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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Oct 03. 2022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면(1)

#8 OH TWINS U의 등장




 어렸을 때, 그러니까 뇌에 허세가 잔뜩 끼었던 시절. 

 자기 자신에 대해 과도한 서사를 부여했던 그 시절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다.




-내가 만약 쌍둥이였다면? 세상에 나랑 똑같은 애가 존재한다면?






 가끔씩은 나도 나 자신이 싫을 때가 있는데, 나하고 똑같은 애가 한 명 더?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나와 똑 닮은 나. 나 같은 또다른 나. 그것의 존재는 지구 멸망의 길이었다.












 쌍둥이 누나인 U는 내가 학원에 입사하기 전부터 다녔던 학원의 원년멤버였다.


 U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조용하고 차분한 인상의 아이였다. 그 느낌은 함께한 지 일 년 반이 훌쩍 넘은 현재도 유효하다. 대부분의 고학년들은 웬만한 것도 혼자서 잘하다 보니, 선생님의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저학년에게 시선이 더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학원가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당시의 나는, 고학년들이 어쩐지 조금은 어렵게 느껴졌다.

 빠른 아이들의 경우 사춘기 초입에 접어드는 시기다 보니 지나친 관심보다는 가벼운 한두 마디로만 내 마음을 대신했다.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참 모든 게 서툴렀다.


 

 U도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 아이였다.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에 앉아 자신의 과제를 말없이 하고, 검사를 받고 시간이 되면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는 그런 아이. 


 일을 하며 안타까웠던 것은 조용히하는 아이일수록 선생님의 관심과 시선을 덜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생님의 눈이 두개밖에 없으니 상대적으로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아이, 소음을 내는 아이에게 신경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참 불공평한 상황이다.




 

 아무 것도 모를거라 생각했던 U의 진심을 안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다이어리 꾸미기 용품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갖고 있는 것 중 예쁜 것을 골라 U에게 선물했다.



 자식들에게 따뜻한 말 대신 선물 공세로 마음을 전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워낙 부족함 없이 사는 시대라. 별 거 아닌 소박한 선물이 초라해 보일까 봐. 은근히 걱정이 됐다. 






 다음날, 아이는 내게 쪽지 하나를 건넸다.









 말은 안 해도 고학년도 아이였다.

 고학년도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어린아이였다. 

 다만 동생들보다 철이 들었단 이유 하나만으로 많은 것을 이해하고 양보했을 뿐이다.




 이렇게 속 깊은 U가 더 특별해진 것은 그녀의 쌍둥이 남동생 H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사실 H와 나는 처음부터 친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U가 애증 하는 대상이 H였기 때문에 나는 이 둘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쌍둥이의 삶이란 보기보다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쪽지와 함께 건넨 U의 선물.

 마스킹 테이프 커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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