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May 07. 2023

이윽고 울음 같은 탄성을 터뜨리기 위함이었다

13월 31일


사랑을 힘껏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사랑하는 척하는 스스로가 싫어지거든

단 한 번도 진심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 같아

진심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 아니었나 싶어

나도 무엇도 알 수 없게 되었어


시린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올 줄 알았던가

봄이 되어야 비로소 오랜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내린다

거두어질 줄을 모르고 쏟아진다

아름드리 싱그러운 화창 아래에서

쓰린 파랑을 피해보려 눈을 가리는 게 전부야


온화할 청춘 속에 짙은 어스름도 녹아가겠지

내일도 확신할 수 없는 허무를 끌어안고

그저 겨울 같은 봄을 헤매는 날이 전부가 된다

푸르른 것들이 너무 많은 계절 안에서


그래

언젠가는 진심을 다해 전부를 사랑하고 있노라,

이윽고 울음 같은 탄성을 터뜨리기 위함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과, 태도와, 언어가 되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