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Jul 14. 2024

우린 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을 거야

네 장의 하루

네가 엄청 먼 우주 어딘가에 있는 거면 좋겠어

생사도 모른 채

굴러가는 중력에 차여서

텅 빈 것을 정신없이 들이쉬고

칠백팔십사분 동안 눈을 느리게 한 번 깜빡이면서

며칠이 되었나, 손끝을 곱아가고 있을

우주 너머에

우주 너머에 네가 있다면

언젠가는 어떻게든

내 손과 발이 휘저어둔 길은 무슨 색인지

푹푹 잘라두고 너를 기다리는 케이크는 몇 킬로인지

귓가로 써 내린 음표 섞인 글씨들은 어떤 향인지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린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했잖아


요즘 뭐 하고 지내?

우주를 생각하면서 너를 떠올리면

정말 목소리가 돌아올 것 같아

당장 내일 눈을 떴을 때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같은 호흡을 삼킬 수 있을 것 같아


우린 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을 거야

좀 더, 사소한 얘기들을

매거진의 이전글 네가 함께 했던 시절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