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28일
길고 깊은 생각으로 무색무취의 편지를 써
미안해
차라리 끝을 기다릴 만큼
너희에게 셀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이 기대고 싶었어
차라리 말을 할 걸, 아니, 하지 말 걸
모든 것이 늘 미안했어
수를 잃은 목화가지만 들고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자꾸 찾고 있었어
너희를 통해서, 그랬나 봐, 미안해
이런 말 싫어하는 거 아는데 미안해
몇 번을 잡아당겨도 침잠하고 마는 우리 물푸레 꽃
여전히 붙잡고 있어줘 고마워
이제와 놓지 못해서,
어쩌지 못해 붙잡고 있던 거라도 고마워
정말 마지막의 순간에는 놔줘도
정말 괜찮다고 말할게
사프란, 사프란
그게 지금은 아닐 거야
내일도 모레도,
이기적으로 유예를 받고 살아있을 거야
그러나 끝에는 너희에게서 나를 지워주고 싶어
비로소 이 땅의 모퉁이에 우리 모아둔 꽃을 엮어,
안개초 사이로 투명한 반지를 보낼게
그럼 이 편지를 다시 꺼내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