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호 Mar 27. 2023

우리는 늘 최선을 다 했어

13월 29일

해냈어,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했어

투정을 버리고 엄연을 택했고

젊음을 바쳐서 늙어버린 영혼을 쥐었어

도움을 바라고 남에게 기대는 대신

숨겨보고 눌러보고 참아봤어


그래서 얻은 결과가 지금의 너라면

지금의 나라면

우리는 왜 언제나 그렇게 살아버렸던 걸까

우린 우리의 모든 걸 다 했는데도

비뚤고 엇나간 잘못된 찢겨진 노트처럼

쓰레기통 속으로 처박아두고 싶은 처절한,


하지만 정말이야, 최선을 다해 살아왔어

어리던 너의 위태한 책임감

숨 막히게 억눌렀던 청춘의 비명

쏟아지고 폭발할 것만 같은 파편들

너를 있게 한 것들, 우리를 만나게 한 것들


잘못된 적은 없었을 거야

잘 되지 못했을 때는 있었을 거야

한낱 가녀린 목숨보다도 끈질기게 쌓여버린 것들

그 모든 것을 씹어 삼킨 채로 너는 단단히

살아질 거야, 나아질 거야

우리는 늘 최선을 다했어

늘, 잘해왔어

매거진의 이전글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