티와 함께 베이킹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그게 키티에게 딱 들어맞은 것은 아니었다.
키티의 활력을 찾아주기 위해 식구들은 여러 가지 것을 시도했다.
공예나 그림 그리기, 정원 가꾸기까지 다 시도해 봤지만 키티의 관심을 끌진 못했다.
제빵에 실력이 없는 아빠가 갑자기 빵을 구운 것도 그때였다.
자신에겐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10000분의 1의 확률로 키티가 제빵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웃들에게 빵구독(빵배달) 서비스까지 실행해 버린다.
와틀링턴은 작은 마을이지만 온 마을이 애 하나를 키운다고 볼 정도로 정겨운 마을이다.
이곳에서 유치원부터 쭉 자라온 키티는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아빠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여행지라기보다는 대대손손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곳이다.
그래서 키티가 제빵을 시작하고 점점 큰 빵집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온 마을 사람들이 응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븐을 빌려주고,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
새로 빵 만드는 공간을 만들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키티의 제빵에 대한 열정으로 덴마크에 가서 빵 만드는 법을 배워오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 빵집을 가볼 기회도 생긴다. 늘 기록하고 빵에 대해서라면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키티 덕분이다.
제빵을 하는 키티로써의 삶과 인간 키티로써의 삶의 조율을 배우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9시간 떨어진 그곳에서도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 늘 노심초사한다.
그리고 방법을 배우려고 애쓴다.
어떻게 내 아이가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늘 생각한다.
키티의 부모도 공교육에서 벗어나서 괜찮을까 고민도 했다.
넉넉지 못한 맞벌이 가정에서 과연 어떻게 돈이라는 문제를 헤쳐나갈 것인가 생각도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키티와 함께 제빵을 시작한 아빠도 본인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남매들도 본인들의 고민도 있었겠지만, 동생 키티가 잘 살아가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빵을 만드는 키티의 성향이 오히려 창의성이 필요한 베이킹에 딱 맞았다.
해바라기와 꿀을 넣은 '빈센트 빵', 그리고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위로빵'을 만든다.
카울리로드에 있는 한국 슈퍼마켓에서 미소 된장을 사 와서 적용하는 센스란.
물론 그녀는 발효 된장도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다.
밖에서 사람들이 빵을 사기 위해 '기다릴 때 먹는 빵'까지.
진정한 레시피 장인이다.
더군다나 마을 사람들이 생산한 건강한 재료로 빵을 만드는 철칙을 세웠고, 진정한 로컬 푸드가 되었다.
불법적인 화학 물질의 도움 없이도 빵을 만드는 방법도 찾았다.
웃음을 잃었던 아이는 이제 행복을 찾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이 모든 것은 가족들의 노력 + 이웃의 관심 + 전 세계의 도움 + 그리고 키티 그녀 스스로의 포기하지 않음 덕분이다.
책에서 부모 유형을 언급한 부분이 나왔다.
근본적인 문제를 보지 않고 다 잘될 거라고만 하는 '타조형 부모'
힘과 논리로 불도저처럼 무조건 밀고 나가는 '코뿔소형 부모'
자식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해파리형 부모'
끊임없는 잔소리로 회유하는 '테리어형 부모'
가장 이상적인 부모는 돌고래와 세인트버나드(몸집이 크고 튼튼한 개)를 합친 유형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방법을 알려 주고 나중엔 자식이 스스로 할 수 있게끔 하는 돌고래와, 침착하게 항상 옆에서 희망과 이해를 보여주는 세인트버나드.
이 두 가지를 합친 모습이 가장 이상적인 부모라고 한다.
과연 나는 어떤 부모일까?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부모의 모습이 민낯을 드러낼까?
키티의 부모처럼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다.
강압적으로 주류 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해 밀어붙이지 않고, 내 아이를 중심으로 가장 현명한 방법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는 사람.
말처럼 쉽진 않지만 그래서 더더욱 책을 읽는 게 아니겠는가.
키티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처럼, 부모도 묵묵히 도와주고 찾아주고 지지해줘야 한다는 것. 키티가 만든 수많은 빵 레시피를 보면서 제빵사처럼 창의적인 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삶의 진로마저 바꾸는 부모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기분을 밝게 하는 '오렌지' 베이커리라는 이름이 키티의 머리카락 색만큼이나 참 잘 어울린다.
우리도 각자의 인생에서 자신만의 색을 잘 찾아낼 수 있기를.
아이들도 본연의 색을 잃지 않고 잘 커나갈 수 있기를.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온 세상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멀지 않은 언젠가 와틀링턴의 '오렌지 베이커리'로 가서 키티의 생생한 빵을 앙 베어 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