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신도시다.
짙푸른 풀이 있고 텃밭이 있는 산책로는 운동하기에 좋고, 그 길의 끝엔 생긴 지 얼마 안 된 도서관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원한다면 대학교까지 한큐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며
도심과 시골 사이 교외에 위치한 공기 좋고 물 좋은 최적의 장소다.
작년에 생긴 시립수목원까지 있으니 고요하니 살만한 곳이다.
다르게 비틀어서 보면 생기는 가게마다 버티는 곳이 있거나 쉽게 나가는 곳도 많다.
가락국수 가게, 백반집, 프랜차이즈 피자가게 하나씩 사라지고 남아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딱 필요한 만큼만 있는 그런 곳.
건물의 공실이 많은 곳.
아이들에게 군것질거리가 그다지 많지 않은 곳.
학원가로 유명한 동네로 가면 모든 제반 시설이 풍부해서 이래서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학원을 다닐 나이가 되면 이사를 가는구나 싶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은 단연코 붕어빵이다.
찬바람이 불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붕어빵 사장님은 횡단보도에 모퉁에 자리를 잡으시고 이곳 아이들의 훌륭한 간식차가 되어 준다. 손님은 늘 밀리고, 현금과 계좌이체로만 결제되는 시스템.
절대로 미리 예약주문은 받지 않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신 덕분인지 손님 간의 마찰도 없고 붕어빵이 남는 일도 없다.
벌써 20여 년 전, 가수 장윤정처럼 집안을 일으키는 딸이 되고 싶었다.
지금은 그 정도의 생각은 안 할 것 같지만 드라마를 너무 봐서인지 캔디 캐릭터에 심취했던 듯하다.
첫 번째 아이템은 김밥이었다.
대학교 앞에서 김밥을 팔면 어떨까 생각했다.
김밥 마는 거야 연습하면 될 일이고 재료는 어떤 걸 넣어야 다가가 맞을지, 여름엔 김밥이 쉬면 안 되니 아이스박스에 넣어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두 번째 아이템은 붕어빵이었다.
추운 겨울이 걱정되긴 했지만 배우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붕어빵은 당시에도 현금만 받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가끔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깡패가 나타나면 어쩌나 그 걱정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기우였던 것 같다.
오히려 주변 상인들이 더 싫어할 수도.
세 번째 아이템은 군고구마였다.
역시나 겨울에 버스에서 내렸을 때, 정류장에 있던 군고구마를 먹으며 생각했던 거다.
세 가지 다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지금 붕어빵 전문 가게도 있고, 붕세권도 있는 걸 보면 역시나
붕어빵이 제일 대세가 아닌가 싶다.
매주 목요일마다 순대사장님 다마스가 오는데 그걸 보면 순대는 힘들 것 같다
순대를 자르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고 순대볶음도 그렇다.
음, 장점이 있다면 순대차에 있으니 손님이 없을 때는 책을 읽을 수 있다.
퇴근 후 투잡으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20대의 나라면 이러했을 것이다.
분명 퇴근 후 도전했겠지만 지금은 글쎄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은 욕심.
사실 체력적으로 자신 없다는 생각.
물론 자식 입에 밥 넣어주고 사람 노릇 하면서 살려면 뭐든 하겠지만
현재 사이드잡에 대한 나의 생각은 여기까지.
여전히 우리 동네 붕어빵은 가장 핫한 간식이다.
붕어빵은 어디서나 통할만한 꽤 괜찮은 스낵이다.
올 연말에 다시 만날 때까지 이제 안녕해야 할 시간.
내일이면 3월이다.
봄이나 여름 간식은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솜사탕이나 팔아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